가장 먼저 가고 싶은 기업을 분석하자

by 산들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하기 앞서, 내가 가고 싶은 기업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다. 물론 나도 막상 취업준비를 시작하니 내가 가고 싶은 기업보다는 지원할 수 있는 기업에 최대한 많이 지원하고, 응답이 오는 대로 진행하기는 했다. 사실, 취업시장에 던져지면 대부분 간절한 마음이 커서 내 선호도보다는 어디라도 나를 뽑아주는 곳으로 가게 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대기업 채용 러시가 시작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선택의 순간에 나는 내가 지망하는 분야에 더 집중했다. 방향을 잡아두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우선순위가 꼬이지 않는다. 나는 IT, 통신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고, 비슷한 시기에 여러 대기업에서 공채가 떴을 때도 원하는 분야 기업의 자소서에 가장 공을 들였다. 내가 기업을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이라 하더라도, 내가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정리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누군가는 그랬다, 취업준비는 연애하듯 하라고. 연애 상대의 취향과 성격을 열심히 파악하는 것처럼 내가 가고 싶은 기업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정도는 사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거다.


내가 취업할 당시 대기업을 지망하는 문과 학생의 선택권은 그리 넓지 않았다. 삼성, 에스케이, 엘지, 한화, CJ 같은 문과생들에게 낯설지 않은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들, 금융권 회사들, 자동차 쪽, 혹은 아모레퍼시픽, 네이버 같은 특정 분야 강한 회사들 정도였다. 그중에서 직무로 따지면 인사, 총무, 재무/회계, 마케팅, 영업 정도랄까. 그나마 모집 인원수가 좀 되는 부분은 영업 군이고 그 외 조직들은 모집인원 자체가 한자리 수인 곳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문과 포지션은 개발자나 연구직처럼 모집 인원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해당 포지션을 매년 뽑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더욱 취업문이 좁을 수밖에.


하지만 첫 직장에서 어떤 직무를 맡을지 정하면 그 직무대로 향후 커리어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영업이면 영업, 인사면 인사 이런 식으로 본인의 적성과 지금껏 해왔던 공부에 가장 적절한 한 분야를 정해서 그쪽을 파고들어야 커리어가 꼬일 일이 없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데스크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집 인원수 많다고 영업직에 지원하면 일 년도 안되어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성향은 보통 마케팅이나 서비스 기획 직군에 적합하다. 영업직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사람을 관리해야 하고 현장을 누비며 소통해야 하는 일이 많다. 하다 보면 적응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에는 회사원으로서 적응하는 자체에도 에너지가 많이 드는데 성향에 안 맞는 일까지 하려면 기운이 두배로 빠진다. 거기다 출근일 수가 늘어날수록 업무를 더 잘 수행해야 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보통 무리를 하면서 일하게 되는데, 그러면 스트레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인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를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로 스트레스받다가 퇴사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우선 입사하고 나중에 사내 업무 로테이션 신청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기회는 흔치 않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몇 년을 버텨야 원하는 부서로 이동할 기회를 얻을까 말 까다. 그러니 확률보다는 본인이 진짜 하고 싶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버틸 수 있는 분야가 어딘지는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관심군을 잘 설정해보자. 나는 지원할 수 있는 모든 회사에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내가 많이 경험해봤고 조금은 친숙하게 생각하는 통신, 제조업의 기획, 마케팅 직군에 들어갈 수 있으면 베스트라고 생각하며 준비했었다. 이처럼 나름의 우선순위를 정해두는게 좋다.


그렇게 관심 있는 몇 군데의 회사와 직무를 정하면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를 쭉 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은 해당 회사의 공식 웹사이트다. 거기서 인재상, 비전 등 해당 기업이 천명한 가치 원칙들은 반드시 숙지하자. 그걸 보다 보면 이 기업이 나랑 잘 맞을지 아닐지도 감이 조금은 온다. 그리고 웬만한 대기업이라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재무정보와 사업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공시된 내용이라 정확하며, 해당 기업 사업의 흐름을 파악하기 용이하다. 단편적인 웹사이트에는 나오지 않는 유용한 정보가 들어있으니, 제대로 파악하고 싶다면 제일 최근의 공시 내용만 보지 말고 최근 3년 정도의 자료는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해당 기업의 최소 6개월치 관련 기사를 읽어본다. 이때 언론사는 보수, 진보를 포함해 최대한 다양한 논조의 기사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어떤 사업 분야에 치중하고 있는지, 어떤 이슈를 안고 있는지를 사회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회사가 과시하고자 하는 내용은 홍보 기획성 기사로 싣는 경우도 많으니 주목해볼 만한 필요가 있다.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을 읽어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간접적으로 파악해보는 것도 좋겠다.


주식을 하는 대학생이 많지는 않겠지만, 정말 가고 싶은 회사라면 그 회사의 주식을 사거나 주가 흐름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표면적으로 느끼는 회사의 가치가 주가와 반드시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주식은 거대한 시장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므로 참고해볼 만하다. 내가 보기에 승승장구하는 회사인 것 같은데 주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거나, 덜 유명한데 주가가 우상향 하는 회사가 있다면 이유가 있을 테니 어떤 이슈가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자. 이렇게 주가를 본다는 것만으로 남들과 약간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으니 기업 파악하는 방법으로 고려해보자.


내가 어떤 기업을 원하는지 정리하는 것은 앞으로 길게 이어질 취업준비 전쟁에서 가장 기본이 된다. 물론 기회를 여러 곳으로부터 얻어서 그중 가장 맘에 골라 갈 수 있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을 거다. 그래도 내가 어떤 기업에 속하고 싶은지 정하는 것은 라면을 끓이기 전에 물을 적정량 준비하는 것과 같다. 물을 정량으로 맞춰 넣지 못하면 그 아무리 비싼 라면이라도 맛이 없을 수밖에 없듯, 나와 맞는 기업이 아니면 대기업에 어렵게 입사해도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평생을 다니게 될 수 있는 직장이다. '뽑아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마음을 나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나 또한 그런 마음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나만의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지원하도록 하자. 인사팀도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보다 보면 안다, 얼마나 우리 기업에 오고 싶어서 정보를 수집했는지, 다른 기업들보다 유독 우리 기업을 특별히 보는지. 그렇게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취업시장에 도전하는 지원자는 티가 난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니 더 정성을 들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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