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의 덕목

by 산들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 최종 합격을 한 날, 정말 너무 기뻐서 문자 그대로 폴짝폴짝 뛰었던 기억이 난다. 인턴 형식으로 팀으로 배치받아 두어 달 실제로 일하고, 그 평가결과까지 더한 최종면접을 보면서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조금 생겨버린 애사심으로 패기 넘치는 마무리 멘트를 했었다. 신입사원 특유의 패기와 밝음. 어쩌면 그게 내 합격의 당락을 좌우한 건지도 모른다.

보통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뽑히면, 팀에 배치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혹은 입사하자마자 신입사원 연수를 가게 된다. 경기가 지금보다 나았던 10년 전에는 신입사원 연수도 거창해서 그룹사 연수와 계열사 연수 이렇게 두 가지가 있었고, 그룹사 연수는 한 달 가까이, 그리고 계열사 연수는 일주일 정도 변두리의 연수원에서 진행했다. 아마 다른 대기업들도 비슷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신입사원 연수를 연수에서 회사의 가치, 사업분야나 역사를 가르치고, 거기에 지도 선배들의 살아있는 에피소드들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신입사원들은 애사심이 가장 끓어 넘치는 집단이 된다. 보통 그 뒤로 조금씩 사그라들긴 하지만 말이다.


인턴이나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규직 사원으로서 회사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후배들을 많이 봤다. 갓 입사했으니 섣불리 업무를 건드리거나 누군가와 소통하다 실수할까 겁나고. 어렵게 입사한 회사니 시작을 잘해야지 싶은 마음에 나름 신중을 기했는데도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도 선배들도 안다, 신입사원이 제대로 업무에 성과를 내려면 1~2년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배려를 받으려면 신입사원 또한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줘야 한다. 그래야 미운털이 박히지 않는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를 갖췄다고 어필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누가 불렀을 때 수첩과 필기구 지참은 필수다. 기왕이면 입사하며 지급받은 회사 수첩을 들고 가는 게 좋겠다. 혹은 본인이 쓰기 편한 옥스퍼드 노트 패드여도 괜찮다. 요지는 신입사원은 누군가가 말하는 것을 최대한 기록하고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선배사원이 말하는 것을 빠르고 꼼꼼하게 기록하자. 그것이 업무에 대한 지침일 수도 있고 회사 생활에 대한 조언일 수도 있다. 혹여 놓친 부분이 있다면 잘 못 들어서 그러는데 확실히 기억하기 위해 한 번 더 말씀해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자. 그 모습에 본인의 어리바리했던 신입사원 때 모습이 겹쳐 보인 선배들은 자상하게 다시 말해줄 거다. 또한 내 말을 흘려듣는 게 아니라 정말 기억하려고 애쓰는구나 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하루 마무리를 하며 그날 적은 내용들을 훑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더 빨리 업무를 습득할 수 있다.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이기적인 모습은 되지 않도록 하자. 간혹 승부욕이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게 강해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간식을 예로 들어보겠다. 간식의 종류가 여러 개이고 그중 누가 봐도 가장 맛있는 간식의 수가 가장 적은 경우라면, 누구나 그 간식을 먹고 싶어 할 것이기에 너무 티 나게 달려들어서 다른 사람이 그 간식에 도전해볼 기회조차 빼앗지 말자는 거다. 내가 원하는 것만 할 수 없는 것이 회사생활이고 그 일련의 과정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양보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텐데 그걸 너무 아까워하지 말자. 내가 양보한 만큼 언젠가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작은 거 하나에 아락바락 달려들면 가까이하기 힘든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되거나 더 큰 것들을 놓치게 되니 조금 더 넓은 마음과 멀리 보는 시야로 생활해보자. 특히 신입사원은 처음에는 누구에게나 무난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게 앞으로의 회사생활에 도움이 된다.


간혹 팀에서 업무와 관련 없는 잡무를 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회식 장소를 섭외하거나 사무실 간식을 주문하거나 하는 일들. 보통 이 경우에는 머리 쓰는 일보다 몸 쓰는 일인 경우가 많은데, 이때 신입사원 여러분들은 적극적으로 달려들자. 당장 업무에 도움이 크게 되지 않는 신입사원이지만 적극적으로 팀의 일에 지원할 때 팀 분위기도 좋아지고 신입사원에 대한 평판도 크게 오른다. 그 친구 참 열심히야 보기 좋아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사실. 이미 회사 생활에 닳고 닳아 염세적으로 변한 선배 직원들에게선 찾을 수 없는 밝은 에너지 같은 게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문구 용품이나 간식이 배달 오는 소리를 들으면 자동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보통 그런 일은 팀의 서무님들이 담당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게 기분도 좋고 정리도 빠르게 되니까 적극적으로 함께하는 게 좋겠다.

입사하게 되면 보통 멘토 사원(사수)이 지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멘토나 선배들 중 편하게 조언을 구할 수 있을 만한, 조금 더 친한 선배가 있으면 회사생활과 그 외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 같은 팀도 좋고 다른 팀이어도 괜찮다. 신입사원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많이 대화하게 되는 선배가 생기게 되는데, 그때 예의 바르고 열심히 배울 의욕이 있는 신입사원임을 어필해서 친한 선배를 만들자. 업무를 하며 부딪히는 난관이나, 어려운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고 신입사원으로서 알기 힘든,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단, 너무 정치적이거나 편 가르기를 하는 선배라면 거리를 두는 게 좋고(신입사원이 파벌에 휘말려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90년대생의 생태에 대한 글들이 조명받으면서 그들의 회사생활은 다르다는 개념이 유행처럼 번졌다. 꼰대 소리 듣지 않으려면 상사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둥, 요즘 젊은애들이 무서워서 눈치 보게 된다는 둥 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회사원으로서 내가 보기에 유행은 유행일 뿐 대기업의 풍토와 생리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90년대생의 입사에 걸맞게 사풍을 바꾸려는 기업이 있다기 보단, 그들의 기존 세대와 다소 다른 사고방식을 발견하고 놀라는 정도에 그치는 것 같달까. 그래서인지 예나 지금이나 회사가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기본적인 덕목들은 변하지 않는 듯하다. 입사하자마자 과제들을 척척 해내는 대단한 신입사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차근차근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하고 팀워크를 저해하지 않되, 작은 일에도 열심히 임하는 것. 기본적인 것부터 몸에 착실히 익히는 것으로 어렵게 입사한 회사생활을 상쾌하게 시작하자.


*사진출처: delphianlogic.com

keyword
작가의 이전글멘탈을 관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