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고 험난한 구직 시간 동안 언제 취업하나 하는 막연한 걱정과 연이은 탈락 발표로 취준생의 정신건강은 피폐해진다. 나만 해도 머리 감싸 안아 가며 열심히 자소서를 썼건만, 연거푸 이어지는 서류 탈락 시즌에는 '나 같은 거 살아서 뭐해..' 하는 극단적인 우울감에 시달렸다. 반드시 대기업에 입사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땐 지금까지 나한테 투자된 부분들을 회수하려면 대기업 정도는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독립해 사는 입장에서는 부모님한테 손 안 벌리고 너무 작지 않은 집을 구하고, 문화생활도 좀 하고, 먹고 싶은 거 먹으려면 어느 수준의 연봉은 갖추어져야 했으니까. 2년 부딪혀 보고 성과가 없으면 중견, 중소기업에도 눈을 돌려야지 하는 나름의 타임라인을 정했었다. 신입사원 채용 시장의 상황을 내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년 내 이게 안되면 저걸 한다라는 식으로 너무 한 곳에만 집착하지 않게 타임라인을 만들어 주는 게 좋은 듯하다.
취준 기간을 돌이켜 보면 그렇게까지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고 과거의 나에게 미안해진다. 물론 지금 취업을 한 입장이라 속 편히 말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취준생들이 취업 준비를 하며 아마 생애 처음으로 겪을 거절들을 당하면서, 밝았던 성격이 어두워졌다거나 사람을 피하게 되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깝다. 충분히 그 심정이 이해 가면서도, 너무 망가지지 않도록 스스로가 케어해줘야 할 필요가 있음을 통감한다. 취업 준비하는 시기는 일생의 일부일 뿐이다.
나는 취업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났다. 전의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취업 스터디를 하며 멤버들과 자주 연락했고, 매주 모여 취업준비를 함께 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자소서나 스펙 정리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도 솔직하게 나눴다. 나와 비슷하게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때로는 나 왜 이렇게 안될까 하는 푸념도 늘어놓고 누군가 혹은 내가 서류 합격이 된 날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축하를 해주거나 받았다. 나와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는 친구들을 만나니 확실히 덜 쓸쓸하고 덜 우울했다. 가까운 친구들까지 취업 경쟁자로 두고 날을 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시장엔 경쟁자들이 우글우글하니까. 다만 내 자존감을 깎아먹는 사람이라면 거리를 두자.
그리고 주기적으로 해를 봐야 한다. 혼자서라도 집 근처를 설렁설렁 산책했다. 나는 학교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캠퍼스 안을 걸어 다니기도 했고, 때로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한강을 걸었다. 혼자서 좀 걷다 보면 집 안에 있었을 때 쌓였던 회색빛 우울감과 자괴감이 조금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대단한 운동은 아니더라도, 조금 땀이 날 정도로 30분 이상씩 걷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처음에 나가기는 귀찮을지 몰라도 계속 노트북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하루 이틀에 한 번이라도 밖으로 나가야 고립감을 없앨 수 있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화 신고 가볍게 걸어보자.
나를 즐겁게 하는 소소한 취미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좋다. 아주 거창하지 않더라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나를 위해 내어 주자. 나는 식사를 할 때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일본 드라마를 틀어놨었는데, 드라마 자체가 가볍고 웃긴 내용인 데다 일본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어서 여러모로 유용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정해놓고 이 자소서 다 쓰면 먹어야지 하고 스스로 미션을 만들기도 했다. 내 나름의 목표를 달성하고 작은 보상들을 주는 일련의 과정이 팍팍한 취준 생활에 나름 약간의 재미를 주었다. 주말에는 화창한 공원으로 친구와 피크닉을 가기도 했다. 치킨을 사 와서 돗자리 갈고 잔디밭에 드러누워 있으면, 좁은 방 안에서 취업준비만 하던 나의 숨통이 트이곤 했다.
취업준비는 모두에게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준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문제 될 것 없겠지만, 나처럼 약간 소심해서 필요 이상의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의식적으로 거기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 19의 여파가 더해져 취업 시장이 얼어 있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예전에 비해 더 오래 걸리는 듯하다. 너무 괴로워 말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를 너무 학대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사진출처 : inventiva.co.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