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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Dec 27. 2020

왓챠 일본 드라마 추천(5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콕하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탐닉하는 콘텐츠도 점점 늘어간다. 일본어 공부나 해볼 겸 하고 일드를 찾아보던 중, 일본에서 무지하게 인기 있었다는 '한자와 나오키'를 보게 되었고 이후 일드 보는데 재미가 붙었다.

 '이케이도 준' 작가의 소설 '한자와 나오키'의 1권, 2권에 해당하는 내용을 2013년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시즌 1에서 보여줬고, 3권, 4권에 해당하는 내용을 시즌 2 형식으로 2020년 올해 방영했다. 2013년에 드라마의 마지막 화 최고 시청률이 42%가 넘을 정도로 그야말로 돌풍이었고, 7년 만에 돌아온 시즌 2도 1화부터 시청률이 20%가 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케이도 준은 과거 은행에서 근무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금융 장르 소설을 쓰는데, 리얼리즘, 선인과 악인의 대립구조, 통쾌하고 처절한 복수를 어찌나 잘 풀어내는지, 나는 한자와 나오키 소설을 처음 보는 순간 푹 빠졌고, 왓챠에 해당 드라마가 올라오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가 찾아봤다. 워낙에 유명한 한자와 나오키는 믿고 본다 치고, 내가 몰랐던 이런저런 일드를 찾아보며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몇 편을 추천한다.


1.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2016년 작, 에피소드 11회, 회당 50분가량)

 썸네일을 보면서는 무슨 드라마 제목이 이러냐 싶었고, 초반을 플레이하면서는 남주 비주얼이 좀 별론데 싶었다. 그러나 일본은 영화나 드라마의 제목을 문장형으로 길게 만드는 게 유행이었고, 이 남주는 일본에서 아주 인기 있고 재능도 있는 가수이자 작가로도 활동하는 '호시노 겐'이라는 유명 인물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드라마 최종화로 갈수록 남주가 잘생겨 보인다는 것이 함정. 여주인 아라가키 유이는 드라마 '리갈 하이'를 보며 좋아했던 배우라, 사실 각키 때문에 이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했다.  

 
 ‘계약 결혼'이라는 흔한 소재가 바탕이 되지만 이 드라마는 진부하지 않다. 심리학 대학원까지 나와서 열심히 구직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거절당해온 25세 미쿠리와 스스로를 프로 독신이라 칭하며 35살이 되도록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 없는 시스템 엔지니어 히라마사. 미쿠리가 히라마사의 집에 가사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입사 자리에서 연거푸 거부당하며 상처 입은 미쿠리와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열등감이 심한 히라마사가 서로의 가치를 알아보고 마음을 열어가는 이 드라마는 사랑 이야기이자 두 사람의 성장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미쿠리가 미쿠리라서, 히라마사가 히라마사라서 다행이다.


 호시노 겐이 숙맥 남자 연기를 어찌나 잘하는지 보다 보면 '어휴 저 답답이 찌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갈수록 히라마사의 일 잘하고 올곧고 순수한 매력에 빠져 응원하게 되었고, 히라마사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 노력하는 귀엽고 야무진 미쿠리를 보면서 절로 헤벌쭉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둘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바람에 광대가 춤을 춘다. 참고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라는 말은 헝가리의 속담이라고 한다(극 중 히라마사의 대사로 나옴). 그리고 매 화 끝날 때마다 드라마 주제가 '愛(코이)'가 흘러나오고 주인공들이 코이 댄스를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또 어찌나 귀여운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이 노래가 호시노 겐의 노래라는 사실을 듣고, 다시 한번 감탄했다.


 - 중간중간 미쿠리의 망상 속에 일본 유명 TV 프로그램(정열대륙 같은)들이 패러디 형식으로 나오는데, 그걸 모르는 나로서는 이 무슨 뜬금없는 컷인가 싶었다.


+ 가사노동의 가치를 알려주고자 했던 내용이 신선했고, 일드 특유의 국위선양, 장인 정신 같은 획일적인 교훈을 주려는 시도가 없으며, 자극적인 장면 연출도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대형견 같은 매력의 미쿠리와 소형견 같은 매력의 히라마사의 케미가 끝내준다.


2. 중쇄를 찍자

(2016년 작, 에피소드 10회, 회당 45분가량)

 출판사, 특히 주간 만화잡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마츠다 나오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인데, '중쇄를 찍는다'는 것은 출판한 작품이 인기가 좋아서 많이 팔리면 초판본의 수량이 달리니 2쇄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출판사, 편집자, 작가, 독자 모두가 행복해지는 마법과 같은 주문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그 중쇄를 찍을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는 주간 만화잡지 '바이브스(vibes)'의 편집자와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출판사와 서점, 편집자, 작가의 끈끈하면서도 때론 적대적인 관계를 아주 흥미롭게 표현했다.


 주인공인 '코코로'는 유도 선수 생활을 하다 부상을 입어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출판사에 취직하게 되었고, 운동선수로서 다져온 체력과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새끼 곰'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일을 배워 나간다. 매 회 직장 동료, 그리고 그들이 담당하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사연들이 희망차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해서 다양한 감정을 전해준다. 주인공은 코코로지만 이 드라마를 일궈가는 이들은 여럿이고 비중도 비슷하다는 점도 매 회 신선했다. 조금씩 프로 편집자로서 성장해가는 코코로의 모습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보면서 코끝이 시큰해지는 것은 왜일까.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오다기리 조'와 남친짤로 인기 있었던 '소금상'배우 '사카구치 켄타로'가 등장하는데, 켄타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에피소드 2는 몇 번이나 돌려봤다. 뿐만 아니라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아저씨, '리갈 하이'의 미키 선생, '한자와 나오키'의 콘도같은 어디서 자주 본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반가웠다.


- 코코로처럼 무한 긍정의 힘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때로는 코코로의 과한 의욕으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 주간 만화잡지 한 권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의 모습, 사연 하나하나 가볍지 않고 식상하지 않게 감동을 준다. 아, 그리고 사카구치 켄타로의 얼굴.


3. 노사이드 게임

(2019년 작, 에피소드 10회, 회당 50분가량)

 최근  핫한 가수 '요네즈 켄시'의 곡 중 내가 좋아하는 곡이 이 드라마의 OST로 나온다고 해서 정주행을 시작한 작품. 알고 보니 이 드라마도 내가 좋아하는 '이케이도 준' 작가의 소설을 드라마화 한 작품이더라. 좋아하는 스포츠 팀이 있다면 뜨거워지는 심장을 느낄 수 있을 드라마다. '노사이드 게임'은 럭비 경기가 종료되는 시점에 심판이 외치는 말이라고 한다. 나는 야구를 좋아하고 고향이 부산인 탓에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데, 극 중 등장하는 만년 꼴찌 설정의 럭비팀 '아스트로즈'를 보며 몇 번이나 울컥함을 참았는지 모른다. (특히 최근 5년 내 가을야구를 해보지 못한 야구팀을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더 공감할 것 같다)


 주인공인 '키미시마'는 본사 경영전략실의 수재였으나, 억울하게 좌천당해 공장 총무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고 공장의 럭비팀 '아스트로즈'의 매니저를 맡게 된다. 아스트로즈는 리그 꼴찌인데다 연간 운영비가 14억 엔이나 드는 비용 덩어리였기에 키미시마는 이 럭비팀을 없애라는 상사의 말을 따라 처음에는 팀을 없앨 고민을 하다가, 럭비에 대해 진심인 선수와 스태프의 모습을 보게 되고 이들과 한마음이 되어 럭비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음모를 가진 상사에 대적하는 샐러리맨의 이야기와 리그에서 무시당하던 럭비팀을 끌어올려 이기는 팀으로 만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스포츠맨의 이야기, 이렇게 크게 두 갈래의 이야기로 구성된 드라마다. 샐러리맨 쪽 이야기를 풀 때는 어딘가 모르게 '한자와 나오키'의 흔적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는 럭비와 스포츠맨십에 대한 뜨거운 열정의 지분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럭비 경기가 펼쳐질 때마다 감정이 크게 동요했다. 특히 매 회 후반부 가장 달아오른 장면에서 요네즈 켄시의 'Uma to shika'가 흘러나올 때 그 전율이란.


- 스포츠 드라마 특유의 전개, 일드 특유의 신파는 어느 정도 감내해야. 그리고 보다 보면 럭비 룰을 몰라서 머리를 긁적이게 되는 순간도 다수. 극 초반에 후추 공장에서 일하랴 럭비 하랴, 투잡 하느라 선수들이 럭비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해 성적이 잘 안 나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혹시, 롯데 야구 선수들도 롯데 그룹에서 잔업하느라 야구 연습을 충분히 못해서 그렇게 된 것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해본다.


+ 실제로 럭비를 했던 선수 출신들을 섭외해서 연기는 다소 어색할지라도 드라마의 사실감은 높아졌다. '이런 식의 스포츠 드라마 이야기는 수십 번도 더 본 것 같아!' 하면서도 나는 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물을 삼키고 있는가.. 드라마의 감동을 고조시키는 OST도 일품이다. 그리고 몇 번이고 외쳤던 그 이름, 아, 하마하타!


4. 컨피던스  JP

(2018년 작, 에피소드 10회, 회당 50분가량)

 오션스 시리즈, 나우 유 씨 미 등 환상적인(?) 사기꾼들의 기술을 그린 작품을 좋아한다면 컨피던스 맨을 추천한다. 주인공은 사기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과 배짱, 연기력을 가진 다코, 특유의 노련함으로 다코와 성공적으로 조력하는 리차드, 매번 사기를 그만둘 거라 나가지만 다코와 리차드에 대한 의리로 돌아오고야 마는 착한 마음을 가진 보쿠쨩. 기본적으로 이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매 회 다른 테마의 사기를 치는데, 나름의 규칙이 있어서 뒤통수를 쳐도 될 만큼 사회적으로 나쁜 사람이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번 인물들을 타깃으로 한다.   


 저 정도 노력이면 뭘 해도 성공하겠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각본과 세트, 연기력을 갖춘 이 세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분명히 다른 사람의 돈을 뜯는 사기꾼임에도 정의 구현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매 회마다 기승전결이 확실해 지루하지 않으며, 리조트 재벌, 미술상, 의사 등 거부들에게 미끼를 놓는 과정이 너무나 절묘해 집중해서 보게 된다. 마지막 회는 초반에 너무 질질 끈다는 생각이 들어 이탈할 뻔했으나 알고 보니 가장 큰 그림이었다는 것에 다시금 감탄. 역시 이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은 다코를 이길 수 없다.  


- 만화 같고 비현실적인 전개. 그리고 보쿠쨩 역의 배우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아내를 두고 다른 여배우와 3년간 바람을 피운 불륜남이다.


+ 만화 같고 비현실적이므로 엔터테인먼트로서 손색이 없다.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유쾌한 작품.


5. 나기의 휴식

(2019년 작, 에피소드 10회, 회당 45분가량)

 '중쇄를 찍자'의 코코로 역을 했던 '쿠로키 하루'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다. 남의 눈치를 너무 살피는 성격 탓에 본인이 하고픈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던 '나기'가 여러 숨 막히는 직장 동료와 남자 친구 '신지'의 막말로 인해 회사에서 과호흡으로 쓰러지고, 이내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무엇보다 나기가 새 생활을 하기로 한 곳이 뜨끈하지만 산뜻할 것 같은 여름의 풍경을 담고 있어 보고 있으면 여름 방학이 그리워진다.


 ‘공기를 읽는다'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일본 사회 특유의 눈치 문화에 늘 눌려 있던 나기가 조금씩 본인 할 말을 하게 되고 당당하게 변화해가는, 나기의 성장 이야기가 큰 틀이 된다. 그 과정에서 나기는 그녀의 전 남자 친구 '신지', 이사한 곳의 옆집 남자 '곤'과 삼각관계 비스름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울보에 찌질한 전남친과 대책 없는 바람둥이인 썸남을 사이에 두고 어쩔 줄 모르는 나기의 모습까지 총체적 난국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이 세 명, 귀엽다. 의외로 개그 요소도 꽤나 있고(신지의 지분이 크다), 영화광 할머니, 싱글맘, 도쿄대 출신 친구 등 나기와 유대하면서 힘을 주는 이웃 캐릭터들도 매력 넘친다. 드라마 제목처럼 나기가 제대로 쉰 것 같아서 나도 속이 후련하다.


- 특히 초반부에 나기의 모습을 보면 물 없이 고구마 100개 삼킨 듯한 답답함이 느껴진다.


+ 드라마에서 나른하고 신선한 풀향을 머금은 여름 공기 맛이 난다. 그리고 단순한 힐링물 이상으로 시청자에게 울림을 준다, 주위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사세요- 하고.


*사진 출처

왓챠

https://doramadoll.wordpress.com/2016/11/24/nigeru-wa-haji-da-ga-yaku-ni-tatsu-episode-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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