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와 마음에 동시에 마법을 거는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본 포스팅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로부터 소정의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의견을 반영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디즈니 팬으로서 이번에 개봉한다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시사회에 초대받아 먼저 관람해보게 되었다. 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거의 대부분 좋아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코코', '인사이드 아웃', '주토피아'로, 알록달록한 색감에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들을 좋아한다. 무미건조한 회사생활에 찌든 내 두뇌를 상큼한 이야기로 채워주는 듯 해 우울하거나 지칠 때마다 찾아보기도 한다. 특히 코코는 디즈니 플러스로 벌써 몇 번 돌려봤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워낙에 스패니쉬 기타를 사용한 남미 느낌의 음악에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 그 특유의 rrrr이 굴러가는 듯한 스페인어 발음도 정말 매력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잠실 롯데월드몰 롯데시네마에서 ‘엔칸토: 마법의 세계’를 시사회로 관람했다. 2019년 개봉했던 '겨울왕국 2' 이후 오랜만에 극장에서 관람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다. 남미 콜롬비아의 느낌이 드는 뮤지컬 영화인 데다 총천연색으로 반짝이는 색감의 포스터 덕에 내 취향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작품 소개를 보니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모든 작품이 선물 같지만 왠지 10 단위로 떨어지는 순번이라고 하면 뭔가 더 특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주토피아를 연출한 '자레드 부시(Jared Bush)'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는 더 높아졌다. 정말로 기분 좋게 관람하고 느낀 점을 가볍게 공유해본다. 모두 즐겁게 이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스포일러성 의견을 자제하고 써 내려가는 리뷰.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감을 다 부어 넣은 듯한 화면이었다. 영화 '코코'에서 빛나는 금잔화 다리 건너편에 등장했던 사후세계의 그 황홀한 장면이 재현되는 듯, 영화 초반부터 눈에 각인되는 선명함이 압도적이었다. 화면 자체의 색감도 뛰어났지만 톡톡 튀는 캐릭터의 내면도 흑백이나 모노톤이 아닌, 원색적인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남미 사람에게 느끼는 과장되고 에너지가 넘치는 듯한 이미지가 있는데, 주인공 '미라벨'이 딱 그 느낌이었다. 갈색빛으로 그을린 피부, 굵고 윤기 넘치는 머리칼, 통통하지만 탄탄하게 근육이 자리 잡은 팔, 동그랗고 호기심이 넘쳐 보이는 눈동자. 그리고 그 겉모습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성격의 색깔.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미라벨만큼이나 그녀의 가족들도 모두 개성이 넘치고 초록, 빨강, 노랑, 보라, 분홍, 청록, 파랑 등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음악은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 '해밀턴(Hamilton)'의 작사, 작곡, 주연을 맡은 음악 감독이자 디즈니 '모아나'의 OST (How far I'll go는 정말 명곡!)를 작곡한 '린 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가 맡았다. 물론 배경이 다른 만큼 모아나의 OST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라틴 바이브가 흐르는 곡들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샤키라(Shakira)'나 '제이 발빈(J Balvin)', '다나 파올라(Danna paola)' 같은 라틴 팝을 즐겨 듣는 나로서는 정말 좋았던 지점이다. 마치 오후 2시 광장에서 멕시코의 마리아치가 기분 좋게 사람들을 호객하는 노래와 새벽 2시 쿠바에서 제일 잘 나가는 클럽에서 흘러나오는 레게톤이 공존하는 OST였다. 극 진행에 따라 은은히 깔리는 기타 선율도 좋았고, 디즈니 특유의 밝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가진 음악부터 라틴 팝 라운지에 나올법할 정도로 세련된 느낌의 넘버까지 다채로워 귀가 즐거웠다. 남미의 분위기를 빼다 박은 듯한 화려한 색감과 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음악이 조화롭게 어울려 흥겨운 순간, 감동적인 순간, 위기의 순간 등 모든 스펙터클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해준다.
나는 디즈니가 사용하는 상상력이 좋다. 영화적 상상력은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고, 이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데 디즈니는 그런 선을 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나를 찔러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경우에도 칼 끝이 마쉬멜로우로 된 과자 칼을 들이미는 느낌이랄까, 표정만은 아주 비장한 얼굴을 하면서도 말이다. 잔혹한 이야기를 못 보는 나로서는 내 세계를 지켜주면서도 생각의 틀을 넓혀주는 디즈니를 사랑한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서도 디즈니표 기발하고 다정한 상상력이 펼쳐진다. 우선, 마드리갈 가족이 사는 집, '까시타'도 살아 움직이는데, 사실 내 맘속 이 작품 최애는 까시타다. 어쩜 이리 잔망스러운지, 정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까시타 귀여운 걸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메인 캐릭터들이 가진 마법 능력의 다양함도 신선했다. 내가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하면 하늘을 날아다닌다든지, 싸움을 무진장 잘한다든지, 물을 움직인다든지 하는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나온 전형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인데. 과연 디즈니는 그것보다 더 유니크한 마법능력을 캐릭터들에게 부여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는 마드리갈 가족의 구성원인 총 12명의 메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지금까지 봐 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단연 많은 주인공 숫자다. 그런데 각자가 가지고 있는 마법이 워낙 다르고 외모도 개성적이라 헷갈리지 않는다. 당나귀 여섯 마리쯤은 쉽게 들 수 있는 힘센 루이사, 장미를 마음대로 꽃 피울 수 있는 완벽한 이사벨라,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안토니오,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카밀로 등. 이토록 막강한 마드리갈 가족 중 주인공 '미라벨'만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마법 능력이 없다. 특별한 가족들에 비해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래서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자신도 모르게 주눅 들어있는 미라벨. 스포일러를 할 수 없어서 말을 아끼겠지만, 미라벨의 마법은 평범함에서 비롯되는 용기와 선의가 아닐까 싶다. 평범한 사람이기에 가질 수 있는 것들. 어쩌면 그 어떤 마법보다 큰 힘을 가진 마법.
다양한 마법 능력을 가진 마드리갈 가족이지만 이들이 낯설지 않고 왠지 모르게 감정이 이입되는 것은 가족들끼리 척척 호흡을 맞춰 가다가도 때론 다투고 어렵게 화해를 하는 모습이 현실의 우리들과 닮았기 때문이다. 남미는 '가족'의 가치와 유대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함께 모여 살고, 같이 식사를 하고, 가족이 어려움에 처하면 발 벗고 나서는. 이런 문화적 배경에 기인해 12명의 개성적인 인물이 탄생했다. 사실 마법 능력이 있는 가족이라니 어려울 게 어딨겠어 싶지만, 우리는 진짜 우리 가족의 생각이나 고민거리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스스로 느끼는 괴로움이나 고민을 가족들에게 편히 털어놓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또 다른 이야기다. 비단 이 작품 속 마드리갈 가족뿐 아니라 현실 속 우리의 가족을 생각해보게 해 준다.
이문화(異文化) 배경의 작품을 만들 때는 철저히 현지 조사를 하는 디즈니답게,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건축가, 식물학자 등 콜롬비아 문화 자문단을 꾸려 콜롬비아 문화에서 받은 영감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과연 마드리갈 가족의 의상이나 사는 집의 구조, 등장하는 초목 등에서 남미의 느낌이 제대로 묻어 나왔다. 특히 가운데 중정이 있는 남미 특유의 집 구조는 몇 년 전 스페인 여행을 하며 머물렀었던 세비야의 현지인 집을 떠오르게 했다. 현지의 스타일에 디즈니의 상상력을 더하고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공감까지 이끌어 낸 '엔칸토: 마법의 세계'. 즐거웠다가, 환상적이었다가, 슬펐다가, 감동했다가. 그야말로 생동감 넘치는 마법에 걸린 듯한 시간이었다.
아 참, 디즈니의 전통에 따라 이 작품 앞에도 미니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정말 귀여우니 심장 잘 부여잡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