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 Dec 20. 2021

왓챠 일본 드라마 추천 3탄(5편)

1. 이치케이의 까마귀

(2021년 작, 에피소드 11회, 회당 50분가량)

*출연 : 타케노우치 유타카, 쿠로키 하루, 아라타 마켄유, 야마자키 이쿠사부로, 사쿠라이 유키

 법정물 좋아하는데, 최근에 재미있게 본 작품. 도쿄 지방법원 제3지부 제1형사부의 형사재판 담당 판사 이루마 미치오(타케노우치 유타카 배우)는 판사로서의 권위보다는 피고인을 비롯한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선입견 없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하는 스타일. 이에 비해 이곳으로 새로 발령받은 치즈루(쿠로키 하루 배우)는 유명한 선배 판사들을 동경하며, 판사란 위엄 있어야 하고 사건 처리를 효율적으로 진행해 실적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스타일.

 

 아무리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어도 진실 규명에 목숨을 거는 이루마와 적당히 좀 했으면 좋겠다 하는 치즈루를 비롯한 형사재판 팀이 초반에는 대립하다가, 점점 모두 이루마의 스타일에 동화되어가며 환상의 케미를 보여준다. 검사와 변호사, 피고와 원고, 증인들의 이야기 속에서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이루마는 판사의 재량으로 '직권'을 발효해 판사 주도로 사건을 재현하며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매 회의 에피소드가 적당히 감동을 주면서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스타일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일드의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 '리갈 하이'와 '99.9~형사 전문 변호사~'와 함께 볼만한 일본 법정 드라마로 등극할 자격이 있다.


-  다소 뻔한 이야기 흐름. 그리고 인간적으로 타케노우치 유타카랑 쿠로키 하루 나이차가 몇인데 그 애매한 러브라인은 좀 빼자.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다 살린다. 주연들도 조연들도 특별히 연기가 튀는 사람 없이 자연스레 어울리는 케미. 타케노우치 유타카는 나이가 들어도 목소리와 미소가 멋지다.  숏컷의 쿠로키 하루도 매력적.


2. 드래곤 사쿠라

(2005년 작, 에피소드 11회, 회당 50분가량)

*출연 : 아베 히로시, 하세가와 쿄코, 야마시타 토모히사, 나가사와 마사미, 나카오 아키요시, 아라가키 유이

 오래전 작품이라 볼까 말까 고민하다 나가사와 마사미랑 각키가 나온대서 봤는데, 웬걸,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일대에서 공부 못하는 학교로 유명한 류잔 고등학교의 문제아들이 도쿄대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 이야기.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지금 인기스타들의 어린 모습을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청춘물이다.

 

 사회로부터, 어른들로부터 ' 같은 바보는 어차피 안된다'라는 말에 상처 받아온 아이들이 '무시당하기 싫으면 일단 도쿄대에 들어가라'라는 사쿠라기 선생(아베 히로시 배우) 말에 오기로 도쿄대를 목표로 하는 특별 진학반에 들어가게 되고, 처음으로 자신들을 무시하지 않는 어른과 함께 제대로 공부하면서 목표에 도전한다는 성장 스토리. 이거 유치할  같지만 은근히 감동적이었다. 실제로 당시의 대입 입시에 써먹을  있을법한, 주입식 교육의 허점을 공략하는 전략들이 나와서 현생에서 공부의 동기부여가  정도다. 야마삐, 마사미, 각키 같은 지금은 완전 스타인 그들의 풋풋한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류잔 고등학교 선생님들, 조금만 더 학생들을 위해 의욕적으로 임해주시면 안 될까요? 선생님들이 애들을 포기한 것 같은 초반 설정이 답답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저런 성적에서 1년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도쿄대 가는 건  역시 무리겠죠?    


+ 사쿠라기 선생은 아베 히로시 인생 배역인 듯. 사쿠라기 선생님처럼 사회의 쓴맛을 솔직히 알려주고 조언해 주는 선생님이 한 학교 당 한 명씩은 있었으면 좋겠다. 특별 진학반 학생들도 미운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한 명 한 명 모두 매력적이고 너무 소중해.


3. 드래곤 사쿠라2

(2021년 작, 에피소드 10회, 회당 50분가량)

*출연 : 아베 히로시, 나가사와 마사미, 미나미 사라, 타카하시 카이토, 히라테 유리나, 카토 세이시로, 스즈카 오지, 시다 사라, 호소다 카나타, 사토 하야토, 에구치 노리코

 드래곤 사쿠라가 2005년 작인데, 그 후속편이 2021년에 나왔다! 무려 16년 만의 후속편. 주목할 점은 사쿠라기 선생 역으로 여전히 아베 히로시 배우가 나오고, 전편에서 학생으로 나왔던 나가사와 마사미 배우가 이번에는 변호사가 되어 등장했다는 것!

 

 큰 흐름으로 보면 전작과 유사하다. 답 없어 보이는 저조한 성적의 아이들을 모아 개과천선 시켜 도쿄대로 보내는 것. 물론 시대가 달라진 만큼 상세 설정들은 다르다. 학교 재단의 운명을 걸고 펼쳐지는 도쿄대 진학 작전으로 스케일도 조금 더 커진다. 1화를 재생하면서는 뭐야, 식상하구먼? 싶었다.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 등장했던 배우들이 포진해 있어서, 약간 학교 버전 한자와 나오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중반으로 달릴수록 역시 애들을 응원하게 되면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학원물 특유의 청량감은 덤.


- 결말이 예상되는 듯한 느낌. 어차피 몇 명은 도쿄대 입학 성공하고 몇 명은 못하겠지! 그리고 2005년 드래곤 사쿠라에서 폭주족으로 나왔던 배우가 여기서는 이사장으로 나와서 읭? 싶었다. 캐릭터 붕괴 무엇.


+ 드라마는 결말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예상하면서 보지만 그래도 재밌다. 응원하고 싶은 아이들, 감사를 전하고 싶어지는 어른들.   


4. 천국과 지옥 ~사이코인 두 사람~

(2021년 작, 에피소드 10회, 회당 50분가량)

* 출연 : 아야세 하루카, 타카하시 잇세이, 에모토 타스쿠, 미조바타 준페이, 나카무라 유리, 사코다 타카야, 하야시 야스후미, 노마구치 토오루, 요시마 카즈토요, 바바 토오루

 내가 좋아하는 배우, ‘아야세 하루카’와 ‘타카하시 잇세이’ 가 공동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 형사인 아야코(아야세 하루카 배우)와 살인사건 용의자 히다카(타카하시 잇세이 배우)의 영혼이 뒤바뀌면서 전개되는 내용으로 약간의 판타지스러운 면(달밤에 영혼 체인지라니..)이 있지만 연쇄 살인 사건이라는 설정과 두 배우의 연기력에 빠져 재밌게 봤다.


 특히 두 배우가 영혼이 바뀐 뒤 연기하는 말투, 동작, 표정의 변화가 일품. 둘 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 가능한 설정이었겠지만, 초반에 배우들이 가지고 있던 톤이 영혼 바뀌자마자 미묘하게 상대방을 닮은 느낌을 자아냈다. 타카하시 잇세이 배우의 중저음을 좋아하는데, 아야코 영혼이 몸에 들어온 이후 목소리 톤이 은근히 계속 올라가 있어서 괜히 약간 아쉬웠달까. 살인사건 용의자이자 남자의 영혼이 들어온 아야세 하루카의 표정이 때때로 진짜 사이코 패스 같아 보일 때도 있어서 무서웠다.

 

 큰 줄기의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했지만, 드라마에 힘을 불어넣은 것은 역시 두 주연 배우. 영혼이 바뀌어서 아야코 몸의 형사가 되어버린 연쇄 살인 용의자는 최선을 다해 수사해서 히다카를, 정확히 말하자면  아야코의 영혼이 들어간 자신의 몸을 잡아서 교도소에 집어넣는 게 좋을까. 그러면 다시는 본인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배우들도 그런 딜레마를 안고 결정적인 순간의 미묘함과 내적 갈등을 잘 표현한다. 볼수록 빠져들었던, 마지막 화로 갈수록 흥미진진했던 작품.


- 영혼 체인지 소재, 베토벤의 운명을 어레인지 한 주제 선율, ‘복수’라는 목적으로 자행되는 연쇄살인은 뭔가 좀 식상하지 않나? 드라마 제목도 좀…


+ 아야세 하루카, 각 잡고 잘생겨 보인다. 타카하시 잇세이가 점점 예뻐 보인다. 외모와 성별을 떠나 연기로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두 사람, 그리고 이 드라마의 매력.


5. 부인은 취급주의

(2017년 작, 에피소드 10회, 회당 50분가량)

* 출연 : 아야세 하루카, 니시지마 히데토시, 히로스에 료코, 혼다 츠바사, 이시구로 켄, 나카오 아키요시, 긴푼초

 아야세 하루카 작품 찾다가 보게 된 드라마인데, 의외로 재밌어서 빠르게 완주한 드라마. 싸움을 무진장 잘하는, 파란만장한 과거를 가진 나미(아야세 하루카 배우)가 미팅에서 만난 유키(니시지마 히데토시 배우)와 결혼하고 전업주부가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나미 부부는 결혼하면서 고급 주택가 단독 주택에 이사 오게 되고, 나미는 마을 주부 유리(히로스에 료코 배우), 쿄코(혼다 츠바사 배우) 친해진다. 그리고  셋이(사실 주로 나미가) 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해결하는 스토리. 언니 같은 의젓한 유리, 막냇동생 같은 귀요미 쿄코와 함께 주부 3명의 케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야세 하루카는 일본 여배우  액션을 잘하는 배우  하나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드라마는 아야세의 액션을 부각해서 홍보했다고 한다.

 

 가부장적인 일본의 남편상이나 가정 폭력, 시댁 문제, 불륜 등 보수적인 일본 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답답하기도 했으나, 화려하지는 않아도 시원시원하게 악당들을 두들겨 패는 아야세의 액션에 속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미 못지않게 미스터리한 과거를 가진 듯한 나미의 남편 유키의 캐릭터도 매력적.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언제까지 그렇게 멋있을 건지 궁금하다.


- 일본의 바람직하지 않은 결혼 생활의 예시가 너무도 잘 나타나서 고구마 답답이. 그리고 결말의 반전은 떡밥 회수 어떻게 할 거야.. 2020년에 일본에서 영화 개봉했다던데 한국에는 안 들어오려나..


+ 매 회마다 펼쳐지는 다른 사건들이 은근히 스릴 있다. 전업주부를 평가절하하는 주변의 콧대를 눌러주듯, 불합리한 일들을 해결해 나가는 나미가 최고다.

매거진의 이전글 총천연색으로 반짝이는 경쾌함, <엔칸토: 마법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