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 Feb 19. 2022

[드라마리뷰] 언내추럴

 일본 친구들에게 드라마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작품 중 하나. 그리고 한국의 일드 팬들에게도 손꼽히는 명작 중 하나. 일본의 절세 미녀, '이시하라 사토미' 배우가 주인공인 데다, 드라마 OST는 내가 좋아하는 '요네즈 켄시'의 'Lemon', 안 볼 이유가 없었다. 너무나 흥미로울 것 같았지만 시청을 망설였던 것은 이 드라마는 법의학에 관한, 즉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을 부검하며 그 사람의 사인(死因)을 밝혀내는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평소에 일드를 밥 먹으며 보는데, 비위가 약한 나로서는 이 주제가 좀 부담스러워서 첫 회를 플레이했다가 중간에 이탈했었다. 그러다 주말 오후에 심심해서 이어 보기 시작했는데, 빙고! 안 봤으면 후회했을 일드다.

쇼지와 미코토, 두 여주의 케미가 대박이다

 

 UDI(Unnatural Death Investigation) 연구소에매일 사인이 불분명하거나 의심스러운 시신들이 들어온다. 주인공들은(법의학 부검의, 임상병리사)  시신들을 살펴보고 이들이  죽음에 이르렀을지 고민하면서, 죽어서는 억울함이 없도록 정확한 사인을 판단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일단 주인공들의 연기에 과장이나 지나친 코믹 요소나 오버하는 분위기가 없었는데, 이시하라 사토미를 '교열걸' 드라마로 먼저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교열걸 속에서의 '코노 에츠코' 상반된,  가라앉아 있으면서도 소명의식이 분명한 '미코토' 연기가 정말 좋았다.

유명한 짤, 미코토의 캐릭터를 단번에 보여주는 대사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신념을 가지고 현실에 충실한 '미코토'를 비추는 카메라도 그녀를 '여자 주인공'이라는 프레임으로 대상화하는 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 일하는 한 인간으로서 조명하는 것 같아서 인상 깊었다. 의학 드라마에서 능력 좋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듯 바쁘게 생활하는 의사인데도, 몸매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화려한 의상이라든지 완벽히 세팅된 헤어스타일이라든지 과한 네일아트를 하고 나오면 흥이 깨지고 마는 나로서는, 몸에 걸친 것 중 가장 빛나는 것이 '눈빛'인 미코토 설정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런 수수한 의상에도 불구하고 이시하라 사토미 배우는 정말 이쁘다.

나카도, 딱 봐도 사연있어 보이는 비주얼

 

 초반에는 '나카도' 역의 '이우라 아라타' 배우가 너무 혼자 튀고 까칠하길래 좀 거슬렸었는데, 이야기 전체 흐름을 읽고 나니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고 자연스럽게 납득. '젠장'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고, 거칠고, 사회성도 없고, 모든 것에 불만투성이인듯한 그가 왜 법의학 부검의로 바쁘게 일하는 걸까 의문스러웠는데, 이야기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나카도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아아 나였어도...'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언내추럴에서 무민 아저씨
MIU 404에도 나오는 무민 아저씨 ㅋㅋㅋ


 다소 사족이긴 하지만, 나는 '아야노 고' 배우도 좋아하는데 인상 깊게 봤던 작품 중 하나가 'MIU 404'이다. 언내추럴과 MIU 404 둘 다 '노기 아키코' 각본으로, 두 드라마의 세계관이 이어져있다. 드라마 방영 순서는 언내추럴이 2018년, MIU 404이 2020년으로 언내추럴이 더 빠르다. MIU 404에서 시신 부검을 UDI에 의뢰하는 장면이 나왔고, 언내추럴에서 무민 덕후였던 분이 MIU 404에 우정 출연하거나 나카도의 목소리가 깨알같이 등장하기도 했다. MIU 404을 보면서 어찌나 반갑던지.

미코토와 나카도의 대립도 중요한 서사 중 하나다.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나카도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언내추럴에서는 메르스 같은 전염병에서부터, 익사, 감전사, 자살 등 여러 가지 사망 원인들이 나오고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지는 것과 동시에, 나카도의 사연이 드라마 전체에 걸쳐 조금씩 풀려나간다. 두 가지 구조의 이야기가 나중엔 하나로 합쳐지면서 이 드라마를 더욱 입체감 있게 만들고, 계속 긴장감을 부여한다. 쓸데없는 러브라인이 없는 것도 너무 좋았다.


 '각본 너무 좋은데?' 싶어서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노기 아키코' 작품이었다. 참고로 그녀의 드라마 주요 작품으로는 '중쇄를 찍자',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언내추럴', 'MIU 404'이 있다. 왜 일본 친구들이 이 드라마를 자신 있게 추천했는지 알 것 같다. 매 회가 하나의 잘 짜여진 추리소설 같았고, 한없이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고된 사연들 속에서도 꿋꿋하게 현실을 살아내는 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태도가 인상깊었다. 그리고 마냥 어두운 느낌보다는, 매회 사회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해 일본에서도 수작으로 꼽힌다는 듯. 실제로 2018년 1분기의 '더 텔레비전 드라마 아카데미 상'에서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드라마송상, 각본상, 감독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훈훈한 나카도와 미코토

 

 그리고 ost도 드라마의 이야기와 분위기에 찰떡같이 붙어, 보는 이의 감정을 건드린다. 가수 '요네즈 켄시'의 경력에 있어서 크게 한 획을 그은 곡이자, 드라마의 주인공들 누구에 대입해도 맞아떨어지는 가사. 이 곡은 요네즈 켄시가 언내추럴 제작진의 오퍼를 받아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작진이 미리 각본 등을 요네즈 켄시에게 전달하며 ‘상처받은 이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느낌의 곡’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그러나 곡 작업을 하던 중 요네즈 켄시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었고, 그 상실감이 요네즈가 곡을 만드는데 있어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결국 ‘당신을 잃어 슬픈 나는 당신이 너무 그립다’의 메시지가 되어버린 듯. 夢ならばどれほどよかったでしょう(꿈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미코토가, 나카도가, 그리고 죽은 이들이 읊조렸을 법한 가사에 눈물이 왈칵한다. 여운이 상당히 오래가는, 정말 아끼는 일본 드라마.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UDI 식구들

(-) 주제가 법의학이다 보니 시신이 계속 등장하고, 주인공들이 이를 해부하고 조사하며 아무렇지 않게 대사를 하는데 비위 약한 나로서 처음에는 좀 힘들었다.


(+) 범인 서사보다는 사망한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에 공감하는 이야기라 좋다. 매 에피소드 후반부 감정이 터져버리는 시점에 흘러나오는 ost도 훌륭.

사실 아직도 언내추럴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ㅠㅠ


* OST 였던 요네즈 켄시의 Lemon

https://www.youtube.com/watch?v=SX_ViT4Ra7k


OST였던 요네즈 켄시의 레몬은 요즘도 자주 듣는데,

들을 때마다 언내추럴의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드라마와 한 몸 같았던 곡.



夢ならばどれほどよかったでしょう

유메나라바 도레호도 요캇타데쇼-

꿈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未だにあなたのことを夢にみる

이마다니 아나타노 코토오 유메니 미루

아직까지도 당신을 꿈에서 봐


忘れた物を取りに帰るように

와스레타 모노오 토리니 카에루요-니

잊어버린 것을 가지러 돌아가는 것처럼


古びた思い出の埃を払う

후루비타 오모이데노 호코리오 하라우

낡은 추억의 먼지를 털어내



戻らない幸せがあることを

모도라나이 시아와세가 아루코토오

돌아오지 않는 행복이 있다는 것을


最後にあなたが教えてくれた

사이고니 아나타가 오시에테 쿠레타

마지막에 당신이 알려주었어


言えずに隠してた昏い過去も

이에즈니 카쿠시테타 쿠라이 카코모

말없이 감추었던 어두운 과거도


あなたがいなきゃ永遠に昏いまま

아나타가 이나캬 에이엔니 쿠라이 마마

당신이 없다면 영원히 어두운 채로



きっともうこれ以上傷つくことなど

킷토 모- 코레 이죠- 키즈츠쿠 코토나도

분명 이제 더 이상 상처입는 일 따위


ありはしないとわかっている

아리와시나이토 와캇테이루

없으리라는 건 알고 있어



あの日の悲しみさえ あの日の苦しみさえ

아노 히노 카나시미사에 아노 히노 쿠루시미사에

그 날의 슬픔마저 그 날의 괴로움마저


その全てを愛してたあなたとともに

소노 스베테오 아이시테타 아나타토 토모니

그 모든것을 사랑했었던 당신과 함께


胸に残り離れない苦いレモンの匂い

무네니 노코리 하나레나이 니가이 레몬노 니오이

가슴에 남아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씁쓸한 레몬의 향기


雨が降り止むまでは帰れない

아메가 후리 야무마데와 카에레나이

비가 그칠 때까진 돌아갈 수 없어


今でもあなたは私の光

이마데모 아나타와 와타시노 히카리

지금도 당신은 나의 빛이야




暗闇であなたの背をなぞった

쿠라야미데 아나타노 세오 나좃타

어둠 속에서 당신의 등을 덧그렸어


その輪郭を鮮明に覚えている

소노 린카쿠오 센메-니 오보에테이루

그 윤곽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어


受け止めきれないものと出会うたび

우케토메 키레나이 모노토 데아우 타비

받아들일 수 없는 것과 만날 때마다


溢れて止まないのは涙だけ

아후레테 야마나이노와 나미다다케

흘러넘쳐 멈추지 않는 것은 눈물 뿐



何をしていたの 何を見ていたの

나니오 시테이타노 나니오 미테이타노

무엇을 하고있었니 무엇을 보고있었니


私の知らない横顔で

와타시노 시라나이 요코가오데

내가 모르는 옆모습으로



どこかであなたが今 私と同じ様な

도코카데 아나타가 이마 와타시토 오나지요-나

어딘가에서 당신이 지금 나처럼


涙に暮れ淋しさの中にいるなら

나미다니 쿠레 사비시사노 나카니 이루나라

눈물에 젖어 외로움 속에 있다면


わたしのことなどどうか 忘れてください

와타시노 코토나도 도-카 와스레테쿠다사이

나 따위는 부디 잊어 주세요


そんなことを心から願うほどに

손나 코토오 코코로카라 네가우 호도니

그런 것을 진심으로 바랄 정도로


今でもあなたは私の光

이마데모 아나타와 와타시노 히카리

지금도 당신은 나의 빛이야




自分が思うより

지분가 오모우요리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恋をしていたあなたに

코이오 시테이타 아나타니

사랑을 했었던 당신에게


あれから思うように

아레카라 오모우요-니

그후로 생각처럼


息ができない

이키가 데키나이

숨을 쉴 수가 없어


あんなに側にいたのに

안나니 소바니 이타노니

그렇게 곁에 있었는데


まるで嘘みたい

마루데 우소미타이

마치 거짓말 같아


とても忘れられない

토테모 와스레라레나이

도무지 잊혀지지가 않아


それだけが確か

소레다케가 타시카

그것만이 확실한 것




あの日の悲しみさえ あの日の苦しみさえ

아노 히노 카나시미사에 아노 히노 쿠루시미사에

그 날의 슬픔마저 그 날의 괴로움마저


その全てを愛してたあなたとともに

소노 스베테오 아이시테타 아나타토 토모니

그 모든 것을 사랑했었던 당신과 함께


胸に残り離れない苦いレモンの匂い

무네니 노코리 하나레나이 니가이 레몬노 니오이

가슴에 남아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씁쓸한 레몬의 향기


雨が降り止むまでは帰れない

아메가 후리 야무마데와 카에레나이

비가 그칠 때까진 돌아갈 수 없어


切り分けた果実の片方の様に

키리와케타 카지츠노 카타호-노요-니

반으로 잘린 열매의 한쪽처럼


今でもあなたは私の光

이마데모 아나타와 와타시노 히카리

지금도 당신은 나의 빛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왓챠 일본 드라마 추천 3탄(5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