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오사카, 온야도 노노 난바 내추럴 핫스프링, 우메다 구경
(2022년 11월 27일 여행)
'기요미즈데라(청수사)에 몸을 던지듯이'라는 표현이 있다. 운명적인 일이, 돌이킬 수 없는 큰 결심이 시작되었음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고등학교 때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줄곧 청수사는 어떤 곳일까 생각했다. 이번에 교토를 오게 되면서 꼭 가봐야지 싶었던 청수사. 청수사는 교토의 유명 관광지인 데다 단풍철에는 더욱 인기가 많아서 내가 여행하던 시기에는 방문객이 어마어마했다. 그나마 아침에 가면 사람이 좀 덜 할 것 같아 일요일 아침에 방문. 이 날은 오사카로 이동하는 날이었기에 짐을 다 싸서 호텔을 체크아웃, 캐리어를 호텔에 맡겨두고, 근처 대로에서 택시를 타고 10여 분 만에 청수사 상점가 입구에 도착했다. 청수사 근처의 상점가(산넨자카, 니넨자카)도 유명한데 아침이라 아직 상점가들이 문을 열지 않았던 시각, 우선 청수사부터 돌아보기로 했다.
일요일이었지만 일찍 가서 그런지 표 구매는 줄 안 서고 금방 완료. 하지만 본당 쪽으로 가니 일본인 관광객들, 수학여행 온 일본 학생들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벌써 우글우글했다. 아찔한 절벽 위에 자리 잡은 본당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교토에서 가장 원색적인 단풍이 눈에 들었다. 과연 절경이구나 싶었다. 계속 바라보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꾸역꾸역 밀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후퇴. 사진 찍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반가운 한국어가 들려서 보니 한국분들도 많이 와계셨다. 내적 친밀감이 발동해서 사진을 찍어드리기도 하고 찍어달라고 부탁드리기도 했는데 역시 사진은 한국사람들이 제일 잘 찍는 듯하다!
하지만 본당에서 인상 찌푸려지는 일이 있었는데, 어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일본 남자가 다가와서 어디서 왔냐느니, 자기는 한국 여자가 제일 좋다느니 어처구니없는 말을 해대며 집적거리는 것. 좋은 곳에서 불경스러운(?) 짓을 하는구나 싶었다. 나뿐만 아니라 일본 여학생들한테도 그러고 있더라, 참 한심. 이런 사람은 청수사를 관리하는 분들이 저지해야 하지 않나 싶다.
암튼 기운이 좋은 곳에 온 김에, 오마모리(お守り)도 사봤다. 오마모리는 일종의 부적. 일본 드라마를 보면, 가내안전이라든지 건강이라든지 교통안전이라든지 하는 바람을 담은 부적을 절에서 사다가 소중히 가지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어서 행복 기원, 건강 기원 부적을 샀다. 부모님 선물드리고 집에 잘 걸어두어야지. 내 뒤에 줄 선 수학여행 온 학생이 '학업성취 부적 사서 공부 안 하고 신한테 부탁해야지' 하는 말 듣고, 아이고 어려서 귀엽구먼 싶었다 ㅋㅋㅋ 역시 공부하기 싫은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은가 보다.
오노타키 폭포에는 줄이 어마어마해서 가지 않기로. 특별히 더 바랄 것도 없었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일본식 정원이 보였는데, 단풍의 끄트머리와 호수의 조화가 참 평화롭고 좋았다. 사람도 많이 없어서 멍 때리고 바라보다가 스르륵 청수사를 뒤로하고 나왔다.
구경을 하고 상점가를 따라 걸어내려 가는데, 하나둘씩 문 연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상점가를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산넨자카로 진입. '킨키키즈의 붕부붕'의 '코다 쿠미'편에서 나왔던 sou sou가 보이길래 냅다 들어갔다. 화과자를 쿠시카츠처럼 꼬치에 꽂아서 걸어 다니면서도 먹을 수 있게끔 한 게 유명하다. 하나 사 먹어봤는데, 보기에도 귀엽고, 양갱/당고 느낌의 식감에 달달해서 한 번에 당충전이 되는 느낌이었다. 계절한정 쿠시화과자 한 개 500엔.
조금 걸어가다 보니 매실로 유명한 '오우스노 사토'를 발견! 딱 오픈 시간에 도착해서 후딱 들어가 둘러보고 우메보시 초심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코이시타우메(사랑에 빠진 매실?)'와 말린 매실이 들어간 후리카케를 샀다. 기온 쪽에 있는 오우스노 사토에 들르고 싶었지만 못 가서 아쉬웠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산넨자카에서 발견할 줄이야! 내가 산 ‘코이시타우메’는 알이 좀 작은 매실로 만들어졌고 신맛과 짠맛, 단맛의 밸런스가 좋았다. 한국에서 맛있게 먹고 있다.
https://goo.gl/maps/zmsUu5GjG5kc5mgMA
https://goo.gl/maps/Wf942K27EbJHFKEm6
https://goo.gl/maps/SMnbd6TSukHCsukM7
교토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어디서 먹을까 하다가, 든든하게 텐동을 먹기로 했다. 텐동 마키노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꽤나 유명한 텐동집으로, 니시키 시장 근처에 있다. 청수사에서 나와서 버스를 타고 니시키 시장까지 갈까 했는데 걷다 보니 그다지 멀지 않아서 청수사-산넨자카-야사카신사-니시키시장까지 천천히 걸어서 가게 됐다. 텐동 마키노에 대한 감상은 기 올렸던 포스팅으로 대체.
https://blog.naver.com/saddysb/222947087376
한큐 교토선을 타고 교토 가와라마치역에서 출발, 아와지 역에서 한큐 센리선으로 옮겨 타서 닛폰바시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근처에 위치한 호텔 '온야도 노노 난바 내추럴 핫 스프링'. 캐리어 끌고 지하철로 환승까지 하는 이동이라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오는 길은 순탄했다. 닛폰바시 역에서 출구 올라오는 계단이 다소 힘들었을 뿐.
이 호텔은 닛폰바시 역 도보 2분, 도톤보리와 난바파크스와도 걸어서 가까운 거리에 있고 바로 근처에 패밀리마트가 있어서 위치적으로 좋은 숙소다.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난카이 난바 역이 있고 여기서 라피트를 타면 간사이 공항으로 바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편리한 위치다. 무엇보다 이곳은 대욕장과 밤 9시가 넘으면 무료로 제공하는 라멘이 유명하다. 나는 하필 그날이라 대욕장은 구경도 못했고, 먹어야 할 야식을 편의점에서 매일 사 왔기 때문에 라멘도 먹지 않았음. (더 많이 먹을만한 역량이 안되어서 굉장히 슬펐음) 이 부분도 누렸다면 만족도가 더 높았을 텐데.
예약은 아고다에서, 결제는 숙소에서 했다. 2박에 183,337원. 로비로 들어가면 캐리어를 스탭이 받아가서, 캐리어 바퀴를 정성껏 닦아준다. 이곳은 로비 들어가면서부터 무조건 신발을 벗기 때문. 그래서 양말을 챙겨가 신고 다니길 추천한다. 프런트에 이야기하면 얇은 실내용 슬리퍼를 주기는 한다. 로비에 치약, 칫솔 등 어메니티들이 있어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면 된다. 로비의 락커에 신발을 집어넣고 양말만 신은 채로 캐리어를 돌돌 끌면서 객실로 이동. 한국인 스탭도 계셔서, 한국인들에게 좀 편리한 호텔인 듯싶다.
객실도 다다미 바닥이었다. 창문은 활짝은 아니지만 비스듬히 열 수 있도록 되어있었고. 나름대로 청결하게 관리하고 있는 듯 하나, 뭔가 모르게 맨발로 다니기에는 찝찝해서 나는 항상 양말이나 수면양말을 신고 다녔다. 위치적으로 좋은 호텔이지만, 시끄럽다는 것이 단점. 아무래도 번화가 쪽이다 보니 오토바이 소리, 차소리가 너무 잘 들렸다. 내가 머물렀던 객실이 5층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바깥 차소리가 시끄러워서 귀마개를 하고 잤다. 교토에서 머물렀던 미츠이 가든 호텔은 번화가여도 약간 골목 안이어서, 그리고 교토 특성상(?) 시끄러운 오토바이들이 안 다녀서 그런지 조용했었는데. 이 호텔은 외부 소음이 있었다는 게 다소 아쉬움. 그것만 아니면 꽤나 가성비 좋은 호텔이라는 생각이 든다.
https://goo.gl/maps/cEu9GneKKUtsrrQC7
오사카 호텔에 체크인하고 나서 향한 곳은 우메다. 우메다는 오사카에서도 꽤나 붐비는 곳 중 하나로 다이마루 백화점(포켓몬 센터, 닌텐도 스토어, 토큐한즈 있음), 요도바시 카메라 같은 쇼핑센터들과 리츠 칼튼, 인터컨티넨탈 같은 고급 호텔들이 많은 곳이다. 개인적으로 난바보다 더 정돈된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는 번화가 중 하나.
다이마루 백화점 우메다점 13층에는 포켓몬 센터와 닌텐도 스토어가 있어서 구경하러 갔었는데 포켓몬 센터는 입장은 할 수 있었지만 어마어마한 계산대 줄을 보고 꼬리 내리고 퇴장. 닌텐도 스토어는 입장조차도 줄이 너무 길어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패배자의 모습을 하고 같은 건물 10층~12층을 차지하고 있는 도큐한즈에 갔다가 스티커 보고 신나서 몇 개 질러버림. 스티커는 사도 막상 잘 쓰지도 않으면서 왜 자꾸 모으고 싶어 질까.. 하지만 스파이 패밀리의 아냐가 눈앞에 있는데 안 살 수가 없었던 나란 오타쿠... 스티커를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ㅋㅋㅋㅋㅋ
우메다에 왔으니 공중정원을 가야지. 공중정원은 30층정도 높이의 전망대로, 6년 전에 친구와 둘이서 가 본 적이 있다. 우메다의 반짝거리는 야경이 예뻤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가보기로. 다만, 공중정원은 우메다역에서는 좀 먼데, 역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구글맵을 켜놓고 걷고 있으면 나랑 비슷한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이 있어서 헤맬 걱정은 없었다.
6년 전 왔을 때는 사람이 꽤 많아서 입장도 줄 서서 기다렸던 것 같은데, 오늘은 일요일 저녁이었다 보니 별 다른 대기 없이 들어가서 바로 표 끊고 입장. 공중정원은 창 밖으로 보는 풍경도 이쁘지만 역시 스카이 워크를 걸어야 한다. 바깥으로 나가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오사카의 전경은 정말 예뻤다. 보아 노래 중에서 '공중정원'을 좋아하는데, 공중정원을 들으며 공중정원 스카이 워크에 서서 야경을 바라보는 기분이란... 뭔가 괜스레 감동적이었다. 이번 여행도 혼자서 잘 해냈고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난달까.
https://goo.gl/maps/JvJz3c3mjoSV8Vaf9
https://goo.gl/maps/9uek9Y992SikajMh9
https://goo.gl/maps/G2GUHJFDJG8hpQK66
★★★★☆ · 전망대
www.google.co.kr
우메다와 난바는 미도스지선을 타면 지하철 4 정거장으로 상당히 가깝다. 공중정원을 구경하고 불고기를 먹고 싶어서 난바 쪽으로 갔는데 빈자리가 없는 것.. 혹은 대기 줄이 길거나. 기다렸다가 먹을 정도의 의지는 없어서 뭘 먹지 고민하다가 눈에 띄는 라멘집으로 들어갔다. 이름은 라멘 텐도.
돈코츠계(돼지뼈 육수) 라멘을 제일 좋아하고 그 외의 라멘도 다 좋아하는 편인데 이 집은 파이탄계, 즉 닭육수의 라멘을 파는 가게였다. 가게는 좁았고 카운터 석들이 있었는데, 친절한 주인 한 명이 운영하고 있었다. 늦은 저녁 시간대라 그런지 맛달걀이 다 떨어졌다고 해서 ㅠ 파이탄 라멘에 차슈추가를 했다. 면은 얇은 면에, 곰탕 국물 같은 느낌의 진한 수프인데 상당히 산뜻한 맛이 났다. 닭고기 육수다 보니 아무래도 돼지뼈보다는 가볍고 잘 넘어가는 느낌. 차슈도 부드러웠다. 양이 많지 않은 편이라 많이 먹지 않는 편인 나도 한 그릇을 싹 비움. 우연히 발견한 집인데 상당히 레벨이 높은 가게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에 또 와보고 싶은 집이다. 파이탄 라멘 750엔, 차슈추가 250엔.
https://goo.gl/maps/Cv43YfVgFLPV92JV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