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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Jan 07. 2023

덕질하러 오사카 나들이

스즈메의 문단속, 난바 파크스, 쟈니즈샵, 난바 오뎅야

(2022년 11월 28일 여행)


 29일 아침 비행기로 귀국이었기 때문에 이 날은 실질적인 여행 마지막날이었다. 고베를 갈까 고민했었는데, 여행 기간 내내 아침방송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그의 최신작품 '스즈메의 문단속'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가 생겨 영화를 보러 가기로! 그리고 쟈니즈 소속 연예인의 굿즈를 살 수 있는 쟈니스샵도 들를 예정이고, '고독한 미식가' 스타일의 오뎅야를 찾아갈거라 오늘은 오타쿠의 날로 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 기간 동안 TV를 틀면 월드컵 축구 이야기랑 스즈메의 문단속 이야기가 참 많이 나왔던 듯.


 약간 딴소리지만, 월드컵에서 일본이 독일을 꺾은 것은 며칠 동안 전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패널로 나와 찬양하다시피 했다. 독일을 꺾었으니 당연히 이 정도 여운은 누려야지 싶다가도 나는 괜히 심술이 나기도 했고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강호를 상대로 악착같이 달려들어서 ‘오늘 우리는! 역사를 바꾼다!’ 하는 식의 전개는 스포츠물 덕후인 나를 울컥하게 만든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감동적이다.




난바 토호시네마 ‘스즈메의 문단속’


 난바에 토호시네마가 있어서 온라인으로 상영표를 체크했다. 도보로 15분 정도 걸어서 영화관에 도착했는데, 월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극장은 한산했다. 일본에서 영화 보는 건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표 사는 것은 키오스크를 통해 간단히 할 수 있었다. 다만 영화표가 1900엔이라니, 비싸다. 할인받을 여지가 없어서, 정가 주고 사서 더 그렇게 느낀 듯.


뭔가 허술한 영수증 같았던 표, 하지만 1900엔짜리 표임


 조금 기다린 후 두근두근하면서 상영관으로 입장. 한국과 마찬가지로 곧 개봉할 영화 예고편들이 나오는데 일본 드라마 보면서 익숙해진 배우들 얼굴이 나와서 반가웠다. 특히 ‘요시자와 료’가 찍은 크리스마스 영화는 보고 싶은데, 한국 개봉은 안 해주겠지 ㅠ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에서 11월 11일에 개봉했고, 신카이 감독 최대의 히트작 ‘너의 이름은’의 뒤를 이을 정도로 일본에서 화제였다. 로손 편의점 등 콜라보 제품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 줄거리도 모르지만 '그래도 신카이 감독 작품이고 요즘 최고 인기라니 재밌겠지!' 하고 들어갔다가 큰코다쳤다.


 왜 이 영화가 이토록 감동적인 영화라는 것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죠!! 아침방송에서도 하하 호호하는 분위기로 리뷰했잖아.. 눈화장을 곱게 하고 나섰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니 싹 사라진 거 실화냐고. 영화 보면서 감동받아서 잘 우는 편이긴 하지만, 영화 끝나고 나서 화장실에서 얼굴을 좀 수습하고 나가야 했다 ㅋㅋㅋㅋㅋ


영화의 교훈 : 이케멘이라고 덥석 따라가면 개고생 한다
다이지 ㅠㅠ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긴 말은 하지 않겠지만,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인적으로 '너의 이름은'에 '원령공주'가 섞인 느낌이었다. 폐허의 문을 열리면 재앙이 들이닥치는데 스즈메가 그 문을 열심히 닫으러 다니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다만 이번 작품은 유머 요소도 곳곳에 있고, 독특한 캐릭터들도 다수 등장한다. 음악의 경우 이번에도 Radwimps(래드윔프스)가 참여하긴 했지만, 일본의 오래전 가요를 중요한 장면에서 쓰는 등, 전반적으로 래드윔프스 뮤직비디오 같았던 '너의 이름은'보다 더 다채로워진 듯. 무엇보다 ‘다이지’, 너무 귀여워… 다이지 인형 있으면 사 오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언제 개봉할지 모르겠지만, 개봉하면 또 볼 예정.


 아침방송에서 봤는데, 신카이 마코토 사단에는 지브리 출신이 많다고 한다. 신카이 감독이 앉아서 작업하는 책상도 지브리에서 받아왔다고 하는 듯. 과연 철저한 곳에서 배웠으니 이 정도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만들어지는구나 싶었다. 특히, 신카이 감독이 펼쳐내는 영화 속 하늘과 풍경은 말해 무엇할까. 이번 영화는 판타지적 설정이 진해서, 도쿄 풍경 그 자체였던 ‘너의 이름은‘ 보다는 비현실적이었지만, 여전히 그의 영화 화면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https://goo.gl/maps/QcmNFCthHBixUgLeA




난바 파크스 ‘고베 모토마치 도리아’


 내일 공항으로 갈 때 ‘라피트’를 타고 가려고 난카이 난바 역에 가서 미리 표를 사두기로 했다. 난카이 난바에는 ‘난바 파크스’라는 쇼핑몰도 연결되어 있어서 점심도 여기서 해결하기로. 난카이 난바역 중앙개찰구 쪽으로 가면 티켓 오피스가 있고, 거기서 라피트 지정석을 구입했다. 뭘 먹을까 고민이 되어서 난바 파크스 지도를 보다가 식당가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 둘러보다 보니 오므라이스가 먹고 싶어 져서 ‘고베 모토마치 도리아’라는 가게로 들어갔다.


식당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고베의 모토마치가 번화한 상점가라던데. 고베는 못 갔지만 도리아는 먹어보자는 생각 ㅋㅋㅋㅋㅋ 메뉴판을 보다가 런치 세트로 ‘가지 토마토소스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 319엔을 추가하면 드링크 바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도 추가. 식당 분위기는 백화점 식당가 같았는데, 나처럼 혼밥 하러 온 여성분들이 많았고, 아이를 데리고 오셨거나 친구와 식사하는 분들도 계셨음.


계속 따끈한 상태로 벅을 수 있다


 이곳 오므라이스는 규가츠처럼 철판 같은데 나오는데 음식이 식지 않도록 아래에 양초를 넣어준다. 그래서 뜨끈뜨끈하니 혀 데이지 않도록 조심! 계란은 부들부들했고, 토마토소스와 잘 어울렸다. 상상했던 그대로의 일본 오므라이스 느낌. 곁들여 나온 샐러드도 싱싱했고. 먹다 보니 한 그릇 싹 비워버렸다. 드링크 바에는 오렌지주스, 사과주스, 칼피스 같은 음료와 커피종류, 홍차를 비롯한 다양한 차 종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음료를 여러 잔 마실 생각이라면 드링크바도 추가하는 게 좋을 듯하다.


319엔으로 무한정 셀프로 이용할 수 있는 드링크바


https://goo.gl/maps/oM9bMW7C2D4JvxdVA




난바 파크스 ‘루피시아(Lupicia)’


식사를 마치고 어딜 들를까 하다가 ‘루피시아’가 있는 걸 발견했다. 루피시아는 차를 전문으로 파는 곳인데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나는 차 마시는 걸 좋아하고 최근에는 카페인을 피하고 있는데, 디카페인 차를 구매하고 싶어서 루피시아를 찾아갔다.


아기자기한 가게 내부


 디카페인 차 종류로 보여달라고 했는데 종류가 꽤 다양했다. 디카페인/논카페인 차가 수십 종류 되는 듯. 이곳의 장점 중 하나는 준비되어있는 차 샘플의 향을 직접 맡아보고 고를 수 있다는 것. 물론 차 이름과 함께 차의 종류나 특성, 풍미가 적혀있기는 하지만, 역시 글로 보기보다는 직접 맡아보는 것이 좋다.


차 덕후에겐 이곳이 천국
논카페인, 저카페인, 디카페인 차 종류도 많았다


 보통 잎차로 팔지만 일부 티백형 제품도 있었다. 몇 가지 맡아보고 고민하다가 티백 제품도 있다는 디카페인 얼그레이, 페퍼민트와 레몬그라스를 블렌딩 한 ‘키케리키(Kikeriki)‘, 딸기와 바닐라 향을 블렌딩 한 루이보스 ‘여미(Yummy)’를 샀다. 귀차니스트인 나는 티백형을 선호한다. 티백 10개입 제품 기준 디카페인 얼그레이 820엔, 키케리키 980엔, 여미 820엔. 집에 와서 마셔보니 티백에 잎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고 맛이 진했다. 더 사 올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선물용으로도 아주 좋을 듯하다.


귀여웠던 크리스마스 버전 쇼핑백
세 제품 다 만족스러웠다




우메다 ‘쟈니즈 샵’


 사실상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던 쟈니즈 샵. 오사카에는 우메다에 있는데, 실은 어제 우메다에 온 김에 방문하려 했더니 사전 예약제라는 것. 사전에 홈페이지에서 방문 날짜와 시간대를 지정하고 예약 확정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는 거다. 이 사실을 몰랐던 나는 황급히 가게 앞에 안내되어있는 QR 코드를 통해 쟈니스 샵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후다닥 방문 일정을 잡았더랬다. 다행히 월요일 오후 3시 30분 시간대가 비어있어서 예약할 수 있었다. 하마터면 덕후가 성지를 못 들어가 보고 눈물만 흘리다 올 뻔!


쟈니즈 샵이 눈앞에 있는데 예약을 하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던 덕후 ㅠ
사전 방문 예약하고 발급되는 QR 코드를 보여줘야 입장이 가능하다
황급히 홈페이지에서 예약했다. 빈 시간이 있어 다행!


 예약한 시간 10분 전부터 쟈샵 앞에서 줄을 선다. 쟈샵 바로 앞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따끈한 디카페인 라떼를 마시면서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분명 저 사람들 중에서도 쟈니즈 팬이 있겠지, 하며!


따끈한 디카페인 라떼, 맛있었다


 입장시간이 되어서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품고 줄을 섰다. 월요일인데도 꽤나 많은 분들이 나처럼 줄을 서고 있었다. 외국인인 듯한 분들도 꽤 보였는데, 전원 여성분들 ㅋㅋㅋㅋㅋ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나면 QR 코드가 발급되는데, 직원분이 일종의 입장권 개념으로 이 코드를 찍고 나서 한 명씩 입장시켜 준다.


 판매하는 제품은 거의 사진이고 일부 클리어 파일과 굿즈도 있다. 구매하는 방법은 입장 전에 직원분이 안내해 주셨는데, ‘오더 어플’이 따로 있고 여기에 들어가서 각 사진에 붙어있는 미니 QR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면 내 어플 속 장바구니에 담기는 식이다. 이 얼마나 하이테크인지!


딱히 읽지 않아도 대충 어떤 방식일지 감이 온다 ㅋㅋㅋㅋㅋ
샵 안에 게시된 사진에 붙어있는 QR을 폰카로 찍으면 이렇게 자동으로 담기고, 내역 확인하면서 수량 조절을 할 수 있다


 쟈샵을 처음 가본 나도 당황하지 않고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룹별로 영역이 나뉘어 있는데, 활동을 쉬는 우리 아라시 구역은 좀 작았다. 그렇지만 있는 게 어디냐며! 다섯 명의 모습이 담긴 샵사와 사토시 샵사 보면서 혼자 마음이 찡해진 덕후… 사토시, 방학 잘 보내고 있니 흑흑ㅠ 그냥 막 담으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멤버별로 두장씩만 사야지 했는데 어느새 장바구니는 3000엔을 넘어가고.. 차애인 킨키키즈 것도 두 개 담았다. 오사카라 그런지 몰라도 쟈니즈 중에서 ‘나니와단시’(직역하자면 '오사카 남자')가 유독 인기가 많았던 듯. 팬들도 그 구역에 가장 많았다. ‘그래, 밋치 귀엽지, 류세이 귀엽지’ 하면서도 쇼와우마레에만 관심이 있는 요상한 취향의 덕후는 조용히 계산하러 향했다 ㅋㅋㅋㅋ


숙소 와서 펼쳐보고 감격해서 음소거로 소리 지름
좋은 소비였다!!!!


 사진 고르는 곳은 2층, 계산은 1층에서 하는데 1층 내려가기 전에 직원분이 확인하고 계산 순번표를 주신다. 1층에 내려가면 각 팬들이 오더 어플 내 장바구니에 넣어둔 사진들을 번호에 맞게 직원분들이 쇽쇽 고르고 계신 것을 볼 수 있다. 계산 기다리는데 우리 아조씨들의 ‘Party starter’가 흘러나와서 심약한 오타쿠는 또 한 번 울컥. 내 차례가 되어 카운터로 가니 직원분이 내가 고른 사진들을 주욱 줄 세워 확인시켜 주셨고, 그 뒤에 계산을 했다. 미니 클리어 파일은 비닐 포장이 되어있는데, 일반 샵사는 비닐 포장 없이 쌩으로(?) 나온다. 혹여 상할까 봐 조심조심 받아서 구겨지지 않도록 루피시아 쇼핑백에 잘 넣어두었다. 이로서 오타쿠의 오사카 방문의 목적, 성공적으로 달성!


흑흑 이곳은 천국입니다 ㅠ


 참고로 난바 도톤보리 쪽에 츠타야 에비스바시점에도 들렀는데 그곳 지하 1층은 거의 '나니와단시' 특별관 같았다. 데뷔 1주년 축하 메시지 판도 남아있고, 애들 얼굴로 도배가 되어있었음. 여전히 쟈니즈 연예인들은 잡지 표지를 많이 장식한다. 특히 나니와단시, 킹프리 표지가 엄청 보였다. 우리 아조씨들 표지 잡지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쇼짱의 카사라든지) 아직 안 들어왔는지 못 찾아서 구매하지 못함 ㅠ 그래도 쟈니즈 아직 건재하네 싶었다. 기념으로 잡지 하나 살까 하다가 안 그래도 무거운 캐리어, 무게를 더하면 감당 안될 것 같아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나니와단시로 장식된 츠타야 지하 1층
푸시 많이 해주는 듯!
팬들의 소중한 마음이 가득했던 나니와단시 데뷔 1주년 축하 메모판
쟈니즈 표지인 잡지들만 모아둔 것 같았다
도톤보리에 걸린 니노미 샤론파스 광고! 오타쿠 급발진해서 미친 듯이 사진 찍음ㅋㅋㅋㅋㅋ

https://goo.gl/maps/mzFAiWnVcTTAm3tP7

https://goo.gl/maps/MHuz94JbMohtGH4T9




난바 오뎅야 ‘오뎅야 타케시 난바점’


 일본에서 꼭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 오뎅야 가기! 일본 드라마에 보면 나오는, 뜨끈한 국물에서 갓 건져낸 뜨끈한 무, 계란, 한펜! 그걸 먹어보고 싶었다. 쟈샵 입장 기다리면서 오뎅야 찾다가 난바 근처에 괜찮은 곳을 발견해서, 그쪽으로 이동했다. 자세한 후기는 기 올린 포스팅으로 대체.


https://blog.naver.com/saddysb/222958217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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