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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r 26. 2023

벚꽃과 덕질이 공존하는 도쿄 시내 여행

신주쿠 중앙 공원, 아사쿠사, 아키하바라, 신주쿠 야키니쿠

(2023년 3월 22일 여행)


도쿄는 2011년 2월 다녀오고 12년 만의 방문. 이번 여행의 목적은 벚꽃 구경과 캐릭터(슬램덩크, 치이카와, 산리오) 덕질이었다. 일본 벚꽃 지도 확인했을 때 도쿄 벚꽃 만개는 3월 말이라고 봤는데, 웬걸, 내가 방문했을 때 도쿄와 가마쿠라는 만개를 넘어서 벚꽃이 지고 있었다! 덕분에 사쿠라후부키를 실컷 즐기고, 만족스럽게 돌아온 여행의 기억.


숙소는 신주쿠의 ’신주쿠 프린스 호텔‘. JR 신주쿠 역에서 도보로 15분가량 걸리는, 위치가 장점인 숙소였다. 숙소 리뷰는 별도로 남길 예정.


신주쿠 중앙 공원 가는 길에 본 예쁜 벚꽃 풍경
도시 곳곳에서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었다



신주쿠 중앙 공원


도쿄 벚꽃 명소로 유명한 신주쿠 중앙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넓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봄놀이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이를 데려온 가족들도, 강아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서 지켜보는 나까지 여유롭고 행복해지는 느낌.


공원 입구

벚꽃은 만개를 넘어, 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많은 나무들이 분홍 이파리를 떨구고 파릇한 잎을 달고 있었으니. 다행히도 몇몇 나무들은 이제 만개해, dslr 카메라를 짊어진 이들의 멋진 피사체가 되어주고 있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오늘 일찌감치 그 예쁜 벚나무 아래에 돗자리 깔고 자리를 잡았겠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사람들은 도시락을 먹거나 수다를 떨거나 그냥 잔디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나도 시간이 많았다면 이 공원 어딘가에 자리 깔고 앉아 멍 때리면 좋았을 텐데. 여행 기간 중에 비소식이 많아서 날씨가 맑았던 첫날에 최대한 야외 관광지를 둘러보려 했기 때문에 아쉽게 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소담한 벚꽃
너무 이뻤는데 사진에 잘 안 담겨 속상하다


공원에는 스타벅스 등 요기를 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날씨 좋을 때 들러서 이 여유를 함께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아사쿠사

카미나리몬, 나카미세도리, 센소지


실제로 본 카미나리몬은 상상보다 더 박력 있었다. 그리고 예상했지만 전 세계의 관광객들로 정말 북적거렸다. 하지만 그게 싫지 않고, 이곳의 활기를 보여주는 듯해서 오히려 더 여행 기분을 고양시켰달까. 인력거 꾼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카미나리몬 앞에 인증숏을 찍는 사람들이 넘쳐 정신없기도 했지만, 나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 떡하니 인증숏을 남겼다. 참고로 혼자 여행하다 보니 사진은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게 되는데, 다들 친절하게 잘 찍어주셨다. 심지어 찍고 나서 잘 찍혔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고 기다려주시기까지. 참 친절하다.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한 카미나리몬 앞
박력 있는 사이즈


카미나리몬을 지나 상점가(나카미세도리)로 들어서면 양 옆으로 늘어진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열쇠고리나 일본느낌이 확 나는 젓가락, 유카타 같은 상품을 파는 가게들도 있고, 만쥬나 당고 같은 간식거리를 파는 곳들도 꽤 눈에 띄었다. 나도 조금 허기가 져서 바닐라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다. 가격은 400엔. 이런 붐비는 관광지에서 간식을 산 경우에는 가급적 가게 앞에서 먹고, 발생한 쓰레기는 해당 가게에 버린다. 들고 다니며 먹어도 되지만 쓰레기통이 길에 잘 없기 때문에, 한동안 계속 쓰레기를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생기기도.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 해치웠더니 또 기운이 났다.


맛있었던 바닐라 소프트
모든 장소가 포토제닉
이 흐드러진 꽃이 너무나 이뻤다


상점가 끝에는 센소지가 있다.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절. 은혜롭게도 무료입장이다. 본당 앞에는 향을 피워놓은 ‘죠고로’가 눈에 띈다. 이 향 연기를 쐬면 아픈 부위가 낫는다고 한다. 나는 드라마 ‘리걸 하이’에서 마유즈미 변호사(아라가키 유이 배우)가 코미카도(사카이 마사토 배우)때문에 열받아하면서 이 향 연기를 머리로 팍팍 쐬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그 장면을 따라 해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죠고로 앞에서 향 연기를 쐬고 있으니 한 번 해보자.


향이 피어오르는 죠고로
사람들이 향 연기를 쐬고 있다
센소지 본당 앞


센소지의 본당 앞에서 소원을 빌었다. 소원 비는 방법은 간단하다. 동전 꺼내 시주함에 넣고 목례를 두 번 한다. 그리고 손뼉을 두 번 친다, 짝짝. 두 번째 손뼉을 치고는 양손을 붙인 기도를 한다. 주변에 일본인이 하는 걸 보니 모자를 쓰고 있는 경우에는 벗어두고 하더라. 아무래도 예를 갖춰야 해서 그런 듯하다. 센소지 본당은 기도빨(?)이 잘 받기로 유명한 곳이라, 다소 세속적인 소원을 비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오래되어서 그런가. 역시 절도 짬바를 무시 못하나 보다.


오미쿠지도 해봤다. 100엔을 내고 나무통을 돌려 돌려 패를 뽑는다. 그 패에 써져 있는 숫자의 작은 서랍을 열어 운세가 적힌 종이를 가져가면 된다. 나의 운세는 이럴 수가, ‘흉’이다. 오미쿠지 하면서 흉 나온 건 처음이라 헛웃음이 나왔다. 다만 일본의 절이 나처럼 나쁜 운세에 좌절한 인간을 내버려 둘만큼 비정하지는 않은 바, 나쁜 운세의 오미쿠지를 뽑으면 악운을 떨치도록 잘 접어서 매달아 둘 수 있게 해 둔다. 이번 기회에 오미쿠지 묶기까지 해보다니,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것도 추억이니까.


백 엔짜리 오미쿠지
52번이 나왔다
나쁜 운은 여기 묶어둔다


아사쿠사의 벚꽃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본당 앞에 흐드러지게 맺힌 꽃망울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늘 아사쿠사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더 볼게 많았고, 아름다웠다. 아사쿠사를 휘감고 있는 에너지가 내게 넘실넘실 거리는 느낌.


이렇게 나무와 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좋다
꽃잎이 휘날리는 절경 속의 아사쿠사


아사쿠사 온 김에 푸딩집에 들렀다. 이곳에 ‘아사쿠사 실크 푸딩’이라고 우리나라 방송에도 나온 푸딩집이 있기 때문. 카미나리몬에서 도보로 10분 채 안 걸리는 곳에 있어 찾기는 쉽다. 이후에 아키하바라 구경을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실크 푸딩 하나만 사서 가방에 넣었다. 필요하면 보냉포장도 해주시는 듯. 숙소에 돌아와서 먹은 푸딩 맛은 부들부들하고 바닐라 향이 진하고 캐러멜 시럽과의 조화도 좋았다. 역시 일본에 오면 푸딩을 먹어야 한다.

가게 이름이 ‘아사쿠사 실크 푸딩’
진하고 부드러운 푸딩




아키하바라

야마시로야, 만다라케 컴플렉스, 애니메이트,


애니메이션 ‘치이카와’ 등장 캐릭터들


치이카와, 산리오, 슬램덩크 굿즈를 구경하고 싶어서 아키하바라 쪽으로 이동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야마시로야’. 여기 치이카와 굿즈가 별도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나의 최애 쿠리만쥬 굿즈는 별로 없었다는 사실.. 요즘 치이카와가 인기가 많다더니 품절인 제품도 꽤 있었다. 나는 그저 쿠리만쥬 인형 하나 사고 싶었을 뿐인데..(여행 내내 이것만 찾아다님) 스파이패밀리나 하이큐 굿즈도 종류가 꽤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했다. 일본 가면 늘 좋아하는 캐릭터의 갓챠는 해보는 편인데, 여기 치이카와 x산리오 콜라보 갓챠가 있길래 한교동 옷을 입은 쿠리만쥬를 꿈꾸며 두 차례 시도했으나 치이카와랑 우사기가 나왔다.. 하나에 500엔짜리였는데.. 아아 이렇게 만 원이 날아갔습니다.


커다란 간판의 야마시로야,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을 판다
치이카와, 하치와레, 우사기만 많아.. 내 쿠리만쥬는 ㅠㅠ
깨알같이 쿠리만쥬 참이 하나 있었다 ㅠ
눈에 띄었던 하이큐 인형들
색깔만 봐도 치이카와랑 우사기구만 ㅠ


조금 더 걸어서 아키하바라의 ‘만다라케 컴플렉스’에도 가봤다. 근데 뭔가 내가 생각한 분위기가 아니라서 당황. 규모는 꽤나 큰데 층마다 장난감부터 코스프레, 동인지까지 다양한 상품들을 다룬다. 희귀한 카드들이랑 드래곤볼, 세일러문 같은 옛날 레전드들 상품도 꽤 많이 보였다. 근데 뭐랄까, 나 같은 라이트 한 오타쿠가 함부로 발들일 곳이 아니라는 기운이 느껴져서 깨갱하면서 나왔다. 사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놀러 오는 곳이기는 한데.. 절대 야한 피규어 보고 당황해서 금방 나온 거 아님, 암튼 아님.


화려한 아키하바라의 밤
어 익숙한 분이다!! 이런 데서 보니 반가웠다 ㅋㅋㅋ
만다라케 컴플렉스
희귀한 캐릭터 카드들이 많았다
만다라케 층별 안내


그리고 근처의 애니메이트 아키하바라점에도 들렀는데, 여기는 내가 아는 것들도 많아서 기분이 금방 또 좋아졌다. 여기서 슬램덩크 피규어를 발견해서 헤펠레 하다가 가격 붙은 거 보고 정색하게 됨 ㅋㅋㅋㅋㅋ 피규어마다 가격이 다른데 서태웅 피규어 48000엔 실화입니까. 서태웅이 제일 비쌌고, 강백호 피규어는 38000엔이었다. 나머지 주전멤버들은 그와 비슷하거나 쌌고. 실물 피규어라는 것을 감안해도 살벌한 가격. 구경한 것에 의의를 둔다. SD피규어 있으면 그걸 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여행 3박 4일 동안 발견한 슬램덩크 굿즈는 이것과 시부야 만다라게에서 본 권준호 실물 피규어 밖에 없었다는 사실. 진짜 매물이 없었다 따흐흑. 참고로 하이큐나 스파이패밀리 굿즈는 어딜 가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어후 태웅아 너 너무 비싸더라 ㅠ
드래곤볼, 귀칼, 원피스 등 인기 애니 피규어들이 잔뜩
하이큐 존
스파이 패밀리 존, 귀여운 아냐
애니메이트 층별 안내




신주쿠 ‘야키니쿠 라이크’

가성비 좋은 1인 야키니쿠


사실 비 오기 전에 최대한 야외를 둘러봐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 점심도 거르고 돌아다녔다. 저녁에 든든한 고기를 먹고 싶어서 찾다가 들른 야키니쿠 라이크 신주쿠점. 1인 야키니쿠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숙소 근처에 있길래 저녁 먹으러 들렀고 기다리지 않고 바로 착석.


야키니쿠 라이크 매장 입구
태블릿 통해 주문한다
내가 시킨 메뉴들


일본 식당에 가면 자리에 앉기 전에 우선 눈으로 직원을 찾는다. 직원이 몇 명이냐고 물어보면 인원수를 말하고,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아야 한다. 안내된 자리에 앉으니 자리마다 태블릿이 붙어있다. 이 스크린을 통해서 주문하면 되는데, 영어버전도 있기 때문에 주문은 어렵지 않다. 여기서 규탄(소 혀) 부위를 많이 드시는 것 같은데 나는 쇼 혀 못 먹기 때문에 소갈비, 안창살 등의 부위를 200g을 타레(소스)로 주문. 쌀밥+김치+미역국 세트가 있어서 이것도 주문했다. 쌀밥은 적은 양, 보통량, 많은 양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가격은 동일하기 때문에 배고픈 정도에 따라 고르면 된다. 김치는 평범한 김치맛. 자리에는 고기 찍어먹는 소스들도 종류별로 있는데 타레 자체가 맛있고 간도 짭짤해서 나는 다른 소스는 없이 먹었다.


이렇게 쟁반째 갖다 준다, 저 빈 소스 그릇에 원하는 소스 담으면 됨
고기가 빨리 익는다, 맛있게 냠냠
계산은 키오스크에서 셀프로, 한국어 메뉴도 있다


주문하고 곧 고기가 등장, 불 조절하는 법은 태블릿 통해서 안내되어 있기도 하지만 나는 직원에게 물어봤고 직원분이 불을 켜주셨다. 내 페이스에 맞게 스스로 구워 먹는 재미가 있다.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어서 금세 먹어치웠다. 매일 먹을 수 있겠는데 싶었다.




캔두 세이부 신주쿠 페페점

산리오 덕후에게 의외의 복병


배를 든든히 채우고 호텔 들어가는 길에 캔두 세이부 신주쿠 페페점에 들렀다. ‘캔두’는 다이소 비슷한 백엔샵 개념의 가게인데, 여기에 산리오 굿즈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 사실 별 기대 안 했는데, 생각보다 산리오 캐릭터 굿즈 종류가 있었고, 무엇보다 내 사랑 쿠리만쥬의 피규어가 있었다는 사실! 심지어 이 피규어 공식 발매 제품인데 100엔밖에 안 한다. (다음날 하라주쿠 산리오월드에서 동일 피규어 봤는데 더 비쌌다!)


너무나 귀여운 산리오 캐릭터 인형들
핡 너무 귀엽다
입학준비 추천이라고 되어있는데ㅋㅋㅋㅋㅋ 나는 입학할 곳은 없지만 이것들을 사야겠어요!!!
으앙 우리 귀여운 쿠리만쥬, 밤톨이야 ㅠㅠㅠㅠ


산리오의 캐릭터 포챠코랑 한교동도 좋아하는데, 귀여운 인형이 있길래 가방에 달고 다니려고 골랐다. 캐릭터 비닐팩도 너무 귀여워서 구매. 진짜 귀여운 게 세상을 구한다. 하루종일 2만 보 넘게 걸었던 나의 피로도, 이 귀염둥이들이 싹 씻어주었다. 만세.


너무 귀여운 포챠코랑 한교동
특히 저 한교동, 포챠코 비닐팩 ㅠㅠ 안 살 수 없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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