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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Nov 07. 2016

즐길거리 가득한 뉴욕 여행

 뉴욕 여행을 하게 된 이유는, 딱히 뉴욕이 아주 가보고 싶어서였다기 보단 써야 할 유나이티드항공 크레디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기간, 주어진 항공사. 이렇게 제약이 가해지는 여행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항공료 아낀다 위안 삼고 북미 중 어디를 가볼까 고민했다.


 2011년에 샌프란시스코와 LA를 갔었는데 샌프란시스코가 좋았기에 또 한 번 가볼까 하다가, 전부터 막연히 뭔가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던, 도시 중 최상급이라는 뉴욕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정말로 한껏 거만한 일부 뉴요커들은 "Where are you from?" 하고 물어보면 "I'm from the city"라고 말하더라. 지구 상에 도시가 뉴욕 하나밖에 없냐고 흥! 싶지만, 어쩌랴. 그래, 뉴욕은 도시 중의 도시지 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드는 것을!


 그렇게 나는 더위가 한숨 꺾인 8월 말 8일간의 뉴욕 여행을 시작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을 타고 개인 모니터도 없이 10시간을 넘게 날아 샌프란시스코에 내려서, 숨 가쁘게 입국심사, 짐 찾고 다시 부치기를 무사 완료하고 국내선 환승에 성공! 밤이 되어서야 드디어 뉴욕에 발을 내디뎠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내가 뉴욕에 와 있다! 그것도 혼자!

MOMA 가던 길에서 본 사랑 조각, love love love

 일주일 정도 되는 시간 동안 혼자서 다녀보면서 느꼈던 감정들, 좋았던 곳들, 맛있었던 음식들이 많지만 인상 깊었던 포인트들만 몇 가지 기록해두려고 한다. 수 만 가지 이야기들이 동시에 마구 펼쳐지는 뉴욕에 대해 적다 보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에.

사람들로 늘 북적북적한 타임스퀘어

1. 식상해? 그래도 뉴욕시티의 살아있는 훈장 같은 곳이라고-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사람들이 뉴욕 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이미지 중 하나는 타임스퀘어라고 생각한다. 눈이 폴폴 내리는 밤에 사소한 오해로 헤어졌던 남녀가 화려한 전광판이 가득한 타임스퀘어에서 재회하고, 새해 카운트다운에 맞춰 해피 뉴 이어! 하며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영화에서 너무 많이 봐왔으니까!


 뉴욕 여행자들이 반드시 거치는 곳이고 꼭 한 번 이야기하는 곳이라 식상하긴 해도, 타임스퀘어를 짚어놓고 가지 않으면 서운(?)할 것 같다. 심히 명동의 느낌이 나지만 (좀 더 크고 다양한 인종들이 거니는 명동!), 그 특유의 들뜨는 공기가 지금도 그리울 때가 있다. 상업시설들이 즐비하고 주식시장 지수들과 온갖 광고들이 전광판을 슉슉 지나가며, 공사 중인 사람들로 정신없는 길이라 낭만을 찾아보기는 힘든 것 같으면서도.

바쁜 뉴요커들과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을 구경하며 계단에 걸터앉아 노점에서 산 핫도그를 정신없이 먹고 있다 보면 이 도시가 너무나도 살아있고 생동감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그게 이 곳의 매력인가 싶다, 오묘하다 오묘해.

라이온 킹 전용극장인 밍스코프 시어터, 뭔가 뚱한 사자의 얼굴이 똬!

 내가 핫도그를 먹으면서 굳이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던 이유는, 기대하던 뮤지컬 라이온 킹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뉴욕 여행을 별 계획 없이, 몇 가지 사전에 필요한 표만 예약해서 갔었는데, 그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이 라이온 킹!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보는 뮤지컬이고 워낙에 좋아하던 작품이다 보니 좋은 자리에서 보려고 오케스트라석 중에서도 앞에서 10번째 열, 가운데 자리로 예약! 부디 티켓값을 해주기를 바라며,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장인 밍스코프 극장을 찾아갔다. 타임스퀘어의 한가운데 있어서 찾기는 참 쉬웠다.


 입장하면 라이온 킹 컵에 알코올음료를 넣어 파는 스낵바가 있다. 왠지 저 컵이 갖고 싶기도 하고, 어둑어둑해진 타임스퀘어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라이온 킹을 볼 건데, 맨 정신으로 그냥 있자니 아쉬운 감이 들어 샹그리아 칵테일을 하나 주문했다. 플라스틱 컵에 뚜껑이 달려있어, 극장 내로 가지고 들어가도 OK!

짠! 이 귀여운 컵 안에 든 건 샹그리아 칵테일!

 아직도 무슨 가사인지 모르겠는, "야~스벵야~ 발바리 치와와~"하는 듯한 유명한 라이온 킹 노래로 극은 시작되었다. 아기 심바와 나라의 귀여움에 흐뭇한 엄마 미소로 보다가, 성장한 심바와 나라가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을 부를 때는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눈물이 찔끔 났다. 아역부터 성인들까지 연기는 물론이고 노래도, 연출도 만족스러웠던 뮤지컬.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양옆에 앉은 이들과 "나는 아주 만족스럽다"는 눈빛을 주고받으며 기립박수를 짝짝짝짝 한참을 치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그날 밤은 숙소에 들어와서도 계속 두근두근 했더랬다. 역시 현지의 공연은 티켓값을 하는구먼 하고.



2. 살아있는 재즈 스웩을 느껴보고 싶다면-  블루노트

 영화 위플래시를 보며 느꼈던 그 꿀렁한 재즈의 감격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 그리니치 빌리지에 위치한 블루노트를 찾았다. 그래미 시상식을 들락날락하시는 분들께서 종종 연주를 하시곤 하는, 그런 재즈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성지와 같은 곳이라고 했다. 음, 나는 일단 그런 거 잘 모르겠고, 뉴욕 온 김에 귀호강하고 싶어! (블루노트는 과거에 한국에도 들어왔다가 지금은 없어졌고, 가장 가까운 블루노트가 도쿄에 있다고 한다.)

재즈바라 어둡고 구석진 곳에 있을 것 같았지만 이렇게 길가에 딱!

 자그마한 곳이라 들어서 예약을 해야 하나 싶어 전날 밤에 부랴부랴 모바일로 블루노트 홈페이지에서 한 명 예약을 걸었다. 결제는 현장에서, 예약하면 예약번호만 달랑 주는데, 엥, 그냥 가면 되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다. 내가 보러 갔던 날은 Duke ellington orchestra가 특별 공연을 했었다. 입구에 들어가면 푸른빛 어두운 조명 속에 명성과는 다르게 소박한 내부가 보인다. 바 자리와 테이블 자리가 있는데 나는 테이블 자리로 예약했기에 안내해주는 사람을 쫓아 무대가 잘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오늘의 공연자! 시간과 요금까지 확인!
세팅 중, 공연 중에 사진은 찍지 못하도록 했던 것 같다

 바 자리 가격은 25 달러, 테이블은 30 달러인데, 테이블 중에서도 무대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으면 연주자의 표정까지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 더욱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인원이 2명 이상인 경우에는 미리 가서 자리를 잡아두길 추천한다!). 음악을 감상하는 비용 외에 최소 5달러 이상의 음식과 음료를 시켜야 한다. 근데 딱히 그런 규정을 고려하지 않아도, 그 자리 가면 자연스레 술 한잔이 당기게 되어 있지! 결제는 공연 다 끝나고 웨이터가 테이블로 계산서를 주면 현금이든 카드든 팁을 포함한 금액으로 다시 웨이터에게 결제를 요청하는 방식이었다.


 자리가 좁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과 합석은 당연한 일, 공연 시작 전에 칵테일 한잔과 코코넛 쉬림프를 시켰고, 자연스레 내 앞자리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안녕? 어디서 왔니? 어떻게 알고 왔니? 우리 테이블에는 텍사스에서 오신 노신사 한분과 도쿄에서 온 두 청년이 있었고,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8시, 공연 시작!

공연 전에 후다닥 먹은 음식들, 간단한 메뉴들이지만 끼니 때우기 괜찮다

 재즈를 잘 모르고, 심지어 이 날은 내가 모르는 곡들도 많이 나왔지만 (난 autumn leaves 정도만 연주해줘도 감사했을 거라고요...),  브라스 연주하시는 할아버지들의 음악적 마력과 그 스웩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 손가락을 테이블 위에서 톡톡- 특히 드럼 솔로 연주를 들으면서는 입을 계속 벌리고 있어서 옆 청년이 그걸 놀리며 입 좀 다물고 보라며 웃었다. 아이코 민망, 사실 나 그날 너무 많이 걸어서 피곤한 상태였다며 애써 변명.

내가 이 오케스트라의 앨범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었다면 여기서 더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만큼 대단한 사람들이 와서, 관객 가까이서 본인이 생각하는 예술, 그 자체의 모습을 그 어떤 포장 없이 오롯이,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곳이다. 뉴욕에 왔다면, 음악을 좀 좋아한다면! 방문하시기를 추천추천!!



3. 킁킁- 어디서 예술 냄새 안 나요? - 브루클린

아, 저 위풍당당한 자태! 어느덧 브루클린의 상징이 된 덤보

 미드 가십걸을 본 사람은 알 거다,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더와 브루클린 론리 보이가 보여준 사회적 지위 차이를! 맞다, 난 뉴욕을 가십걸로 배웠다. 어퍼 이스트사이드 하면 고급지고, 비싸고, 명품스럽고, 고상한 고런 느낌. 브루클린은 서민적이고, 집 값싸고(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어퍼 이스트 사이더들이 무시하는 그런 곳. 그래도 우리 무한도전 멤버들이 덤보에서 멋진 사진 남겼으니 나도 한 번 가서 그 자리에서 똑같이 사진 한 장 찍어봐야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브루클린을 방문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여행 중 브루클린을 두 번 갔다, 여행 중 두 번 들러서 길고 여유 있게 시간을 보냈던 곳은 브루클린이 유일하다.

이런 굴다리(?)에 조차 벤치가 있고 거리음악가들이 있다

 이 곳이 막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덤보 빼고, 덤보는 정말 정말 멋지다! 어쩜 이렇게 지었지!), 자꾸 생각 없이 걷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과거 공장 창고 지대였던 브루클린은 끝없이 치솟는 맨해튼, 소호의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모여든 예술가들의 공간이다. 버려진 산업시대의 창고와 힙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예술가들의 공간이 섞여가며 만들어 내는 오묘한 분위기. 갤러리들이 많이 모여 있기에 구경하며 지나다니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한참 가있다.

특이한 조형물이 있어 찰칵! 우리 서로를 찍네요

 나는 운이 좋게도 브루클린을 방문한 하루는 날씨가 맑았고 하루는 비가 왔다. 따뜻한 라테 한잔 손에 쥐고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비 오는 브루클린을 하릴없이 건넜던 그 순간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추천 bgm은 Camp Lo의 black connection! 모던 갱스터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통해 로워 맨해튼으로 걸어가면서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다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었다. 딱 이걸 하면 좋다고 추천할 수 없어 애매하긴 하지만 공원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음악을 듣고, 갤러리에 들어가 전혀 모르는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고, 저 바쁜 뉴욕 도심을 멀리서 관망해보고 싶다면? 그걸 원하는 사람은 브루클린을 꼭 가야 한다. 맑은 날, 비 오는 날 두 번!!

브루클린 브릿지를 통해 로워 맨해튼으로! 천천히 걸어 30분쯤 걸렸을까

4.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맛집들이 공존하는 쇼핑 스폿- 소호

소호거리 여기저기에 브랜드샵들이 즐비하다

 소호는 멋진 건물이 많고 여러 브랜드샵과 백화점이 있어 쇼핑하기 좋은 곳이다. 나의 사랑스러운 세포라와 빅토리아 시크릿, 블루밍데일즈를 구경하다 보면 두세 시간은 훅 지나간다. 쇼핑 못지않게 맛있는 것도 많은 곳이기에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소호에서는 요런 개성 있는 상점들도 눈에 띈다


카페 하바나의 주방, 소박하지만 맛난 음식들이 탄생하는 곳

 우선 여기 한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마약 옥수수의 원조가 있다. 카페 하바나(Cafe Havana)라고. 한국 옥수수보다 찰기가 덜한 미국 옥수수를 꼬치에 꽂아 그릴에 바짝 구운 뒤 치즈/칠리 가루를 뿌려주는데, 이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카페 하바나에서 먹은 그릴에 구운 옥수수

 오늘의 수프로 주문했던 차갑게 먹는 토마토 수프인 가스파초도 지금껏 먹었던 것 중 최상! 세비야에서 먹었던 것보다 더 맛있었다. 초리조가 들어간 오믈렛도 수준급이다! 그렇다, 나는 이 카페에서 많은 것을 먹었다. 그만큼 메뉴 하나하나가 다 맛있었는데, 혼자 간 터라 더 많이 먹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도다!

소호 하니 앤 손스 매장 입구, 아이스 맛차가 새로 나왔네!

 그리고 차를 좋아한다면, 소호의 하니 앤 손스(Harney&Sons)를 추천한다! 나는 평소에 라벤더와 페퍼민트, 재스민 차를 좋아한다. 우연히 지나가다 간판을 보고 들렀는데, 다양한 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있었다! 티 마스터에게 문의하면 차를 테이스팅 해 볼 수 있고, 안쪽에는 좌석도 있어, 앉아서 여유 있게 티타임을 즐길 수도 있다.

하니 앤 손스에서 시킨 라벤더 티와 스콘들

 나는 페퍼민트와 라벤더 중 고민하다, 라벤더 차와 스콘을 시켜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차를 고르면, 예쁜 티팟에 정성스레 우려내 주고, 귀여운 식기에 스콘을 따뜻하게 데워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잼을 함께 내준다. 호사를 누리는 그런 느낌이다. 여기서 지인들에게 선물할 티백 차와 내가 먹을 잎차들을 골라 사 왔다. 페퍼민트, 라벤더, 얼그레이 다 맛있었다. 특히 퓨어 페퍼민트는 그 상쾌한 향과 맛이 아주 제대로다! 더 사 올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하니 앤 손스의 다양한 차들

 브런치 가게는 제인(Jane)이 정말 좋았다. 넓고 쾌적한 실내, 화장실, 메뉴 구성에 이르기까지 여자 친구들이 모여 수다 떨며 맛있는 거 먹기 최적화되어있는 곳이다. 토스트에 베이컨과 치즈를 녹여 넣고, 계란을 서니 사이드 업해 넣은 메뉴를 먹었는데, 딱 계속 당기는 정도의 단짠단짠 밸런스를 자랑한다!

 손에 꼽은 것만 이 정도. 소호에서는 가방도 배도 빵빵하고 만족스럽게 채울 수 있다고 장담한다

제인에서 먹은 것들. 여기서 한국인 친구를 만났었다, 여행 중 유일하게!



5. 뉴욕은 야경이지!- Top of the rock

록펠러 광장, 사람들로 북적인다

 뉴욕의 야경을 엠파이어 스테이트에서 볼 것인지, 탑 오브 더 락에서 볼 것인지 생각하다 고른 것은 탑 오브 더 락이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정말 예쁘게 생겼는데, 이걸 직접 보려면 딱 건너편에 서봐야겠다! 하는 생각에서였다.


 모바일로 방문할 시간을 지정하고 결제까지 완료! 록펠러 센터 구경하다 보니 금방 입장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줄 서서 기다려 엘리베이터를 타면 천장에서 탑 오브 더 락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상이 지나가고, 내리면서 금방 뉴욕의 반짝이는 밤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뭐랄까, 그저 내려다보는 것 밖에 할 게 없지만 안 봤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뉴욕을 발아래 두고 왕이 된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묘하게 생동감 있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곳이다. 늦은 시간까지 바쁘게 사람들이 움직이는 뉴욕 답게 화려한 조명들이 도시 곳곳을 장식한다. 예쁜 보석을 뿌려둔 것 같기도 하고, 금빛 가루가 날리는 것 같기도 하고.(bgm은 JAY Z의 Empire state of mind!) 그 와중에, 어두운 부분이 있는데 거긴 센트럴파크다, 인공조명이 별로 없는 나무 투성이의 센트럴파크!

뉴욕의 야경, 비루한 폰카로는 이 정도밖에 못 담는구나 아쉽다

 여행을 점점 마무리해나가는 시점에 들렀던 거라, 혼자서 이 먼 뉴욕까지 와서 신나게 돌아다니는 나 자신이 너무나 대견하게 느껴지면서, 앞으로도 잘 살자 하는 다짐을 했던 곳이었다. 뉴욕 전체를 정리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곳.



6. 혼자 왔는데, 인생 사진 한번 남겨보고 싶다면- 스냅사진 촬영


 여행 혼자 갈 때의 큰 문제 중 하나는 나의 사진을 멋들어지게 남길 방법이 아주 애매하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 넉살 좋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찍어달라 부탁을 잘하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과 사진 찍는 관점(?)이 다르기에, 인물이 예쁘게 나온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그들은 정말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준다, 그것도 아주 현실감 있게! 아니, 나는 나 예쁘게 나오게 찍어달라고요!!!)

대략 요런 느낌의 사진을 건졌다

 혼자 여행 다니며 느꼈던 이 아쉬운 점을, 이번에 나는 스냅 촬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뉴욕에 거주하시는 한국인 스냅 작가님들과 스튜디오가 몇 군데 있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분들이시다 보니, 결과물이 아주 만족스럽다. 그리고 뉴욕에 사는 분들이니까 여행정보를 주시기도 하고, 전문작가다 보니 어디서 어떻게 찍어야 사진이 멋지게 나오는지 디렉션을 잘 잡아 주신다. 포즈 잡느라, 다른 사람들 시선 애써 외면하느라 좀 뻘쭘할 수는 있지만. 오직 좋은 사진을 얻겠다! 하는 생각으로 작가님과 의기투합하면 기대 이상의 일 년 치 프로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추억은 덤이다!


 예약을 하고 예약금을 지불하면, 미리 정한 장소에서 작가님을 만난다. 전문인력을 몇 시간씩 예약하는 거다 보니 비용은 좀 든다. 하지만 전문가의 포스를 팍팍 풍기며 수많은 렌즈를 갈아 끼워 가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디렉션을 거침없이 주시면서 몸을 사리지 않는 작가님을 보니 그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 카메라 앞의 어색함도 잠시, 어느덧 모델이 된듯한 착각에 빠지면서 금방 적응되었다. 그렇게 600장이 넘는 사진을 찍고 나면, 촬영이 마무리되고 잔금을 지불. 그리고 3주 정도 기다리면 예쁘게 적당히 포샵까지 한 사진을 받아 들 수 있다!


 신혼부부들이 여행 가서 스냅사진 찍는 경우는 자주 있다고 하던데 아직 혼자 촬영하는 사람들은 많이 없나 보다. 그렇지만 나는 모처럼 멀리 간 여행,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여행을 끝내고-

하이라인파크에서 본 뉴욕 하늘, 나른하다

 혼자서 뉴욕 여행을 잘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조금은 있었지만, 하루 이틀 돌아다니면서 그런 걱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뉴욕에서는 혼자서 뭘 해도 주변 사람들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혼자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유람선을 타고, 관광지에 놀러 가도 딱히 뻘쭘할 일이 없다는 것. (심지어 나는 이번 여행에서 스테이크 하우스에 가서 와인 한잔에 샐러드, 서로인 스테이크까지 아주 잘~ 서비스받으며 먹고 왔다! 혼밥 레벨 급상승!)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에서 먹은 서로인 스테이크, 신세계였다 정말

 너무 늦은 시간에 우범지대를 홀로 거니는 것은 비단 뉴욕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위험한 행동이니, 그런 것만 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혼자서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뉴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문화적으로 할 게 많기 때문에.

MOMA에서 본 인상 깊은 작품, 그리운 비틀스 그리운 존 레넌
유엔 투어도 신청했었는데, 이렇게 실제 회의장을 둘러볼 수 있다

 한편으로 '뉴욕은 행복한 도시다, 당신이 돈 많은 미국 시민권자라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물가와 살인적인 집값, 의료비를 고려하면.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며, 이민자들을 반기는 듯싶지만 사실 이민자의 입장에서 지금 뉴욕의 삶은 험난하기만 하다. 자유의 여신상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면서 정말 뉴욕이 자유와 기회의 나라인지 의문이 생겼지만. 확실한 건 뉴욕은 아주 부지런하고 야망 있는 이들에게 멋진 곳이라는 거. 그리고 돈 쓰는 여행자에게 뉴욕은 친절한 곳이라는 거.

 비가 올 때면 생각난다, 비 오던 브루클린. 다시 한번 브루클린에서 우산을 쓰고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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