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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Dec 04. 2016

밴쿠버의 보석, 그랜빌 아일랜드

 살면서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나의 경우, 2009년 대학생 시절 4개월 정도 머물렀던 밴쿠버에 2013년 두 번째로 다시 방문했을 때, 버스를 타고서 도심에 들어가는데 조금씩 보이는 밴쿠버의 스카이라인을 마주한 그 순간! 바로 그 순간 시간이 멈춰버려도 좋다고 생각했다. 옆자리에 앉은 인상 좋은 할아버지는 내가 계속 두리번거리며 흥분하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괜찮냐고 물어보시다가, 너무 좋아서 그런 거라는 나의 대답에 허허 웃으시며 좋은 추억이 정말 많은 곳인가 보구나,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해- 하셨다.

 2009년 테솔 공부한다고 밴쿠버에 머물렀던 동안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들이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계속 내 맘속에 남아 언젠가 꼭 또 한 번 가야지 생각하던 터였다. 밴쿠버와의 첫 만남 이후 4년 만에 재회, 내가 가장 아끼는 도시에 대한 여행 기억을 조금 풀어보려 한다.


에어비앤비로 현지에 동화되기

 캐나다 밴쿠버에는 2009년 가본 적이 있어, 혼자 가는 여행임에도 어려울 것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에 밴쿠버 직항 항공편은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국적기도 좋지만 에어캐나다 티켓이 꽤 좋은 가격으로 자주 열린다. 일주일이 조금 넘는 휴가기간 동안 빅토리아와 밴쿠버 두 도시에서 머물 생각으로, 에어캐나다로 밴쿠버-인천 왕복 편을 예매했다. 4년 전에도 에어캐나다를 타고 갔었는데, 아주 무난한 서비스를 받으며 편안히 비행할 수 있었다.

분위기 좋은 예일타운의 골목
내가 머물렀던 밴쿠버 숙소, '집'의 느낌이 정말 좋았다.

 홀로 여행하며 머물거라 호텔은 좀 부담이 되어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일 타운의 숙소를 예약했다. 마침 레스토랑에서 요리사 겸 바텐더를 하는 친구가 남는 방과 욕실이 있어 방을 내놓았고, 나는 냉큼 이 분위기 좋은 예일타운 숙소를 예약했다.


 개인적으로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현지인이 사는 '집'에서 머물 수 있는 기회라서, 에어비앤비를 선호하고 종종 이용하는 편이다. 혼자 갈 때는 현지인과 함께 살면서 방 한 칸에 머물 수 있는 형태로 예약해서 여행에 대한 팁을 얻고, 친구나 일행이 있는 경우에는 아파트 전체를 내놓는 거래를 예약한다.


 여행에서 숙소가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숙소에서 나의 방과 욕실을 독립적으로 가질 수 있어서 아주 편안하게 잘 머물렀다. 밖에서 먹고 포장해 온 음식들을 부엌에서 다시 요리해 먹기도 하고. 한국엔 들어오지 않는 캐나다의 시원한 맥주를 사와다가 소파에 드러누워 먹는 것도 정말 좋았다. 호스트 사라가 맥주를 좋아하는 나에게 Kokanee라는 맥주를 추천해 줬었는데, 사 먹어보니 과연 엄지 척! 할 만한 맛이었다.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어 안타깝다.

새침데기 사이먼, 저 앙증맞게 모은 발들!

 사라는 바텐더로 일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낮에 그녀는 그녀의 방에서 취침, 밤에는 출근! 덕분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 아파트는 나 혼자만의 공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간인 나와 고양이 사이먼 둘의 공동 공간.  


 종종 애완동물을 기르는 호스트들도 있는데, 나는 워낙 개와 고양이들을 좋아하기에 일부러 애완동물이 있는 집을 찾고는 한다. 털이 보송보송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것 또한 에어비앤비에서 머무는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심술궂었지만 조금 친해지니 이런 개냥이가 또 없다 싶은 사이먼이 있어서, 나는 혼자 아파트에 있을 때도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행에 중요한 것은 입지와 가격! 밴쿠버의 경우 에어비앤비에 좋은 가격으로 나와 있는 다운타운 아파트가 많기 때문에 여행 시에 고려해보기를 추천한다. 개인적 경험으로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경우, 여성 호스트가 있는 숙소를 예약하는 편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호텔 숙소 대신 조금 더 저렴한 에어비앤비에 머물면서 남긴 숙박비로 맛있는 걸 사 먹거나, 메이플 쿠키라도 몇 개 더 사 올 수 있다!


가장 아끼는 보물 같은 곳, 그랜빌 아일랜드

그랜빌 아일랜드 들어가는 길, 발을 들이면 한나절은 훅 지나간다.
시장 입구, 보석 같은 먹거리들이 가득한 

 밴쿠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그랜빌 아일랜드다. 나는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 시장 구경이 제일 재밌는 것 같다. 총 천연색 싱싱한 채소, 과일을 파는 가게들이 있고 향긋한 버터, 달콤한 초콜릿 냄새를 풍기는 베이커리에  뜨끈한 수프를 단돈 5달러에 큰 컵 가득 받아 들 수 있는 가게들이 있는 시장을 품은 이 곳을 정말 좋아한다. 먹을거리뿐 아니라, 아기자기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들과 과거 원주민들의 향취가 가득 나는 토템 기념품들을 발견할 수 있는 이 곳은 정말 밴쿠버의 보석 같은 곳이다.  

아, 이 시장을 통째로 사다가 한국에 옮겨 놓을 수만 있다면!
총천연색의 앙증맞은 베리들

 일단 시장 내부로 발을 들이면, 이 가게 저 가게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특히나 신선한 과일을 싸게 팔기 때문에, 여기서 체리를 1킬로그램 사서 화장실에서 씻어서 여행하는 내내 먹으면서 다녔다. 한국 마트 가격과는 차원이 다른 착한 가격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케이크와 타르트는 또 어찌나 귀여운지, 여러 종류들이 늘어서 있는데 다 먹어보고 싶게 생겼다! 군것질을 좋아하는데, 혼자 여행 온 것이 너무나 서러운 순간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마법, 타르트!

 꾸덕해 보이는 초콜릿 케이크, 샛노란 레몬 머랭 케이크, 무지막지하게 딸기가 많이 올라가 있는 딸기 타르트 등 심히 시신경을 자극하는 비주얼의 베이커리 앞을 그냥 지나려니 속이 쓰리다. 그랜빌 아일랜드 들렀다가 다운타운에서 쇼핑할 생각이었던 나는, 하루 종일 타르트를 들고 돌아다닐 자신이 없어 그 타르트를 보고도 그저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다다음날 다시 그랜빌 아일랜드에 들러서 레몬 머랭 케이크와 브라우니를 사 먹었다. 역시 정말 맛있었다.


 그 외에도 유기농 꿀, 각종 향신료, 수프를 만들 수 있는 스톡 등 여러 가지 신기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여기저기 킁킁거리면서 구경하다 보면 어느덧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따끈한 야채수프와 갓 구운 빵 조합은 진리!

 피시 앤 칩스, 버거, 수프 등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가게들이 있으니 여기서 한 끼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시장 안에도 자리가 있지만, 날이 좋다면 음식을 들고서 밖에 나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갈매기, 비둘기의 공격은 알아서 주의해야 하겠지만!


 빵과 함께 수프를 테이크 아웃해서 계단에 걸터앉았다.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식사를 한다. 조잘조잘 사람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햇살에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저절로 나도 미소가 지어진다. 10분을 뭘 먹을까 수프 가게 앞에서 고민하다 골라 든 야채수프를 바라보니 더욱 흐뭇한 미소가 가득 퍼진다.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던 맘씨 좋은 아저씨

 저기 벤치에는 비둘기들의 대부로 보이는 아저씨가 앉아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밴쿠버에 와서 느끼는 것들 중 하나는 사람들이 동물들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고, 작은 새들이나 청설모들을 위해 나무에 먹이집을 만들어 놓은 것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나무와 공원이 많은 밴쿠버에서는 종종 스컹크와 코요테도 발견되곤 한단다. 이 도시 자체를 식물, 동물들과 사람들이 함께 머무는 곳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환경을 훼손하며 개발하는 경우도 드물고, 사람들의 마인드에 평화, 공존과 같은 키워드들이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유롭게 쉬고 있는 밴쿠버의 사람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시장이지만, 그랜빌 아일랜드에는 시장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가게들도 눈에 띈다. 그랜빌 아일랜드 전체에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기 좋은 곳들이 모여 있는데, 그 종류도 장난감, 액세서리, 옷, 토템 조각상 등 굉장히 다양하다. 여유롭게 여기저기 들어가 보면 보물 같은 나만의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 인상 깊었던 dragon place라는 곳은 말 그대로 용에 관련된 포스터, 책, 피겨 등을 파는 곳이었다. 다소 매니악한 주제의 가게지만 평소에 볼 수 없는 판타지 소설 속 나올법한 아이템들이 많아 구경하는 내내 신기해하면서 이것저것 들춰보기 바빴다.


 밴쿠버는 도시 전체에 걸쳐서 토템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밴쿠버의 상징처럼. 원주민 시대 때부터의 전통을 잘 지켜오는 것일 텐데 우리나라로 치면 장승같기도 하고, 뭔가 수호신 같은 인상을 준다. 그랜빌 아일랜드에서도 조그만 토템 조각상 등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들러서 나만의 토템을 하나 가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토템의 강렬한 이미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밴쿠버는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가득한 활기찬 다운타운과 몇 백 년은 된듯한 나무들이 서 있는 공원이 공존하는 곳이다. 문명의 이기와 오랜 자연의 조화는 부러울 정도로 멋졌다.  

 아, 밴쿠버 또 가고 싶다. 언뜻 보면 별 다른 특징이 없는 것 같지만, 그 속에 사람을 치유하는 강력한 힘이 있는 그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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