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만하게 이직하기 (2)

이직 프로세스에 진입한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

by 산들

이력서를 멋지게 작성해서 사이트에 등록했다면 이직준비의 절반은 끝난거라 볼 수 있다. 이제 나를 발견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원하는 기업 몇 군데를 찍어서 직접 채용사이트를 들락거려보는 것도 좋지만 역시 가장 편리한 방법은 헤드헌터를 통하는 것이다.


헤드헌터만 너무 믿지는 말자

헤드헌팅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해 놓으면, 보통 함께 기입한 이메일 주소나 핸드폰 번호로 연락이 온다. 처음에는 헤드헌터로의 연락이 기쁠 수 있으나, 사실 제안해 오는 내용을 보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마케팅/플랫폼/기획이 커리어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데, 일부 헤드헌터들은 나를 개발자인 줄 알고 개발 관련 직무로 연락이 오는 거다.


내가 올린 이력서나 정보를 보고, 본인이 관리하는 기업에 최대한 잘 매칭해서 오퍼를 주는 고마운 헤드헌터들도 많다. 그러나 대충 키워드만 일치한다 싶으면 지원자의 백그라운드나 경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대량 날림으로 연락을 돌리는 경우 또한 많다. 심지어 한 헤드헌팅 회사에서는 같은 포지션의 내용으로 두 명의 헤드헌터가 연락해 오기도 했다(이건 그 회사 내부적으로 전체 인력들을 관리 못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매칭 건수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런 경우도 발생하는 듯 하다.


하나의 기업에서 복수의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채용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동일한 잡오퍼가 여러 헤드헌터에게서 비슷한 시기에 오게 된다. 그럴 땐 헤드헌터가 주는 메일 내용이나 연락하는 방식을 보고 내게 잘맞는 사람과 진행하면 된다. 채용 프로세스 단계마다 헤드헌터와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 많고, 특히 연봉 협상 단계에서는 헤드헌터의 역량이 중요하므로 나의 의사를 왜곡 없이, 정중하고 단호하게 전달해 줄 만한 파트너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진행 상황에 대한 피드백이 빠른 헤드헌터를 만나야 멘탈이 무너질 일이 없다. 헤드헌터에게 오퍼를 받아 지원했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통 없는 경우 남는 것은 마음의 상처랄까. 기업에서 심사에 시간이 오래 걸려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다든지, 탈락이면 아쉽게 탈락했다든지 하는 상황을 빠르고 공유해 주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헤드헌터들도 많다는 사실.


그리고 헤드헌팅 성사에만 목적을 두고 지원자의 커리어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하향지원을 독려하는 헤드헌터들도 많다. 현 직장 대비 매출규모가 상당히 작은 곳의 오퍼만 알려준다든지, 우선 계약직 형태로 2년 근무지만 거의 100퍼센트 정규직으로 전환되니 걱정말고 지원하라든지 하는 것. 주변에 헤드헌터 말만 믿고 계약직->정규직전환 조건으로 입사했다가, 정규직 전환이 불확실해져서 스트레스 받고 있는 지인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 적이 있다. 헤드헌터도 2년 뒤 기업이 상황이 어찌될 지 알고 무조건 보장을 해주기는 어려운 일. 이직하겠다고 결정하게 되면, 빨리 진행하고 싶어 조바심이 나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헤드헌터의 말만 무조건 믿어서는 안되며, 본인 커리어 플랜에 맞게 이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지원자 입장에서도 진행 의사가 없는 오퍼에 대해서는 헤드헌터에게 빠르고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는 것이 예의다. 그들도 직장인이므로 서로 매너있게 진행하는 것이 향후 지속적 관계를 위해서도 좋다. 나도 어느 헤드헌터와 함께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했는데, 그 분은 피드백이 빨랐고 통화할 때마다 따뜻한 말로 용기를 북돋아주셨으며(?), 연봉협상단계에 진입했을 때는 나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해주셨다. 운이 좋은 케이스 였던 것 같다.


이처럼 이직에 있어서는 오퍼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나와 호흡이 잘 맞는 헤드헌터를 만나는 것 또한 중요하니 헤드헌터와 연을 맺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지원자로서 헤드헌터와의 합을 맞추기 위해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이직 프로세스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만약 이직을 희망하는 회사에 서류 통과까지 했다면, 남은 것은 면접일 것이다. 일부 회사에서는 인적성 검사와 같은 테스트를 보는 경우도 있는데, 신입사원 채용과는 다르게 인성검사만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력사항으로 적성검사에 해당하는 부분들은 갈음하는 모양이다.


명심하자, 연봉협상하고 계약서에 도장 쾅 찍기 전까지는 나는 현 직장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퇴사-이직해 마땅한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 준비과정이 현 직장 및 직장동료들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될 일. 그러므로 이직 준비 기간에 마음이 떴다 하더라도,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업무에는 충실히 임해야 한다. 만약 이직 건이 잘 되지 않으면 나와 현 직장의 인연이 얼마나 더 길어질 지 모르는 일이기도 하고. 면접 기회는 면접일 뿐, 최종 합격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반차 정도 내어 면접을 보는 게 보편적인 방법인 것 같다. 이직에 관련해서는 가급적 최종 합격이 될 때까지 비밀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당락이 결정되고 나서 친한 동료나 팀장에게 슬쩍 귀띔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소속 팀장의 경우 나의 퇴사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인물이므로, 회사에 공식 통보를 하기 전에 가급적이면 먼저 면담 요청을 해서 정중하게 상황 설명을 드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팀장이 아주 어마무시하게 나를 괴롭혀서 이직을 하게 만든 주 원인이라 곱게 상황 설명 해주고 싶지 않을 수 있지만, 생각해보라, 이 경우 두 배로 통쾌함이 느껴지지 않을까?).

상사를 때리면 안됩니다 말로 하세요

그리고 경력직은 입사 결정 전에 레퍼런스 체크가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 무렵에는 내 회사 동료에게 나의 평판을 묻는 전화가 몇 통 걸려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레퍼첵 회사에서는 보통 비밀 유지를 당부하며 나와 다른 팀 사람이나 전 직장이 있는 경우 전 직장에 연락해서 인터뷰를 하지만 사람들의 소문이란 생각보다 빨리 퍼진다. 간혹 역으로 나에게 나를 평가해 줄 레퍼첵 대상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나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 줄)직장 내 신뢰할 수 있는 동료나 선배 이름과 연락처를 전달하면 된다.


아름답게 이별하자

아름답게 이별한다는 것이, 현 직장을 배신(?)한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굽신거리며 나가라는 뜻은 아니다. 길든 짧든 회사에서 나와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최소한 안녕을 빌어주는(?) 예의를 발휘해보자. 이직을 해보니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업계가 내 생각보다 좁다는 것이었다. 특히 비슷한 직무의 경우, 서로 엮여서 의외의 아는 인물이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나는 이직하게될 회사의 팀이 나의 현 직장 옆 팀과 협업하고 있었던, 소름돋는 경험도 있다. 그래서 내가 이직 이야기를 전하자, 그 옆 팀의 선배가 이직하게될 회사의 파트너에 전화해서 우리 후배가 그 쪽으로 가니 잘 좀 부탁한다는(?) 청탁을 할 정도였다.

왜때무네 웃는 상이 하나도 없죠??

생각해보면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들이다. 내가 이직할 때 레퍼첵을 해줬던 선배가 이직을 하게 되어서 그 선배 레퍼첵을 이번엔 내가 하게 되기도 하고. 전 회사와 협업해서 업무를 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직장인의 세상은 생각보다 좁다. 내가 상처받기 싫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상처받기 싫다. 껄끄러운 관계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기왕이면 서로 웃는 얼굴로 일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배려해주는, 직장인들의 연대감을 높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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