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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r 03. 2019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여행기

어른도 아이처럼 맘껏 놀 수 있는 테마파크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일본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을 다녀왔다. 12월 말의 들뜨는 분위기 속에서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온 스스로에게 보상해 줄 겸 해서였다. 워낙에 캐릭터들과 동화적이고 유치한 걸 좋아하는 나에게 안성맞춤인 테마파크 여행지였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관광지라 정보가 차고 넘칠 지경이지만, 그래도 내가 느꼈던 것들이 누군가들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많이 늦은 여행기를 펼쳐본다.

각 구역이 테마별로 꾸며져 있다


익스프레스 패스는 필요한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1년 내내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곳이다. 그 말인즉슨 놀이기구 하나를 타려고 하더라도 무한정 기다려야 한다는 것. 인기 있는 어트랙션의 경우 3시간씩 줄 서는 건 당연지사. 나는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추운 겨울에 도저히 그렇게까지는 못 기다릴 것 같아 미리 익스프레스 패스를 구매해두었다. 익스프레스 패스는 필요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장권과는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우선 입장권이다. 인기 어트랙션 4가지가 포함되어 있는데(패스 종류별로 포함된 어트랙션은 다르다), 어트랙션 별로 명기된 입장 시간이 있어 그 시간에 가면 패스트 트랙으로 입장 가능하다.

메일로 온 익스프레스 패스를 휴대폰에 저장해서 입장시마다 보여줬다

 나는 ‘더 플라잉 다이너소어’와 ‘해리포터 더 포비든 져니’, 이 두 가지가 포함된 ‘더 플라잉 다이너소어 4 패스’로 구입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장권만 해도 8만 원 정도로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패스는 입장권보다 더 비싼 12만 원 상당. 이 패스를 써도 아주 인기 있는 어트랙션은 일이십 분 정도는 줄을 서야 했지만 놀이기구 앞에서 몇 시간 동안 하염없이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상사는 막아주니, 나처럼 놀이기구 여러 개 타고 싶은데 시간은 많이 없고(저녁을 난바 근처에서 먹을 예정이었다) 줄 서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로 추천하고 싶다.

으어어어 스누피야 나 좀 봐줘!!!
퍼레이드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미니언즈 친구들

 그러나 목적이 퍼레이드나 놀이동산의 분위기를 즐기고 여유롭게 구경하는 거라면 패스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자체가 워낙 넓다 보니 테마 구역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하다고 느껴진다. 중간중간 벌어지는 공연들도 너무나 수준이 높고 재미있었는데, 공연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서 챙겨두면 공연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세사미 친구들의 악기 연주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익스프레스 패스는 여러 여행 사이트나 앱을 통해 구매할 수 있고, 연휴 등 인기 있는 시기에는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다. (좋은 입장 시간대의 패스는 빠르게 품절된다!) 티켓이 나오면 출력하거나, 휴대폰에 담아 가면 되고, 티켓 내의 QR코드를 찍어서 유니버설 스튜디오 및 각 어트랙션 내부에 입장하게 된다.



시내보다 따뜻하게 입고 짐은 간소하게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부지가 넓고 변두리 지역에 있어 바람이 많아 부는 데다, 건물들이 많아 그늘진 길들이 많다. 그래서 오사카 시내에서 놀던 것처럼 입었다간 칼바람에 덜덜 떨게 된다. 서울보다 오사카가 좀 더 따뜻해서 한국에서 입던 패딩을 숙소에 두고 가죽재킷을 입고 나왔었는데, 이게 시내에서는 적절한 옷차림이었지만 유니버셜에 와서는 엄청나게 후회했다. 여기저기서 불어오는 칼바람에, 따뜻한 햇살 찾기는 힘들고... 저절로 코찔찔이가 될 뻔 한 걸, 어마어마한 크기의 스누피 모자를 사서 머리를 덮고 있으니 그나마 버틸만했었다. 그러니 담요나 목도리 같은 것들을 챙기거나 시내보다는 좀 더 도톰하게 입고 다니기를 추천한다. 유니버셜은 몇 년 전 4월에도 왔었는데 그때도 생각보다 쌀쌀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너무 추워서 샀던 스누피 모자, 유용하게 종일 쓰고 다녔다

 그리고 야외활동이다 보니 가방이나 짐은 최대한 가볍고 간소하게 챙기는 게 좋겠다. 몇몇 어트랙션들은 짐을 내려놓거나 락커에 넣어놓고 타야 하기 때문에 가방이 크면 번거롭기도 하고(예를 들어 해리포터 더 포비든 져니에서는 입장하면서 모든 짐을 락커에 넣어 놓도록 하고 있다), 테마파크 특성상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하므로 짐이 있으면 더 쉽게 지친다.



헤매지 않고 찾아가기

난바에서 유니버셜 시티까지 이 티켓 하나로 끝!

 내 숙소는 JR 난바역 근처 몬토레 그라스미어 오사카 호텔이었다. JR난바역 바로 붙어있는터라 여기서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출발하기로 했다. JR난바역에서 이마미야까지 가서 니시쿠죠 방향으로 환승하고, 니시쿠죠에서 한 번 더 유니버설 시티 방향으로 환승해야 한다. 환승을 두 번이나 해야 하고 JR 열차는 우리나라 서울 국철처럼 자주 오지 않아서 야외 플랫폼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이렇게 움직일 때 이용하는 노선들은 모두 JR 소속인 덕에 180엔짜리 표 한 장으로 커버 가능하다는 사실! (오사카 난바역에서 이동하면 한신선과 JR선을 이용해야 하므로 비용이 두 배로 든다)  

노선도를 간단히 그리면 이렇다! (출처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홈페이지)
출발지 별로 이동 방법 참고 (출처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홈페이지)

 타지에서 지하철 이동할 때 목적한 역에 내리고 난 뒤 환승은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은 항상 생기는 것 같다. 그렇지만 유니버셜은 워낙에 유명한 관광지라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이동하는 걸 따라가면 되고(일본인들도 친구, 가족, 연인 단위로 정말 많이 가는 것 같다), 간혹 헷갈리는 건 역무원에게 “유니버설 스튜디오?”하고 여쭤보면 어느 쪽으로 가면 된다고 안내를 잘해주셨다.

 갈 때도 사람들이 많지만, 퍼레이드 및 폐장 시간이 다가오면 전철로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몰리므로 유니버설 시티에 도착하면 돌아오는 표를 미리 사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드시 공략해야 할 어트랙션은?

여기는 알록달록 미니언즈 세상
미니언즈 마을은 정말 아기자기했다

 어렴풋한 기억에 몇 년 전 LA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갔을 때는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을 별로 못 봤던 것 같은데, 오사카의 유니버설에는 온갖 귀여운 캐릭터 코스프레를 볼 수 있다. 그중 특히 미니언즈와 해리포터의 팬들이 눈에 띈다. 미니언즈 파크는 유니버설 내 여러 구역들 중에서도 가장 알록달록 귀엽게 꾸며져 있다. 컬러풀한 마을을 애니메이션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모습에 사진을 찍을 때마다 베스트 샷이 나왔다. 미니언즈들이 나와서 바나나-라고 외칠 것만 같았다!

예쁜 무지개 옆에 플라잉 다이너소어의 사나운 트랙이 보인다 덜덜

 롤러코스터를 좋아한다면 플라잉 다이너소어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이번에 처음 익스프레스 패스를 이용해 타봤는데, 웬만한 놀이기구를 다 즐기는지라 롤러코스터 다 똑같지 뭐 하고 자신만만하게 탔다가 네 발로 기어서 내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일단 이 롤러코스터는 사람들을 앉혀놓고 앞으로 거의 90도를 기울여 매달아 놓은 채 출발한다.(네발로 기어 다니는 모습으로 매달리는 꼴이다)  그래서 앞으로 고꾸라져 머리에 피가 쏠린 상태에서 타게 되는데, 이용 시간도 롤러코스터 치고는 꽤 긴 편인 데다 꽈배기처럼 요리조리 꺾어가며(?) 사람들을 실어 나르기 때문에 의자에서 붕 떠지는 느낌이 들어 등골이 오싹했다.


 그렇게 충격과 공포의 시간을 거치며 안색이 창백해진 채 대롱대롱 매달려 대역죄인 머리 모양을 하고 들어오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이 공룡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정말 민망하다. 뒤늦게 하나도 안 무서웠던 것처럼 하하하 웃으며 박수를 치니 열차에 매달린 사람들 모두 워후! 하면서 허세 섞인 박수를 친다. (눈물이나 좀 닦고 박수 칠 걸...) 그걸 보고 기다리던 사람들도 같이 박수 쳐주며 ‘와 진짜 재밌나 봐’하고 있고. ‘롤러코스터 다 똑같지 하나도 안 무섭다’ 하고 외쳤던 나 자신이 머쓱할 만큼 오랜만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던 순간이었다.

웰컴 투 해리포터 월드!
저 기차 타면 호그와트 가나요?

 롤러코스터도 좋지만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진정한 자랑은 바로 ‘해리포터 더 포비든 져니’다. 유니버설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해리포터 구역에 들어서면 팬들을 심장 떨리게 하는, 호그와트행 기차를 마주하게 된다. 이 구역 기념품샵에서는 호그와트 열쇠고리며, 문구류, 스웨터, 망토에서부터 지팡이까지 살 수 있다. (물론 가격은 아주 비싸다) 진짜 호그와트 학생들처럼 망토를 걸치고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덤이다! 가장 인기 있는 기숙사는 역시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이었다. 친구들끼리 기숙사별 옷을 맞춰 입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테마파크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일 것이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해리포터 구역은 더 분위기 있어진다
해리 만나러 갑시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식의 구경은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기념품 샵은 도울뿐. 해리포터 구역의 핵심은 단연 해리포터 더 포비든 져니 어트랙션이다. 놀이기구 좋아하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본 어트랙션 중 스토리라인, 짜릿함, 재미요소 모두 조합해 단연 최고라고 장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라이드형 어트랙션인데, 성에 들어서서 놀이기구에 앉을 때까지 가는 과정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이루는 게 예술이다. 해리포터 성이 기세 좋게 서 있고, 성 안에 입장하면 해리포터 팬들이 탄성을 지를 정도로 복도며 천장들을 다 해리가 학교생활하며 걸었을 법하게 구현해 놓았다. 마치 나도 해리의 친구가 되어 호그와트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라이드가 정말 최고다. 제대로 만든 4dx 영화를 아주 실감 나게 보는 것 같달까. 어찌나 실감 나는지, 내가 정말 날아다니는 줄. 주책스럽게 날개 펼 뻔한 걸 겨우 참았다. 해리포터를 기다리지 않고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익스프레스 패스 값 안 아까웠다고 생각한다.



식사랑 간식은 뭘 먹었냐면요!

피네간즈 바&그릴에서 먹은 따끈한 식사

 테마파크 특성상 음식들이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식당들이 구역별로 다 떨어져 있어서 한눈에 메뉴를 다 보고 정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하루 종일 걸어 다니고 기다리고 구경하면 힘들기 때문에, 체력 안배도 할 겸 지도를 보면서 식당을 찾다가 고열량 음식이 먹고 싶어 뉴욕 구역의 ‘피네간즈 바&그릴’을 찾았다. 아일랜드 풍의 인테리어에 크리스마스 장식까지 더해 예쁘게 꾸며져 있었는데, 우리는 바 자리에 앉아 양파를 꽃처럼 펼쳐놓고 튀긴 것과 피시 앤 칩스, 수프에 따뜻한 와인을 시켰다. 날이 추웠던 탓에 따끈한 음식들을 먹으니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에너지는 바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맛도 있었다.

미니언즈와 스누피 컨셉의 핫초코 엄청 달았다

 유니버설을 제대로 즐기려면 지치지 않게 중간중간 당 충전은 필수다! 한참 걸어 다니다 보니 달달한 핫쵸코가 먹고 싶어 졌다. 눈 앞에 음료와 피자를 파는 곳이 보여서 갔더니, 스누피와 미니언즈 콘셉트의 핫초코를 팔고 있었다! 커다란 스누피 모자를 쓰고 있어서 누가 100미터 밖에서 봐도 스누피 팬으로 보였을 나는 두말할 것 없이 스누피 핫초코! 달달한 생크림을 어찌나 많이 쌓아주는지, 단 거 좋아하는 내가 먹다 지칠 정도였다. 너무도 귀엽게 데코레이션 된 음료를 보니 당이 채워짐과 동시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따끈한 버터비어, 버터 스카치 사탕을 녹인 맛이 났다

 그리고 많은 분들 사이에 ‘먹을만하다’ ‘아니다 악마의 맛이다’ 하며 논쟁인(?) 해리포터 버터비어도 마셔보았다. 추워서 따뜻한 걸로 마셨는데 뭐랄까 달달한 설탕물에 버터 스카치 사탕을 녹여놓은 것 같달까. 이름만 버터비어지 사실 알코올음료도 아니기 때문에, 해리포터 구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버터비어를 홀짝이고 있다. 정체성이 모호하지만 한 번쯤은 마셔볼 법한 맛이었다. (나처럼 초딩 입맛인 사람에게는)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맛이었달까. 시원한 건 맛이 또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오랜만에 사진도 많이 찍고, 놀이기구 타면서 실없이 소리도 질러보고, 말도 안 되는 모자를 쓰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세사미 스트리트 구역에서 세사미 친구들이 샤키라의 wakawaka를 부르면서 타악기 연주를 하는 걸 보면서는 왜인지 왈칵하고 눈물도 났다. 그건 아마도 그때의 현실이 너무도 행복해서 때문이었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높여주는 커다란 트리가 있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직원들은 모두 친절했고, 아이들에게 특히나 상냥했지만 어른들의 동심도 최대한 다치지 않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 우스꽝스러운 모자나 망토, 안경을 쓴 어른들을 비웃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유니버설 스튜디오라는 큰 기업에서 일하며 고객 응대 교육을 받기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안 그래도 될 것 같은 부분들에서도 배려해주는 것에 감동받았달까. (핫초코 사러 갔을 때 점원이 ‘귀여운 스누피 씨, 친구들은 만났나요?’하고 말 걸어주어서 감동 받았다) 그렇게 어른들의 동심 모드를 북돋워주는 부분들까지 입장권 비용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어두워지자 호그와트 성 위로 펼쳐진 환성적인 레이져쇼

 비싼 돈 들여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유니버설이 준비하는 퍼레이드나 레이저쇼도 정말로 장관이다. 특히 크리스마스&연말 특집으로 해리포터 성에 조명을 쏘며 진행한 레이저쇼는 입을 턱 벌리고 보게 될 정도로 예뻤다.

 토이스토리가 진짜일 거라 믿으며 캐릭터 인형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아직도 곰돌이 푸 인형이 있어야 맘 편히 잠드는, 가끔은 몸만 자란 어른인 것처럼 느껴지는 내가 내 정신상태에 맞는 그런 배려를 흔하게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정말 꿈결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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