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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Oct 03. 2018

상해 가족여행 이야기

추석 3박 4일간의 아름다웠던 자유여행

 올해 추석에는 가족들과 함께 상해 3박 4일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 하반기에 동생이 베이징에 교환학생을 가있어서 그 해 추석에는 베이징을 갔었는데, 올해는 같은 중국 대륙이지만 전혀 다른 이미지의 상해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대만에 머물고 있는 동생은 타이베이에서, 부모님과 나는 김해공항에서 상해 푸동공항으로 향하는 스케줄이었다.

설렘을 담은 항공 샷!

 사전에 서울역 쪽의 중국비자센터를 통해 중국 비자를 발급받았고,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한산했던 김해공항을 출발해 2시간 비행하니 어느덧 상해. 하늘에서 내려다본 상해의 바다는 ‘황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황톳빛이었지만, 가족과 함께한 3박 4일의 시간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컬러풀한 기억으로 남았다. 여기, (이미 많은 여행 소개글에서 언급되었을 것 같기는 하지만) 4인 가족이 자유여행으로 즐기면 좋을 법한 곳들의 기억을 남겨본다.


1. 숙소는 무조건 교통 좋은 시내 중심지로!

 혼자 가는 여행일 때도 나는 교통편이 편리하고, 위치가 좋은 숙소를 선호하는 편인데,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인 경우 ‘위치’의 중요성은 한결 더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여행 기간이 짧을수록 더! 상해는 중국에서 물가가 비싼 도시지만 호텔의 경우 같은 브랜드라도 한국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특급 호텔 브랜드들도 고려할만하다. 나는 상해 메리어트 호텔 시티센터에 디럭스 객실 2개를 미리 예약해두었다. (여행지에서 우리 자매는 아침 외출 준비로 부산을 떨기 때문에 4인 가족이지만 화장실이 두 개는 되어야 안심할 수 있다!)

메리어트의 깔끔한 객실

 푸동공항에 내려서 자기 부상 열차를 타고 10여분을 달리고 2호선으로 환승해 20분 남짓 갔을까. 인민광장 역에 내려, 19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걸어 호텔에 도착했다. 인민광장 역은 무지 크고 사람이 많아서, 정신줄을 단단히 붙들고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가며 출구안내판을 찾아다녀야 했다. 상해의 지하철은 저렴하고 깔끔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지하철로 여행지 간 이동을 할 생각이었지만 막상 다녀보니 지하철 탈 때마다 짐 검사받는 것도 귀찮고, 지하철 역 자체가 너무 커서 역에 내리고 나서 출구 찾는데 진이 빠져서 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었다. (그래서 첫날 교통카드를 사서 30위안씩 충전했다가, 마지막 날에 인민광장 역 서비스센터에서 잔액과 카드 보증금 20위안을 환불받았다. 현금으로 환불 가능하지만 수수료 명목으로 0.5%를 떼고 준다.)

욕조가 있어 좋았다!

 상해 메리어트 호텔은 난징동루가 지척에 있어 밤에 난징동루의 밤거리를 즐기며 멋진 식사를 하고 나서 걸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시설이 깔끔하고 객실도 넓은 편이었으며, 어메니티도 탄(Thann) 제품이라 만족스러웠다. 욕조가 있어서 엄마와 동생은 반신욕을 하며 다리의 피로를 푸시기도 했고. 호텔 후문 쪽에서 스태프들이 택시도 잘 잡아주어서 이동도 편했다. 다만 객실을 10층으로 배정받아 그런지 창 밖 전망은 다른 고층 건물들이 가리고 있어 아쉬웠다. 하지만 부모님도 우리도 숙소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만족하며 여행했다.


2. 마사지, 쇼핑, 식사의 토털 패키지 난징동루!

 난징동루에는 해외 브랜드들로 가득한 백화점들과 세포라, 엠앤엠즈 같은 쇼핑 스폿들이 즐비하다. 밤이 되면 널따란 길 양쪽으로 상점들이 번쩍번쩍한 간판들을 뽐내는데, 과연 이 곳이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한 소비 도시구나 싶었다. 우리 엄마도 다이슨 못지않은 성능을 자랑한다는 차이슨 청소기를 사시려다 운송이 귀찮다며 포기하시긴 했지만, 사전에 뭔가 사고 싶은 제품들이 있다면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상해 현지 브랜드를 노릴만하다!

난징동루의 화려한 밤거리

 참고로 중국 현지 브랜드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티엔즈팡에서 3만 원도 안 하는 가격으로 상해 스니커즈 브랜드인 페이위에(Feiyue) 운동화를 하나 샀는데, 생각보다 이쁘고 신을 만했다. 중국의 자랑, 미니소에서는 목베개와 와인 오프너, 말린 망고 등 온갖 잡다구리들을 샀는데 예상보다 뛰어난 성능에 감탄했다. 정말 미니소에는 없는 게 없다! 다만 세포라 같은 해외 브랜드 제품들의 가격은 그리 저렴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니 쇼핑을 원한다면 중국 현지 브랜드를 노려보자!

오후가 되면 슬슬 간판에 불이 켜진다

 난징동루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성업 중인 마사지 샵들도 꽤 많다. 많이 걸어서 피곤하셨을 엄마 아빠를 위해 저녁에 1시간 정도 난징동루의 ‘도원향’이라는 발마사지 샵을 예약해서 모셔다 드렸는데,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중국 직원분들이 한국어를 알아들으신다! 우리 자매는 엄마 아빠가 발마사지 받으시는 동안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세포라 구경을 하고 훠궈 집을 예약하느라 밖에 있었지만, 마사지를 받으신 부모님 말씀으로는 꽤나 시원했다고 하니 여행으로 몸이 찌뿌둥해졌다면 한두 시간쯤 마사지받는 것도 고려할 만할 것 같다. 두 분이 한 시간 짜리 발마사지를 받고 우롱차도 드시며 쉬시는 비용은 200위안이었으니, 여행 중 부모님을 위해 해 드릴 만한 선물이 아닐까 싶다.

익숙한 저 간판은 에뛰드 하우스!

 뿐만 아니라 여행 중 우리 가족이 가장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던 곳도 바로 이 난징동루에 있었다! 훠궈를 한 번 먹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중국 특유의 향신료 냄새를 못 견디시는 엄마를 고려해 엄선해 고른 곳은 달러 샵(Dolar shop). 미국 화폐 ‘달러’를 생각했으나 그 철자가 아니었다, 여전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달러 샵은 이미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훠궈 집이라고 한다. 이 곳은 한 사람당 훠궈 냄비 하나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각자 자기 입맛에 맞는 훠궈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치는 난징동루 엠앤엠즈 있는 건물이었는데, 최근 리모델링을 했는지 사전에 블로그에서 찾아본 것과 다르게 본 건물에 이어져 있는 뒤쪽 건물의 5층에 위치해 있었다. (위치가 헷갈려 안내 데스크에 여쭤보니, 통역 어플을 이용해 설명을 해주시는 친절함을 보여주셨다. 역시 중국은 모바일 테크놀로지!)

거리에서 사 먹었던 아이스크림+홍콩식 계란빵 맛있었다!

 저녁 시간이라 사람이 너무 많으면 어쩌지 했는데, 생각보다 한산해서 우선 예약을 잡고 마사지샵에 부모님을 모시러 갔다. 유명하니 맛있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요리를 먹기도 전에 서비스에 감탄. 앞치마를 주는 건 그렇다 치지만, 핸드폰에 기름이나 국물이 튀지 말라고 핸드폰을 넣어놓을 투명 필름을 주는 그 센스는 정말 생각도 못했다! 자리에 앉을 때는 의자를 빼주고, 주문도 모바일로 재료 사진을 보면서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중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대충 감은 잡으며 주문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먹어본 결과 육수는 버섯, 마라, 토마토, 해물 모두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내 동생은 토마토 육수를 싫어했으니, 버섯이랑 해물 정도가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

달러 샵 훠궈, 마라+소고기+참깨장 조합 강추!

 탕에 담가먹을 재료로 소고기는 당연히 시켜야 하고, 해산물 모둠은 생각보다 부실하니 해산물이 먹고 싶다면 개별적으로 시키는 것을 추천! 8위안짜리 셀프바 charge가 붙는데, 이는 훠궈에 담근 재료를 찍어 먹기 위한 장을 만드는 바의 이용료다(디저트 개념의 과일들도 몇 종류 있었다). 개인적으로 훠궈에는 참깨장이 제일이라 생각하는데, 대만에서 먹은 훠궈 집에서는 이 장이 없어 매우 아쉬웠지만 달러 샵에서는 참깨장을 포함, XO 소스, 비프 소스 등 장도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나의 토마토 육수와 참깨장, 맛있었다

 셀프바에 처음에는 중국 주황색 멜론인 화미과가 있었는데, 우리가 식사를 마칠 무렵에는 다른 과일로 바뀌어있어 동생이 몇 번을 망설이다 직원분한테 화미과는 안 나오냐고 물어봤는데, 직원이 직접 주방에 가서 화미과를 잔뜩 받아 우리 테이블로 갖다 주었다. 달러 샵의 직원들은 월급을 많이 받거나, 서비스 교육을 무섭게 받는 것이 틀림없다! 4인 가족이 술도 한 잔 하며 좋은 음식을 맛있게 먹은 가격은 10만 원이 조금 넘는 정도. 다음에 또 방문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난징동루에서 멋진 식사를 하고선, 호텔이 이 근처에 있어 난징동루를 천천히 걸으며 소화를 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


3. 상해의 시그니처 야경, 황푸강 크루즈

 상해라고 했을 때 내 머릿속에 막연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층 건물들과 휘황찬란한 야경이었다. 그 모습을 가장 생생하게 재현해줄 수 있는 곳은 단연코 황푸강 크루즈다. 넓은 크루즈 선을 타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와이탄과 푸동, 양쪽의 고층 건물들이 뿜어내는 화려한 불빛들을 즐길 수 있다.

크루즈를 타기 위해 택시에서 내린 위치!
크루즈에서 바라본 와이탄 쪽 전경

 우리 가족은 호텔에서 택시를 잡았는데, 애플 지도에 크루즈를 탈 수 있을 만한 페리 터미널을 찍어 택시기사님께 보여주었다. 이동하면서 금융계열 회사 건물들의 저마다 다르게 감각적인 디자인을 보며 감탄이 나왔다. 택시에 내려 크루즈 표를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물어보려 터미널 건물 안내원에게 물어봤는데, 어떤 여자분을 가리키며 저분을 따라가란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여자분을 졸졸 쫓아가며 들어보니, 이 분은 여행사 가이드인 듯했다. 일정 부분 커미션을 받으면서 크루즈 표를 할당받아 파는 분인 것 같았다. 표 값은 인당 80위안. 40~50분 정도 큰 크루즈를 타는 표 치고 가격이 괜찮다 싶었고, 무엇보다 사전에 찾아봤던 가격보다도 쌌다!

이렇게 크루즈 표를 받았다!

 나를 상대로 사기 칠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시오 내 동생은 중국어를 한단 말이오 하고 주장하는 표정으로 여자분을 보고 있으니 표를 먼저 끊어오겠단다. 정말 표 4장을 끊어왔고 인당 80위안을 위챗 페이로 지불하고 나서 페리 터미널 안내원에게 표를 다시 보여주며 확인을 받았다. 중국어를 할 줄 안다면 이런 식으로 현장에서 여행사 가이드와 컨택해 표를 살 수도 있다. (중국 계좌가 있다면 위챗 페이는 필수다. 동생이 교환학생 하던 시절 개설해놓은 위챗 페이는 택시비 등 여러 가지 소비의 순간에 빛을 발했다! 중국 현지는 이미 현금보다는 위챗 페이를 신뢰한다고 한다. 현금은 위조의 위험이 있고 거래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 순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이 미안할 정도로 잘 도와주신 케이스가 아닌 가 싶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전광판이다

 우리의 크루즈 시간은 저녁 7시 40분. 20분 전에는 미리 와서 줄을 서 있으라고 들었는데,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남아 터미널을 어슬렁거렸다. 그런데 왠지 먼저 줄을 서면 더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 안내원에게 물어봤더니, 지금 들어가서 줄을 서도 된단다. 그래서 7시 좀 넘은 시각부터 줄을 서 있었는데, 우리 뒤로 줄줄이 사람들이 꽤나 많이 들어온다.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이고, 프랑스며 우리나라 사람들까지 패키지 여행객들이 가득 찼다. 미리 줄 서지 않았다면 크루즈 끄트머리에 간당간당하게 탈 뻔했다.

상해는 전기세가 싼 것일까
저 빨간 기둥이 그 유명한 동방명주

 크루즈는 생각보다 컸고, 우리 가족은 운 좋게 갑판 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강바람은 시원하고 눈앞에 그 유명한 동방명주 등 위압적으로 큰 건물들이 불빛을 반짝반짝 내뿜는데 정말 멋진 순간이었다. 밤에 야외에 있어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 가족은 넷이 붙어 셀카봉을 붙들고 연신 사진을 찍었다. 반짝이는 건물들 만큼이나 빛나는 순간들이었다! 크루즈에서 내리고 나서는 대로 쪽으로 얼른 나가 택시를 잡아타고서 호텔로 돌아왔다. (큰 크루즈가 몇 대나 있고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택시를 잡기 힘들다!)


4. 부모님 인생 샷은 여기서! 주가각

 주가각은 상해 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가면 만날 수 있는 수변마을이다. 아시아의 베니스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고 한다. 가는 방법은 버스도 있고, 지하철도 있지만 우리는 우선 편하게 가자는 생각으로 택시를 탔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가서 주가각 쪽에 내리면, 수변마을까지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인력거 등을 이용해서 많이들 들어가시는 것 같다.)


 호텔에 택시를 불러 200위안에 합의를 보고, 약간의 교통 정체를 겪으며 주가각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10분 정도 소요. 주가각 수변마을 쪽은 길이 워낙 좁아 차가 들어갈 수 없어서 근처에 택시를 세워주셨다. 택시 기사님이 중국말로 뭐라 뭐라 하시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하게 있었더니, 동생 왈 ‘초행길이라 조금 헤맸어요. 안까지 못 들어가서 미안해요.’ 하셨다나. 중국어는 성조 때문에 다소 격앙되게 들려서 나 같은 외국인이 들었을 때 분위기를 다소 오해하기 쉬운 것 같다. 사실, 상해에 머무는 시간 동안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친절했다,

날씨도 좋고 나룻배는 운치 있고
노젓기의 달인!

 택시에서 내리고 나서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자연스레 섞여 걸으니 강이 나왔다. 그리고 양 옆으로 붙어선 아기자기 예쁜 가옥들이 보였다. 기대 이상이었다. 우선 나룻배를 타보자 싶어 티켓 파는 곳에 가서 4인 가족이라고 하고 길게 타고 싶다고 하니 표를 내준다. 가격은 180위안. 우리 가족이 한 배에 올라탔는데, 우리 가족만 있는 것도 좋았고, 배가 뒤뚱거리며 나아가는 것이 꽤나 재미있었다. 뱃사공이 노를 젓는 모습도 멋지고, 강가 위를 나룻배들이 둥실 떠있는 것도 그림 같고,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도 참 예뻤다. 상해라면 마천루와 테크놀로지가 떠올랐는데, 이 곳에서는 중국의 고전미가 넘실거린달까. 왕복 편이라 그래도 30분 정도 넘게 탄 것 같은데, 배 위에서 사진을 100장은 찍은 것 같다. 눈 앞에 풍경 담아내랴, 즐거워하시는 부모님 사진 찍으랴 우리 자매의 두 눈과 손은 쉴 새 없었다. 하지만 타고나서 보니 우리도 재미있고 부모님도 가장 즐거워하셨던 것이 바로 이 주가각의 나룻배가 아닌 가 싶다.

베니스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흔한 강 위의 교통정체

 주가각의 골목들은 좁고 아기자기한 맛도 있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걸어 나가기도 불편할 지경이었다. 거기다 어디선가 묘하게 취두부 냄새가 나는 것 같아(나는 웬만한 향신료를 다 좋아하지만, 취두부 냄새에는 쥐약이다), 속이 썩 좋지많은 않았다. 하지만 좁은 시장 골목길 끄트머리에는 탁 트인 노상 카페들이 있었다! (사실 애플 지도에서 ‘스타벅스’를 찍고 가서 발견한 곳이다.) 이쯤 오니 강 풍경도 다시 눈에 들어오고 바람도 살랑대며 불어와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겼다. 신기한 것은 여기에 ‘설빙’도 있었는데, 정식 프랜차이즈인지 소위 말하는 짝퉁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노상 카페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쉬면 여행 에너지가 꽤나 많이 충전될 것 같다.

강변이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돌아갈 때는 교통정체를 우려해서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주가각 시내에서 주가각 역까지를 지도로 찍어보니 1km가 넘는 거리가 나온다. 역까지 이걸 걸어야 하나 택시를 탈까 고민하며 일단 역방향으로 빠져나왔는데, 어라 버스가 있다. 주가각 역까지 운영하는 버스란다. 표를 사면 되냐 물었더니 그냥 타라고 하는 걸로 봐서는 무료 셔틀버스 개념인가 싶다. 운이 좋게도 그렇게 버스를 탔는데, 여기 근처가 역이라며 내려주길래 사람들과 함께 우르르 내렸다. 내린 곳에서 5분 정도 걸으니 지하철 역이었다. 주가각역이 있는 호선은 비교적 최근에 생겨서 이용객의 대부분은 주가각을 여행하고 상해 도심으로 이동하려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래서 주가각에서 지하철을 타면 자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역 간 거리도 넓은 이 지하철에서 목표로 하는 상해 도심의 역까지 30분이 넘는 거리를 서서 가게 된다는 것!

카페 창문으로 바라본 주가각 전경


5. 중국의 진짜 정원이 보고 싶다면, 예원

 동생이 베이징에 교환학생 가 있으면서 3일 정도 상해 여행을 했었는데, 그때 가장 감탄했던 곳이 예원이라고 했다. 중국 고전 정원의 진수라니 가기 전부터 기대 만발. 결과적으로 정말 가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용이 승천할 것만 같군요
고개를 들어보니 저런 디테일이!

 호텔에서 택시로 15분 정도 갔을까. 본격적인 정원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늘어선 상점들 앞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택시에서 내려걸어 들어가는데, 상점들도 홍등을 달고 중국 고전 양식의 디자인을 하고 있어 가족 기념사진 찍기 안성맞춤이었다. 좁다란 골목 안에 만두나 두부 같은 길거리 음식이며, 사탕이나 핸드크림, 스카프 등을 파는 조그만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데 구경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가격도 괜찮아서 이 곳에서 상해 명물이라는 토끼 사탕(유과 캐러멜 같은 느낌의 사탕이었다)과 상해 모던 레이디가 그려진 핸드크림 세트를 샀다.

빨대로 마시는 게 신기했던 육즙 만두!
거리가 복작복작

 눈 앞에 사람들의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니 예원 입장하는 티켓 오피스인 모양이다. 위챗 전용 결제 줄이 더 짧길래 동생의 위챗 페이를 이용해 표를 4장 끊었다. 베이징 이화원을 방문했을 때 시간과 사람에 너무 쫓겨서 제대로 못 둘러봐서 아쉬웠는데, 예원도 그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 것도 잠시. 이화원보다 방문객이 더 적었던 것인지 생각보다 요리조리 둘러볼 여유가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독특한 모양의 바위가 시선을 사로잡고, 호수와 나무와 바위, 건물이 어우러져 정말 중국 영화의 한 장면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중국 분위기 물씬 나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달까. 표 사는 줄을 보고서 포기할까 싶기도 했는데 예원 안에 안 들어왔으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

녹색과 적색이 조화로운 정원

 중국 특유의 붉은빛과 나무들의 초록빛, 연못의 물빛이 조화롭게 얽혀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낸 듯싶었다. 여유롭게 걸으며 건축물 구경도 하고, 예쁜 곳에서 사진도 찍고 하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엄마 아빠의 카톡 프로필 사진 수십 장을 여기서 건졌다!) 해가 질 무렵의 예원은 또 다른 빛으로 아름답다고 하던데, 그 모습까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예원을 벗어나면서 진한 망고 퓌레 주스 위에 생망고를 크게 잘라 얹은 음료 두 잔을 나눠 먹었는데, 이 또한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아무래도 가족이 함께 있어서 더욱 그랬겠지만 말이다.

저 연못의 다리가 고전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상해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비행시간 2시간 내외로 가깝고 고전부터 첨단까지 즐길거리가 많아 가족여행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이나 택시 이용하기도 편리해서 굳이 패키지여행이 아니라도, 자유여행으로 계획해서 원하는 곳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가능한 곳이랄까. 3박 4일의 가족여행으로 그리 길게 머물지는 못했지만, 멋진 풍경을 같이 보고 맛있는 걸 함께 먹고 낯선 곳에 대한 감정도 공유하며 가족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진 소중한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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