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 Sep 06. 2019

‘워크맨’의 매력

동영상 기피자도 끌어당기는 영상 콘텐츠의 비결

 나는 영상 콘텐츠를 열심히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넷플릭스를 정기 결제하고 있지만 프렌즈나 지정 생존자 같은 맘에 드는 미드 몇 편이나 가끔 마블 시리즈 영화를 다시 보는 정도이고, 유튜브 프리미엄은 얼마간 유료 결제했다가 자주 쓰지 않아 탈퇴했다. 정보를 영상으로 얻는 것보다는 글에 사진이 더해진 블로그 형태나 카드 뉴스들을 선호한다. 그 편이 더 빠르기 때문에. 귀여운 동물 영상을 클립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gif 수준의 짧은 짤들이고, 어쩌다 클릭한 페이지가 5분이 넘어가는 영상이라면 여지없이 '뒤로 가기'행이다. 가뜩이나 바쁘고 피곤한데 굳이 눈과 귀를 동시에 사용해 집중해서 오래 봐야 하는 게 귀찮아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그런 내가 요즘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콘텐츠가 생겼다. 친구가 자기 전에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보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 자리에서 시리즈 전편을 다 봤다며 추천해준 장성규의 '워크맨'이다. 친구와 함께 한 편 봤는데 웬걸, 생각보다 재밌어서 워크맨 계정을 구독하기에 이르렀다. 워크맨은 제목 그대로 여러 가지 직업을 하루씩 체험하면서, 해야 할 일들과 실제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인터뷰도 보여주는 가상 직업체험형 영상 콘텐츠다. 짧은 시간 워크맨을 보면서 느낀 이 콘텐츠의 매력을 생각해봤다.  

썸네일과 제목 편집이 요즘 사람들(?) 스타일이다


1. 정신 없이 빠른 속도감

 워크맨 영상 한 편 길이는 보통 10분 내외다. 나처럼 길이가 긴 동영상 기피자도 썸네일만 재밌다면 비교적 부담 없이 재생 버튼을 눌러볼 엄두는 날만한 분량이다. 그리고 그 10분 안에 핵심 내용들만 다 보여준다. 그래서 호흡이 아주 빠르다. 개그감을 노린 거겠지만 장성규가 조금이라도 허튼소리를 하면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차 없이 자르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간다. 심지어 인터뷰를 따면서 인터뷰이가 어버버 하면 자막으로 커트하고 바로 다음 화면으로 넘기며, 리액션도 가장 재밌는 절정 부분만 잘라서 넣어주는 것 같다. 늘어질 틈이 없어 중간에 영상을 이탈하게 되지 않는다. 가끔 유튜브를 방황하다 보는 먹방이나, 뷰티, 생활 영상들은 설명이 너무 길다거나 하이라이트까지 가는 과정이 지루해서 꺼버리게 되는데 워크맨은 그럴 틈이 없이 계속 자극을 주는 느낌이랄까. 나같이 성격 급한 사람도 좋아할 만한 콘텐츠다.


2. 선을 넘나드는 장성규의 매력

장성규는 예능에서 두드러지게 활약해왔다

 장성규는 2011년 MBC에서 신입 아나운서를 공개 채용하는 '신입사원'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당시 우승까지는 못했지만, 매 회 센스 있는 모습과 개그감을 자랑하며 시청자들 눈도장을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JTBC 아나운서 출신임에도 그의 이미지는 우리가 가진 '아나운서'의 전형적인 이미지(우아함, 점잖음, 훈남 훈녀스러움)와는 상당히 다르다. 오히려 우리 학교에서 제일 웃긴 선배 같은 친근감이 든다.

GS25에서 CU를 외치는 패기 무엇

 다소 날 것의 언어도 거침없니 내뱉는 모습에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진다. 특유의 좋은 발성과 발음에다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보여준 그 넘치는 끼와 선을 아슬하게 넘나드는 애드립의 조화가 캐릭터의 매력을 더 살린달까. 특히 워크맨은 유튜브 채널이라 그런지 TV 프로그램에서보다 더 자유분방하게 날뛰는데 개그맨 출신이라 해도 믿을 법한 신박한 개그감을 보여준다. 피자집에서 일하면서 손님 옆에 앉아 한입만 달라고 조른다든지, 손님들이랑 노닥거리느라 배달 두 건 하면서 두 시간 걸린다든지, 메가박스에서 CGV를 찾는다든지.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찍으면서 어떻게 하면 더 농땡이 칠 수 있을까 궁리하는 모습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웃으면서 '미친 거 아니야?' 하는 소리가 나오게 한다. 다큐스러웠으면 한없이 지루했을 테마를 매우 예능스럽게, 그것도 날 것의 언어를 써가며 다듬어서 매력적이다.   

초췌한 표정과 살벌한 2행시

 

3. 궁금했던 점을 긁어주는 콘텐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콘텐츠가 인기를 끌려면 그 내용 자체가 재미있고 유용해야 한다. 워크맨은 편의점, 키즈카페, 야구장, 놀이동산, 항공사, 소개팅 어플 회사 등 사람들이 궁금해할 법한 곳을 찾아가 일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장성규가 (고생스럽게) 일해봤으면 싶은 곳들을 댓글로 응모받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이런식으로 정보 제공

 웃긴 장성규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유용한 정보들도 녹여 넣는데, 편의점에서 일할 때를 예로 보면 해당 편의점 브랜드에서는 택배나 배달 서비스도 되고 2+1 상품을 한 번에 수령해가기 힘들면 어플에 보관해 둘 수 있으며, 치킨 한 마리를 1만 원이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정도랄까. 사전 협의 PPL의 느낌이 물씬 나지만 그래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PPL이 어느 정도 있어야 워크맨 채널 운영비도 좀 벌고, 돈 없어서 채널 닫는 일도 없겠지 라며 팬으로서 요즘 트렌드에 맞는 관대한 생각을 해본다.)

자네... 대체 누구의 자식인가..?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선배사원들의 뼈가 있는 코멘트들을 적재적소에 녹여 그 진정성을 높인다. 출연하는 선배사원들도 끼가 있거나 재미있는 사람들 위주로 편집하는 모양이다. 워크맨의 백미는 영상 말미에 나오는 시급 부분이다. 하루 몇 시간씩 일하고 그 자리에서 일당을 받아 공개한다. 최저시급에 맞춘 금액에는 탄식을, 높은 시급에는 그만큼 고생한 장성규의 초췌한 얼굴이 겹쳐 납득을 하게 된다.   

궁금했던 시급을 알려줘서 좋다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다

 확실히 장성규의 워크맨은 요즘 대세다. 개설한 지 하루 만에 유튜브 실버 버튼을 받았고, 지금은 구독자 210만 명에 달한다. 다만 업로드된 영상의 조회수는 적게는 100만 회(야구장 편)부터 많게는 800만 회(에버랜드 편)로 편차가 심한 편이다. 지금은 관심 주제와 썸네일 내용, 등장인물에 대한 입소문이 호기심을 자극해서 조회수를 모으는 단계인 듯하다. 현재의 많은 유튜브 채널들이 그렇듯 말이다. 워크맨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으려면 채널 자체와 팬들의 유대관계를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믿고 보는 워크맨'이 될 수 있도록 팬들을 붙잡아 둘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워크맨 채널, JTBC 아는형님

  

매거진의 이전글 My favorite te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