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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Jan 08. 2017

[영화리뷰]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키미노나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을 그 이름에 대한 맑은 환상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너의 이름은'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일본 관객 1600만 명 돌파, 사회현상으로 까지 조명되며 무시무시한 열풍을 만들어낸 이 영화는, 뜨거운 여름에 일본 개봉 후 한 숨을 돌리고 한국으로 왔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시사회 등으로 베일을 서서히 벗었던 너의 이름은, 이제는 한국 박스오피스 예매율 1위를 섭렵하며 우리나라 관객들을 홀리고 있다.

한국판 포스터, 청량하다

n번 관람해야겠다는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너의 이름은 돌풍이 과연 한국에서도 통할 것인지. 300만 관객이 넘으면 다시 내한하겠다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가 되는 와중에, 내가 느낀 너의이름은 영화의 인상을 공유하고 싶었다. (스포일러는 약간 있을 수 있음!)


1. 실사보다 더욱 아름답게 표현된 영상

실제 장소와 아주 흡사하게 그려낸 영상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경계속에 떠있는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점은 영상미에 있다. 특히 도쿄의 풍경을 표현한 장면은 거의 실사라 보아도 될 정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의 작화를 더 말해 무엇하겠냐마는, 도시를 표현할 때도 건물 창문 하나, 빛이 닿는 느낌 하나하나 소중히 쌓아 올린 듯한 인상이다.

이야기 전개상 하늘이 많이 등장하는데, 빛이 표현된 느낌이 마치 클로드 모네의 작품을 보는 듯했다. 현실적인 동시에 환상적이다. 생생하지만 몽롱한 듯해 더욱 아름답다.

밤의 하늘, 혜성을 이런 빛줄기로 표현해 낸다


2. 더 이상 조화로울 수 없는 화면과 음악

시각과 청각에 동시에 다가오는 조화로운 자극

감독은 이 영화에게 가장 신경 쓴 것은 음악이라 말한다. RADWIMPS라는 밴드와 영화 전체를 두고 공동작업을 했다. 일반적인 영화들은 화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고 편집하는데, 이와 다르게 너의 이름은 에서는 음악에 맞게 영상을 편집했다고 한다. RADWIMPS의 음악이 흐를 때 극의 피크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음악이 길면 영상의 장면을 더욱 늘렸고, 음악이 빨라지면 영상도 빨라져 몰입감을 더욱 높인다. 음악이 영상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 음악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셈.

주인공의 마음을, 음악의 가사가 대변해준다

또한, 극 중의 대사와 음악의 가사가 한 흐름을 이룬다. 예를 들어, 소년과 소녀가 안타깝게 헤어지는 순간에는 '안녕이라는 말과 가장 먼 곳에서 널 기다릴게'하는 가사가 깔리는 식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를 보면서는 대사뿐 아니라 음악의 가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을 추천한다. 다행히 음악의 가사도 자막으로 나온다.(그러나 대사와 겹치는 부분은 노래자막이 생략된다.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세심한 연출을 더욱 아름답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 결국 우리가 듣고 싶었던 건, 아름다운 이야기

소년, 소녀, 안타까움, 사랑. 포스터 만으로도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이 영화의 스토리다.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이 이야기, 하지만 감독은 이야기를 생각지 못하게 중간에 한번 꼬아놓는 영리함을 발휘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판타지가 된다.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이미지, 이토록 귀엽고 발랄한 청춘이라니

아주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참 기대치에 걸맞는 결말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오글거림이 남아있고(헤-에? 호-오? 이런 감탄사류), 일부 장면들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여주와 남주를 훓는 시선의 각도가 다르다든지, 여주가 자전거를 타는 장면에서 속옷이 노출된다든지), 이 영화는 현실 속 우리들의 감정을 건드린다. 고교시절에 동경했던 선배를, 홀로 두근댔던 짝사랑을 떠오르게 하고, 소중했던 이들의 이름을 되뇌어 보게 한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이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과거 동일본 지진으로 인해 상처받았던 수많은 일본인들에게 '극복'의 메시지로 위로를 전하고, 함께 해낼 수 있다는 따뜻함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 재난 상황에서 많은 일본인들이 동일본 지진을 떠올렸을 터. 실제로 감독은 동일본 지진이 없었다면 이 이야기를 결코 생각해내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일본 청춘 애니에 빠질수 없는, 모두의 동경의 대상인 선배도 등장한다!

일본에서는 인연인 사람들 간에는 새끼손가락에 보이지 않는 빨간 끈이 매어져 있다고 믿는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소년과 소녀가 몸이 뒤바뀌고 당황하고, 적응하고 자신들만의 규칙을 정하고, 결국 이끌리고, 서로의 이름을 기억해 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듯. '끈', '이어짐'이라는 키워드가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도록 한다. 그게 이 영화가 주는 여운이자 힘이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그 보이지 않는 이어짐을 통해 시간을 달려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그 인연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흘려보내지 않았을까. 그때의 나는, 그때 내가 좋아했던 너는, 혹은 다가올 미래의 너는, 나의 이름을, 얼굴을, 존재를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고 너를 기억해낼 수 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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