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passed in the blink of an eye
일 년이 지나갔다.
그것도 눈 깜짝할 새에.
이 글은 그저 서랍 안 다이어리를 꺼내
싱거운 글자만을 적어 내려가는 대신
멋진 풍경 사진과 함께
그럴 듯하게 일 년의 마지막 기분을 기록하고 싶은
어떤 허영심에서 적는 사적인 글이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2020년은 나에게도 잊지 못 할 한 해가 되었다.
역병이 전 세계를 뒤덮은 까닭 때문만은 아니고
나의 인생이 어쩌면 180도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나는 퇴사를 했다.
공무원에서 민간인이 되는 신분의 변화가 생겼다.
엄청난 자유를 고대했지만
상황은 나를 허락해 주지 않았다.
혼자서 동유럽 한 바퀴를 돌며
일명 '나를 찾는 여행'을 하겠다 계획했지만
(사실은 다 허울이고 그저 '놀 생각' 이었지만.)
중국발 바이러스는 그런 날 막아 섰다.
하지만 긴 여행이 취소된 덕에
나는 미뤘던 유튜브 채널 개설을 조금 일찍 실행하게 되었다.
처음엔 '팝송 해석 콘텐츠'로 시작한 나의 채널은
기대보다 부진한 성적이었지만
지난 5월, 무심코 올린 나의 '공무원 공부법' 영상이 조회수 12만회가 넘어가며
순식간에 채널 지수가 불어났다.
그 뒤로도 지금까지 나는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
매주 한 편씩 비디오를 만들어 올리고 있다.
내 비디오를 보고 되레 내게 고맙다는 사람,
너무나 힘이 되었다는 사람들을 보며
이 일은 내게 '지속 가능한' 힘을 주는 일이란 걸 깨달았다.
게다가 내가 유튜브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영영 알지 못했을
내가 가야할 길 또한 찾을 수 있었다.
내 안에 늘 나와 공존하던 영어에 대한 갈망
그리고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열정을 깨닫게 해준 어떤 고마운 분 덕택이었다.
물론 가는 길에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아직은 양 손에 든 게 별로 없다.
때로는 쌓여가는 짐들에 어깨가 무거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을 만큼
행복한 발걸음으로 길을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은 마치 날개를 단 듯 빠르게 지나갔지만
동시에 나에게도 날개를 달아준 해이다.
과감한 결정과 새로운 발견, 그리고 도전으로
나는 작년 이 맘때의 나보다 더
겸허하고 단련된 사람이 되었다.
다가올 2021년이 기대되는 바이다.
이 해에는 모든 사람이
생존 걱정 없이
각자만의 소중한 목표들을
맘껏 성취하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