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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Jun 01. 2021

오래오래 행복 했답니다.

Happily ever after

* 2018. 11. 20.  작성되었습니다

지인과 통화를 하다가,
니 남편 같은 사람이 없지, 라는 말을 들었다
오빠는 잘 지내지, 하는 안부인사에
좀 잘 못 지내도 될 만큼 잘 지내요, 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통화를 마치고
"내 남편은 어떻게 저렇게 행복지수가 높은가"에서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로 질문을 옮겨가 생각을 좀 해봤다.

하고 싶은 건 멋지게 시작해서 멋지게 끝내는 사람
위기와 불확실성을 즐길 줄 아는 자존감 높은 사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내 머릿속을  이해하는 거라는데 그마저도 흥미로워하는 사람
내 불완전한 자아마저 메워주는 심신이 안온한 사람

남편의 장점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데
나는 얼마 전에도 침대 머리맡에서
<허공에 붕 떠있는 것 같아><하루하루 제3자의 역할극을 보고 있는 것 같아>하고 내 안의 공허감이 채워지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올 들어 너무 평온에서 무료한 이 미친 안정감이 문제라면 문제라 느끼던 찰나였다.
뭔가 새로운 것들 시작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시작은 있었지만 끝은 미약한 행보를 이어오며
선택의 오류부터 시작해서 반성의 한해라고 여겨,
나 잘 지내고 있어, 하기에 떳떳하지 못한 한 해.

남편은 반평생(?) 함께
인생의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걸어온 사이.
내면의 깊이가 무르익고 또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어딘가 뒷처지고 있다고 느낄 때는
나도 남편처럼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순수한 열정이 나를 더 독촉해 성장해왔던 것 같은데
올 한 해 농사는 남편에 비해 내가 뒷처진게 많아
좀 답답한 생각이 든다.

낮에 잠깐 일상 신고를 하며,
출근한 남편의 목소리가 너무 좋길래 물었다.

"오늘 왜 이렇게 신이 나 있어?"
"재미있어, 바쁜데 재미있으니까"
"그래? 넌 재밌는데 난 왜 (한심하게)이러고 있을까?"

반성으로 시작해서 반성으로 끝나는 나의 일기.
아직 2018년은 남았고, 지금으로서는 약해진 심신을 추스를 현명함에 기대 남은 날들을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의 삶에 집중해야겠다.

서른두 살의 사춘기 일기.  끝.

**어느 어른의 댓글 ** 


Y경장,

부부에게 서로에게 누가 더 아깝고 더 이익이고 한건 없다. 서로가 과분하고 넘치는 거지. 살다 보면 미울 때도 있지만 한발 떨어져 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아닌 거야.  너도 장점이 많고, 너 신랑도 너무 훌륭하고 장점이 많은 것 같더라. 서로만한 사람이 없으니 조금씩 양보하고 살면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  나도 쉬면서 그런 생각 많이 한다. 아내만큼 날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ㅎㅎ

넋두리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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