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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Jun 05. 2021

선한 잔소리(White nags)

사생활을 다 알리고 싶지 않지만 잊히고 싶지도 않다

언니, 승진시험 책 나왔대요. 책 보내줄까요?

직장 다니는 동안 아꼈던 동생한테 연락이 왔다. 이제 그만 추스르고 언니가 휴직한 이유를 잘 생각해 보라는 말과 함께. 그 귀여운 잔소리에 피식 웃음이 났다. 가족들도 내게 하지 않는 잔소리를 동생한테 듣고 있자니 웃기기도 하지만 나를 챙겨주려는 온기가 느껴져 기분이 슬며시 좋아지는 것이다.


잔소리라는 게 그렇다. 어릴 때는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그렇게 싫었는데 나이 먹고 나니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아쉽다. 잔소리라는 게 어감이 부정적이어서 그렇지 사실 사랑이 없이는 하기 어려운 말이다.


누가 싫은 소리 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일요일엔 오래된 절친 P와 헤이리 분위기 좋은 밥집에 가기로 했다. P는 2주에 한 번씩 지방근무를 하고 올라와 매주 일요일마다 날 만나 기분전환을 시켜준다. 특별히 엄마 얘기를 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들을 하며 평범한 생활을 유지시켜준다. 지금으로서는 내가 집 밖의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다


P는 말했다.


"야, 네가 힘든 건 아는데 네가 일어날 때도 됐어. 든든한 남편 있지 아빠 있지 같이 놀 친구 있지. 이제 정신 좀 차려봐"


그래, 오늘부터라도 살다 보면 추스러진다고 믿고 일어서야 함이 분명하다.


오늘은 브런치에 엄마 얘기 아닌 일상의 잡념을 써봤다.

Tv에서인가 어딘가에서 연예인 이효리 씨가 했던 말 중에 <사생활 다 까발려지고 싶지 않지만 잊히고 싶지도 않다>와 비슷한 말을 했는데,


간간히 친구들에게서 내가 요즘은 좀 괜찮은지 묻는 안부 연락을 받을 때, 이제 일어나야 한다고 짧은 잔소리를 할 때 세상에 난 잊힌 것이 아니라 잠시 주저앉아있을 뿐임 상기하게 된다.


고맙다. 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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