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연쇄 살인범을 프로파일링 하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신선한 것이 아니다. 토마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을 비롯한 한니발 시리즈와 CBS에서 방영된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등 이상심리의 연쇄 살인마를 다룬 콘텐츠를 통해 대중에게 익숙해진 지 오래다. 마인드 헌터는 이런 가운데 그러한 콘텐츠들과 동일한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는 드라마다. 다만 이 드라마는 동명의 책이 프로파일링을 최초로 탄생시킨 FBI심리 수사관 중 하나인 존 더글라스가 쓴 동명의 소설을 모티브로 썼다는 점에서 프로파일링의 기원에 가까이 간 이야기 이기는 하다. 물론 연쇄 살인범을 인터뷰하며 서서히 평정을 잃고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는 FBI 수사관의 모습은 뻔한 구도로 느껴지지만. 그런데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볼만하다. 왜일까?
드라마는 자극성 있는 장면을 전면에 놓지 않았다. 연쇄 살인마의 심리를 그들의 시점으로 보여주지 않았고 범행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지도 않았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주인공 포드 요원의 생활과 심리가 변화하는 과정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살인마의 존재 , 인터뷰의 과정을 차근차근 다룬다. 만약 드라마가 병적인 관음증의 감각으로 살인범의 심리나 범행을 시각화했다면 강렬하기는 해도 뻔한 방식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낮은 명도의 화면은 암울하지 않은 선에서 차분함을 부여한다.
또한 드라마는 연쇄살인마와 수사관의 관계를 채색하지 않는다. 지나친 드라마틱 함으로 후에는 로맨스에 까지 이르는 소설 한니발의 클라리스와 한니발이나 드라마 한니발의 윌과 한니발과 다르게. 이런 관계에서 연쇄 살인마는 로맨틱하고 카리스마적인 존재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현실적으로 위험한 존재들이다. 그런 그들을 인터뷰하는 포드 요원은 자만심에 빠져 그 사실을 간과하게 되는 미성숙한 인간이고 마지막화에야 살인범과의 대면에서 그 점을 깨닫게 되며 첫 시즌이 마무리된다. 드라마는 이 소재를 미화하지 않는다.
이런 톤 다운한 정공법이 오히려 차별점이 된 것 같다. 물론 시즌2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다시 판단해봐야겠지만 말이다. 드라마 중에 범죄 수사물은 많고 어디에 포인트를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하거나 심령 판타지와 결합하기도 하고 법의학에 초점을 맞추거나 액션에 치중하기도 한다. 그 많은 조합 중 하나인 심리 수사물은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며 프로파일링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도록 했다. 이제는 모두가 당연하게 떠올리는 이 갈래에서 세월이 지나며 클리셰들이 굳어져왔지만 우리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알 수 없는 사람에 대하여, 그 마음의 작용과 의식상태에 대하여, 그 위력에 대하여 느끼게 한다는데서 심리 수사물은 여전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