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기묘한 이름이 많다. 어떤 외국 유명 아티스트는 자기 아이 이름을 'apple' 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사람들은 이름을 이상하게 짓는 행위도 아동학대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이상한 이유로는 크게 두가지 경우가 먼저 떠오른다.
첫째, 이름 주인의 나라에서는 이상하지 않지만 다른나라 말과 발음이 비슷해서 우스워지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여행작가이자 국제구호기구에서 일하는 한비야씨의 이름 '비야'는 페르시아로 '어이', '빨리 빨리' 같은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 구호현장에서 그녀의 이름을 들은 현지 사람들은 무슨 사람이름이 그러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오히려 그 점을 계기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 인터넷에 화제가 된 여권사진이 있다. 영어로 슈퍼맨 배트맨이라고 써 있는데 여권 주인의 고국인 동남아의 나라에서는 읽는 법도 다르고 이상하지 않다. 수퍼르만 바트만 이라고 읽어야 하기때문이다.
두번째는 같은 나라 안에서 발음이 비숫한 다른 단어가 연상되거나 철자가 다르거나 글자 뜻이 달라도 독음이 다른 사물이나 문장 등과 같은 이름인 경우이다. 이를테면 일견 평범해보이는 영어 이름 피터 파일은 철자가 전혀달라도 이름과 성을 붙여 빠르게 읽으면 아동성애자를 뜻하는 'paedophile'과 비슷하게 들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생각보다 없지 않다. 좀 민망한 이름인 '왕성기'나 항상 거절할 것 같은 '안해용', 뒤끝이 작렬할 듯한 '피복수', 좀 애매하지만 어떤 요리를 연상시키는 '공국수'같은 이름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이름의 경우 뜻 글자인 한자의 특성상 그 뜻이 다를 뿐더러 성과 이름을 각각 떼어 놓고 보면 흔하거나 평범하기 그지없다. 부모님의 진의야 어떻든 좋은 뜻을 쫓다보니 이렇게 되었을 뿐 고의로 자녀의 학창시절을 괴롭게할 요량은 아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내가 보기에 진짜 문제는 그냥 알파벳 하나만 달랑 붙이거나, 순서대로 알파벳을 늘어 놓는 경우와 너무 흔한 사물이나, 부정적인 존재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어느 모로나 무력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아이에게 이런 이름을 선사하는 이유가 단순히 귀찮음 때문이라거나 부모 자신의 스타성을 위해 튀고 싶어서 라는 혐의가 짙어 보이는 경우다. 진짜라면 참으로 아이의 미래보다 자신의 편의와 욕망을 최우선으로 놓는 참으로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실제사례가 보고되는 경우들 외에 개인적으로 괴상한 이름의 최고봉이라고 여겨지는 이름이 있다면 이것은 모든 이름 단위가 같은 이름이다. '험버트 험버트'야 이름만큼 혐오스럽고 열외의 존재이니-예술의 예외적 특성에 대한 논박이야 어쨌든 개인적으로 볼 때 애꿎은 미스터 피터 파일 말고 이런 사람이 호명만으로 창피를 당해야 마땅하다고 여긴다-그렇다 치고, 세 단위 이상의 이름까지 같아 '제인 제인 제인'이나 '아자드 아자드 아자드' 같은 이름이 진짜로 존재 할 수 있는가?
세상은 넓고 각 나라마다 성명 체계가 다르니 전문가도 아닌 내가 함부로 단정할 문제는 아니긴 하다. ( 결론을 내려줄 실례를 아신다면 제보 바란다.) 조상의 이름을 물려 받는 게 전통인 나라도 있다. 그러나 할아버지나 아버지 이름, 혹은 둘 다를 병기하는 나라도 러시아의 '이반의 아들 이반 이바노프'처럼 변형이 오고 그 밖의 나라도 어미 변형이나 접사를 사용하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특히 이름이 각 음절마다 각각의 의미를 지닌 뜻 글자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성명체계라면 이런식의 이름은 더욱 괴상하다. 생각해보라. 이름이 '조조조'인 사람이 대한민국에 현실로 존재할 수 있는가? 물론 좋은 뜻이야 담을 수 있다. 성씨 조(曺)에, 비출 조(昭), 아침 조(朝)로 '아침을 비춘다'라는 시적인 이름말이다.
그러고 보니 외국은 '틴틴'( 벨기에 만화 주인공), '나나'(에밀 졸라의 소설 제목이자 등장인물) 같은 한 음절을 반복하는 이름이 우리나라보다 일찌기 친숙한 듯도 하다. '나나'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동명의 예명으로 활동하는 전직 아이돌 겸 배우가 유명하니 요즘에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지만, 이것도 '나나나'라는 이름으로 오면 수용범위를 벗어나는 게-필자가 지나치게 보수적인가? 하지만 학령기의 아이들이란 조그만 다름에도 잔인한 법이다-아닌지. 어떤 용기있는 '나씨 성'을 가진 예비부모님이 자신들의 사랑스러운 따님 이름을 '나나'로 지으신다면 그 용단에 마음으로부터 응원을 보낼 것이다. 물론 태어날 공주님에게.
PS. 정말로 단음절로 똑같이 세번 이상 반복되는 주민등록상 이름을 지닌 분이 있다면 사과와 존경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