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은 야속하게도 포근했다.
작년 말 내 사주를 보던 아저씨는 올해 내가 운수대통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대로 술술 풀릴텐데, 뭘 걱정하느냐고.
올해 대운이 술술 풀리던 중, 조금 꼬인 날이었다. 그냥 뭘 해도 안 풀리는 날이었다.
그 사이 기고만장해진 나는 작은 불행에도 크게 슬퍼했다.
어쩐지 그날은 세상이 무너진 듯 슬퍼하고 싶었다.
우습게도 다음날 아침엔 금방 행복해져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
일주일이 채 지나기 전에 알게 되었다.
대운이 조금 꼬인 그날, 내 꿈이었던 나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나는 개 한 마리를 먹여 살리는 게 꿈이었는데, 그래서 좋아하는 글 안 쓰고 돈 들어오는 글을 쓰려고 취직했는데. 정규직 전환이 보름도 안 남았는데, 왜 나를 떠났을까.
나의 꿈이 이뤄진 계절, 내 꿈이 세상을 떠났다.
올해 운수대통이라고, 바라던 일이 이루어질 거라던 아저씨 말이 떠올랐다.
내게 남은 꿈 중 너보다 오래된 꿈은 없었다. 너보다 사랑한 꿈도 없었다.
혹시 이루지 못할 꿈이라, 네가 나를 떠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이름에 꿈 몽(夢) 자를 쓰지 말았어야 하는 걸까?
내 권태와 슬픔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 누구와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 기분이다. 종일 사람들과 있었는데 오늘은 너무 외롭다. 이제 화가 난다.
별 거 아닌 일들에도 나는 아주 괴롭다.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하루종일 근심하느라 어깨가 솟아있다.
이럴 때면 나도 모르게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닌지 두렵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다시는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할 것 같다.
오늘은 일기를 멈추고 싶지 않다. 이곳이 아니면 내 말을 이해는커녕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졸려서 눈이 감기는데 펜을 놓을 수가 없다. 펜을 놓고 눈을 뜨면 나는 또 낯선 하루에 떨어지게 될 테니까.
내일이 오는 건 너무 무섭고 성가신 일이다. 더 일찍 잠들었어야 하나? 그럼 걱정하는 시간도 짧아졌을 텐데.
- 몽이가 떠난 날 밤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