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한 마리 없다고 내 세상이 엉망이 됐다.
나는 죽은 개에게 화를 냈다가,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했다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을 보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내 기분을 나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일기장은 더 이상 일상을 기록하지 않았다.
온통 몽이에게 보내는 편지 투성이었다.
매일밤 몽이 꿈을 꾸려고 사진첩을 삼십 분이 넘도록 들여다봤다.
낮이 되면 눈물이 날까 봐 몽이 사진을 눈앞에서 모두 치워버렸다.
일할 때도 예외는 없었다.
출퇴근길 회사 근처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진돗개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한마리씩 목격됐다.
나는 몽이를 닮은 진돗개를 볼 때마다 길에서 엉엉 울었다.
일을하다 한 시간에 한번 꼴로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진심으로 코인 노래방대신 코인 울음방이라는 게 생겼으면 했다.
그렇게 한 달을 지내다 보니, 엉망인 삶이 일상이 되었다.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면 혹시 내가 몽이를 잊은 걸까싶어 마음이 불안했다가,
통곡을 한 날엔 이 슬픔이 끝나길 빌었다.
어느순간 몽이를 떠올리면 슬프기만 했다.
이럴 수는 없다.
내 삶에 가장 큰 기쁨이었는데, 나는 몽이를 추억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하루가 긴 건지 짧은 건지.
허기가 진 것 같으면서 속이 더부룩하고,
개 한 마리 없다고 세상이 외롭다. 외롭다. 외롭다.
내 갠데 왜 없지? 모든 게 아득하게 의미 없이 느껴진다.
내일이 올까? 오겠지. 너 없이 일주일을 살았는데 또 오겠지.
낮엔 그냥 잠들고 싶었는데, 지금은 정신이 멀쩡하다.
고작 며칠 지났다고 슬픔에서 벗어나려고 꾀를 부리는 것 같아 기가 막힌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 몽아?
슬픔까지 네가 주는 거라 그대로 거기에 푹 파묻혀 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게 네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흔적이니까.
이 슬픔이 아니면 네가 세상에 있었던 게 거짓말 같을까 봐.
내 사랑은 허접하다. 몽아.
몽이 없는 세상에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매정하게도 계속 그냥 살았다.
어쩌면 나는 정말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인가?
내가 몽이를 정말 사랑했을까?
이렇게 금방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어떤 날은 몽이를 생각하면 토할 것 같았다. 너무 슬퍼서.
근데 지금은 내게 몽이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모든 게 희미하다.
그 커다란 개가 어떻게 희미해지지?
몽이가 내 꿈에 자주 나오지 않는 탓이다.
몽이는 내 사진도 없는데 나를 어떻게 잊지 않고 기억했을까.
한 달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정신 차리면 1년이 지나가 있겠지?
그때도 몽이 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까?
어제는 가위에 눌려서 힘들었어. 네가 꿈에 나와주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