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와 래디시 파종시기, 파종방법
열무와 래디시는 봄 텃밭에서 빠르게 수확하는 재미를 느껴보기 좋은 작물이다.
파종 시기는 3월부터 시작해 너무 덥거나 추운 날씨만 피하면 무난하게 재배할 수 있다. 파종은 줄뿌림과 점뿌림 모두 가능하며, 줄뿌림의 경우 20cm 줄간격으로 얕게 골을 파고 씨앗을 뿌린 뒤 자라면서 15cm 간격이 되도록 솎아주고, 점뿌림은 15~20cm 간격으로 구멍을 내어 2~3알씩 심은 뒤 자람새에 따라 한 포기만 남기면 된다.
<2026년 열무, 래디시 재배일지>
- 3월 12일 파종
텃밭에 작물을 키우다 보면 후딱 키워서 바로 수확해 먹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씨앗을 심어놓고 자꾸 흙을 들춰보고 싶고, 어제와 오늘의 자람새가 별다르지 않으면 괜히 한 번 더 밭을 서성이게 된다. 그럴 때면 자연스럽게 옆 밭을 바라보게 된다. 옆 할머님 밭의 작물은 어쩜 그렇게 잘 자라는지, 비슷한 시기에 심은 것 같은데도 내 밭의 녀석들만 유난히 느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조급한 마음이 들 때, 내 마음에 쏙 들어온 작물이 바로 열무와 래디시였다. 파종 후 며칠만 지나면 금세 싹이 올라오고, 그 뒤로도 자라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라 텃밭에서의 시간을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준다. 기다림이 짧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물이었다.
래디시는 요리 블로거 이웃님의 포스팅에서 처음 만났다. 요리 재료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집에 씨앗이 있다는 걸 떠올렸고,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맛만 놓고 보면 아주 인상적인 작물은 아니다. 무 맛이긴 하지만 가을무처럼 시원하거나 달큰하지도 않고, 매콤한 맛은 거의 없다. 조금 심심한 맛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빼놓지 않고 파종하게 되는 건, 그 선명한 붉은색 때문이다. 텃밭 한쪽에 동글동글 올라온 래디시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수확해서 접시에 담아두면 음식이 한결 산뜻해 보인다. 피클이나 샐러드에 넣으면 조용히 제 역할을 해내는,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더 좋은 그런 존재다.
열무는 귀농하고 나서 제대로 알게 된 채소다. 예전에는 여름에 먹던 시원한 국물김치가 열무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조차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직접 재배한 열무로 김치를 담가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첫 시도는 실패였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그 이후로는 한동안 빨간 열무김치만 만들어 먹었다. 그러다 작년 여름, 문득 국물김치가 먹고 싶어 졌고 다시 한번 도전하게 되었다. 작년에 만든 열무 물김치는 꽤 만족스러웠다. 텃밭에서 바로 수확한 신선한 재료 덕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더 크게 느껴졌던 건 그동안 쌓인 시간이었다. 귀농을 하며 쌓인 경험과, 그 사이 익숙해진 검색 능력, 그리고 좋은 레시피를 찾는 눈이 조금 생긴 덕분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텃밭에 래디시와 열무를 파종했다. 그동안은 발아율이 좋아 한 구멍당 하나씩만 심는 점뿌림을 해왔지만, 올해는 텃밭의 흙 상태가 좋지 않아 방식을 조금 바꿨다. 흙이 질퍽하게 뭉쳐 있었고, 손으로 만져도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한 구멍당 씨앗을 조금 넉넉하게 넣었다. 싹이 올라오지 않는 것보다는 솎는 수고로움을 택하기로 했다. 솎는 작업은 번거롭지만 묘한 쾌감이 있는 작업이기도 해서, 그 정도 수고는 감당해 보기로 했다.
보통은 파종 후 3~4일이면 싹이 올라온다. 그래서 그즈음부터는 물을 주면서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올해는 예상보다 조금 늦었다. 역시 땅 문제겠지. 변명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했고, 이제는 땅과 날씨의 몫이라고 넘겨야 내 정신건강에 이롭다.
수요일에 비가 내리고, 낮 기온이 올라갔다. 그제야 작은 변화가 보였다. 파종 후 일주일 만이었다. 흙을 살짝 밀어 올리듯 연약한 모습이 보였다. 그걸 시작으로 이제 여기저기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겠지 싶었다.
조금 늦은 편이긴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단단하게 굳어 있던 흙을 밀고 나와 자기 자리를 찾아 올라온 그 모습이 올해는 유난히 고맙다. 척박한 텃밭에서 흙을 밀고 올라오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올해 텃밭이지만, 그럼에도 봄을 맞아 계속 씨앗을 심는 이유는 결국 이런 순간들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