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갈이, 돌산갓 파종시기와 파종방법
이른 봄에 파종하면 벌레 피해를 덜 받고 키울 수 있는 잎채소가 얼갈이와 돌산갓이다. 봄과 가을, 1년에 두 번 파종할 수 있는 작물인데다가 김장김치가 떨어질 때쯤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김치재료라 봄 텃밭에도 파종해보길 추천한다.
얼갈이, 돌산갓의 파종시기는 3월 말~4월 중순이다. 무난하게 키우고 싶다면 춘분(3월 20일) 즈음에 파종하면 된다.
두 잎채소 모두 줄뿌림, 점뿌림으로 파종이 가능하다. 줄뿌림은 20cm의 줄간격으로 얕게 골을 파고 일렬로 파종한 뒤 자람새에 따라 최종 20cm 간격이 될 때까지 솎아주면 된다. 점뿌림의 경우 15~20cm 간격의 구멍에 2~3개의 씨앗을 심고 싹이 튼 후 경과에 따라 한 구멍당 1개만 남긴다.
2026년 얼갈이, 돌산갓 재배일지
- 3월 13일 파종
“얼갈이를 심어봐.”
귀농하고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시어머님이 툭 던지듯 건넨 말이었다. 그때 우리는 하우스를 임대해 밤호박 농사를 짓고 있었다. 농사일은 손에 익지 않았고, 하루하루가 벅찼다. 그래도 집 옆에 남는 땅(하우스 짓기 전)이 있으니, 뭔가를 심어보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예? 그게 뭐예요?”
"배추처럼 자라는 거 있어."
지금 생각하면 조금 민망할 정도로,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얼갈이가 뭔지도 몰랐고, 어떤 모양으로 자라는 채소인지조차 떠올릴 수 없었다. 게다가 그때의 나는 이미 호박농사와 시골살이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쳐 있었기 때문에, 텃밭을 꾸릴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결국 그 땅은 가을즈음엔 잡초동산이 되었다.
얼갈이를 제대로 알게 된 건, 텃밭을 꾸리기 시작하면서였다. 싹이 올라오고, 잎이 넓어지고, 어느 순간 수확할 수 있을 만큼 자라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배추처럼 자라는 거라던 어머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키우기는 어렵지 않았다. 발아도 빠른 편이었고, 자라는 속도도 꽤 시원시원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김장김치가 서서히 바닥을 보일 때쯤이면, 얼갈이가 어느새 풍성하게 자라 있다는 것이었다. 그걸 한 번에 베어 와 김치를 담그면, 그해 여름이 오기 전 식탁의 새 김치로 올라갔다.
그렇게 몇 해를 보내다, '여수 돌산갓김치'를 사먹었는데 생각만큼 알싸하진 않았지만 입맛에는 맞았다. ‘이걸 사먹을 게 아니라 직접 키워서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텃밭 계획을 짜면서 자연스럽게 포함시켰고 씨앗을 구매했다. 그때는 가을에만 파종했었는데, 날씨가 서늘해지기 시작할 즈음이라 그런지 맛이 꽤 괜찮았다. 특유의 알싸한 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확실히 얼갈이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다음 해에는 봄과 가을, 두 번 모두 키워보게 됐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니 같은 작물도 다른 맛을 보여줬다. 가을에 키운 돌산갓은 맛이 진하고 향이 강했다면, 봄에 키운 돌산갓은 조금 더 순한 느낌이었다. 알싸한 맛이 덜하긴 했지만, 오히려 부담 없이 먹기에는 더 좋았다. 그렇게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맛을 경험하는 것도 텃밭을 하는 재미 중 하나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얼갈이와 돌산갓을 함께 파종했다. 다만 올해는 흙 상태가 변수였다. 비가 자주 내려 땅이 질퍽하게 뭉쳐 있었고, 손으로 만져도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는 씨앗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할 수도 있어 걱정이 됐다. 그래서 한 구멍에 2~3개씩 넣던 걸, 올해는 조금 더 과하게 넣었다. 씨앗 봉투를 들고 구멍 위에서 촥촥 흔들면서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들이 부었다. 그렇다보니 몇 년 동안 사용해 온 열무 씨앗은 이제 몇 개 안남았지만, 돌산갓 씨앗은 여전히 넉넉하게 남았다.
다행히 두 작물 모두 발아는 잘 됐다. 얼갈이는 파종 후 6일, 돌산갓은 7일 만에 싹이 올라왔다. 냅다 들이부은 결과는 작고 작은 떡잎들의 귀여움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고개내민 녀석들을 보니 한숨이 나오긴 하지만 귀여워서 눈감아 준다.
이르게 파종하면 싹을 틔우기가 쉽진 않지만, 오히려 이 시기의 장점은 따로 있다. 벌레가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가을에는 자라는 속도도 빠르고 맛도 좋지만, 그만큼 벌레들의 공격도 함께 시작된다. 정신을 조금만 놓으면 잎이 금세 구멍투성이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봄은 다르다. 성장이 조금 더딘 대신, 구멍난 잎 대신 온전한 잎채소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