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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부아내 Jan 06. 2025

집요정 도비, 밤호박 줄기 처리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본 적이 있는가.

덤블도어가 집요정 도비에게 일주일마다 주급과 주말 휴가를 준다고 했다. 도비는 깜짝 놀라 한 달에 한번 쉬고 봉급을 받겠다고 했다. 천성이 타고난 봉사정신으로 가득 찬 일꾼인 집요정 도비는 누군가에게 봉사하고 일하는 걸 좋아한다. 그냥 자기가 좋아서 일하는 거다.


나는 우리 집 도비다.

집게와 받침대 수거를 끝내고 밤호박 줄기가 바짝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하지 않고 쉬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도비는 그새를 못 참고 하우스로 출근을 했다. 아침 일찍 출근했더니 얼어있던 줄기가 녹으면서 물이 너무 많이 나와 소매가 젖었다. 아무리 몸을 움직이며 일을 해도 추웠다. 그래서 오전에는 집안일을 하고, 오후에 하우스로 출근했다.





있는 힘껏 그물에 매달려 있는 밤호박 줄기를 잡아당겨 바닥에 떨어뜨렸다. 오후에만 출근하니 하우스 2동, 그물과 줄기 분리작업을 하는데 열흘이나 걸렸다. 조금씩 일을 나눠 며칠에 걸쳐 일하는 것은 역시 도비 성질에는 맞지 않았다. 시작하면 바로 끝을 봐야지~





바닥에 떨어졌던 밤호박 줄기들을 하우스에서 들어내는 작업은 도비 성격에 맞게 한 동은 하루 만에 끝냈다. 오래간만에 하루종일 일했더니 온몸이 아팠다.


'이제 하루 만에 끝내는 건 체력이 후달리는군.'


귀농 9년차. 팔팔하던 때가 아니다. 도비 성격에 맞진 않지만 하루 만에 끝내려던 생각을 접었다. 남은 하우스 한 동의 작업은 이틀에 걸쳐 마쳤다. 작업하는 2주간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따뜻했다. 하우스라 30도가 넘는 온도를 보일 때도 있었다. 눈이 내려 하루이틀은 쉬기도 했지만 도비는 쉴 때도 안절부절이었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도비는 자유예요~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아마도 도비는 무한한 자유보다는 자유롭게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받고 싶었을지도... 자유가 된 도비는 과연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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