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에 잠을 설쳤다.
면접을 본 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마흔 후반에 다시 면접을 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새벽까지 뒤척이다가 얕은 잠에 빠졌다. 눈을 감으면 면접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 몸은 누워 있었지만 마음은 계속해서 면접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늘 그렇듯 새벽 다섯 시에 눈이 떠졌다. 세탁기를 먼저 돌리고 이불을 개고, 아침을 준비했다. 아이들을 깨워 함께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학교로 향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이었지만, 빨래를 널면서도 머릿속은 계속 면접장에 머물러 있었다.
아직 합격 통보를 받은 것도 아닌데 마음은 벌써 그다음을 걱정하고 있었다. 사는 곳이 면이라 읍까지 출근하려면 남편이 데려다주거나 직접 운전을 해야 했다. 면허는 8년 전에 땄지만, 여전히 미숙한 초보운전이었다. 출퇴근을 남편에게 부탁하기엔 미안했다. 그래서 연습 삼아 직접 운전해서 가보기로 했다.
면접 시간은 10시 20분이었지만, 10분 전 도착해 달라는 문자를 이미 여러 번 읽어두었다. 일찍 출발해야 했다. 센터 건물이 위치한 곳은 몇 번 와 본 적이 있었다. 도로는 좁고 복잡했고, 갓길에는 차들이 빼곡했다. 초보인 내가 차를 들이밀기에는 부담스러운 장소였다. 출발하기 전 남편과 상의해 근처 공용주차장에 주차하기로 했다.
문제는 주차였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여유 있게 출발했지만, 칸에 딱 맞게 주차하느라 버벅거렸다. 조수석에 앉은 남편이 차를 반듯하게 한 뒤 후진하라고 말했다. 운전대를 돌리긴 했지만,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면접’이라는 단어 하나였다.
서툰 움직임, 반복되는 설명, 점점 빨라지는 심장 박동. 시계를 보니 10시 2분이었다. 숫자가 나를 재촉했다. 제대로 주차도 못한 채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10시 10분까지 가야 돼”
결국 남편이 운전석으로 옮겨 센터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계단을 뛰어오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도착하니 정확히 10시 10분이었다.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안내를 받았다.
다행히 다른 분야 지원자의 면접이 진행 중이어서 나는 대기실로 안내받았다. 대기실에는 또 다른 지원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분은 유아교육과를 나왔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었다. 지원 분야에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들이 쏟아졌다. 같은 분야에 지원한 유경험자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계단을 뛰어올라와 콩닥거리던 심장이 더 요동치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무경험자인 내가 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이런 질문들은 꼭 필요 없는 순간에 찾아온다. 불안함을 수다로 숨겼지만, 이야기가 오갈수록 나의 부족함만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
이름이 불렸다.
안내를 받아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내가 예상했던 장면과는 달랐다. 면접관 한 명과 마주 앉아 질문을 주고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세 명의 면접관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이미 한 번 긴장을 쏟아낸 덕분인지, 생각보다 덜 긴장했다.
질문들은 담담했다.
토요일 근무에 대한 생각, 오래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나는 아는 만큼만, 겪어온 만큼만 말했다. 두 아이를 키우며 배운 것들, 귀농 10년 차가 되었고 이제는 이곳에 뼈를 묻을 생각이라는 말까지 솔직하게 꺼냈다.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 면접실을 나왔다.
생각보다 짧은 면접이었지만 나에게는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가볍게 생각했던 면접이었는데, 형식과 절차가 제대로 갖춰져 있어 조금 놀랐다. 이 일이 누군가에게는 ‘잠깐 하는 일’이 아니라, 분명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실감했다.
면접이 끝난 뒤 남편과 커피숍에 갔다. 따뜻한 커피를 앞에 두고 방금 있었던 질문과 대답, 대기실에서 만난 다른 지원자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경력이 있던 지원자와 나를 비교하게 되었다. 스며들 듯 시작한 비교는 어느새 결론까지 도달했다.
“나, 떨어질 것 같아”
기대를 낮추면 덜 아플 것 같았다. 하지만 기대를 낮춘다고 해서 실망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하나의 일을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무함 같은 감정이었다. 애써 괜찮은 척해도, 마음 한쪽에서는 이미 다음을 준비하자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자리를 알아봐야 할까.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다음을 생각하는 내가 조금 우스웠다. 동시에 현실적이기도 했다. 2026년에는 어떻게든 경제력을 가지자고 다짐했으니까.
면접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상태였다. 결과는 다음 날, 12월 24일에 게시판에 공지된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은 그냥 일찍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