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는 토요일만 기다렸다.
로또를 월요일에 사고 금요일까지 번호가 적힌 종이를 자꾸 들여다보며 당첨 이후의 삶을 상상하듯이 새롭게 시작할 일에 대한 설렘이 마음속에서 부풀어 올랐다. 긴장과 기대가 함께 하는 5일을 보내고, 마침내 토요일이 찾아왔다.
센터에서는 오전 9시 이전에 지문으로 출근을 찍고, 오후 6시가 조금 넘으면 다시 지문으로 퇴근을 찍는다고 했다. 말로 들을 때는 단순한 절차 같았지만, ‘지문’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지문인식 기계 앞에 설 때마다 오류를 겪었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출근 전, 계약서 작성을 위해 센터에 들렀을 때 지문을 등록했다. 그때는 별 탈 없이 지나갔다. 그래서 걱정을은 접어두기로 했다. 괜한 불안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를 먼저 지치게 하니까.
첫 출근하는 날 아침, 나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났다.
늘 하던 대로 세탁기를 돌리고 아침을 준비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샐러드를 만들었다. 도시락까지 싸기 위해서였다. 토요일만 출근하는데 점심을 사 먹으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얼마나 번다고’ 그 생각이 가장 먼저 앞섰다.
토요일마다 남편에게 기사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기엔 미안했다. 그래서 운전과 주차 연습을 겸해 한 시간 일찍 집을 나섰다. 8시에 출발해, 면접 날 주차했던 공용주차장에 도착했다. 기억은 실제보다 관대하다. 와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이 익숙함을 보장해 주지는 않았다. 주차는 여전히 서툴렀고, 남편의 목소리는 아침 공기보다 또렷했다.
“차를 똑바로 만든 다음에 후진을 하라고.”
남편은 손으로 차가 가야 할 방향을 그려 보였다.
“차가 이렇게 가려면 운전대를 어디로 돌려야겠니?”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늘 잠시 멈춘다.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감각이다. 대답 대신 운전대를 돌렸다. 나는 차가 움직이는 걸 직접 보며 익히는 쪽에 가깝다. 설명보다 체감이 필요한 사람이다.
차를 넣었다가 빼고, 다시 밀어 넣는 사이 시계는 8시 45분을 가리켰다.
“팀장님이 9시 이전에 지문 찍으라고 했어. 지금 가야 돼.”
남편은 나를 한 번 흘긋 봤다.
여기서 차로 1~2분 거리니 몇 번 더 연습하고 가도 충분하다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3층까지 올라가야 했고, 조금 일찍 도착해 숨을 한 번 고르고 천천히 시작하고 싶었다.
애타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남편이 조수석에서 일어섰다. 센터 앞에 나를 내려 주었다. 차 문을 닫으며 생각했다. 언제쯤이면 혼자 출퇴근을 할 수 있을까. 그날이 오긴 할까.
계단을 뛰어올라 3층에 도착했다. 사무실 앞, 지문인식기가 달린 벽 앞에 섰다. 작고 검은 네모 하나.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며 나는 잠시 멈췄다.
아, 나도 이제 워킹맘인가.
아니, 토요일만 출근하는데 그냥 알바일까.
쓸데없는 생각들이 짧은 순간에 한꺼번에 밀려왔다. 엄지손가락을 펴서 검은 네모에 갖다 댔다.
삑.
다시 한번.
삑.
인식되지 않았다는 신호음은 짧았지만, 기분은 그렇지 않았다.
‘왜 날 거부하지?’
분명 등록된 지문인데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이미 거절당한 기분이었다. 새로운 시작을 실감할 틈도 없이, 오류는 내가 아직 여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그날은 팀장님이 당직이었다. 사정을 이야기하자 다시 지문을 등록해 주셨다. 건조한 날씨 때문인 것 같아 손에 살짝 숨을 불어넣고 다시 찍었다. 근태 버튼을 누르고, 1번 ‘출근’을 누른 뒤 엄지를 다시 검은 네모에 갖다 댔다.
“안녕하세요. 출근이 확인되었습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지문이 인식된 순간, 비로소 나도 출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