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인식기에게 나의 첫 출근을 힘들게 인정받고 나니 마음속에 가득 찼던 설렘과 기대가 당황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별일 아닐 수도 있었지만, 별일 아닌 일들이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첫날이 그렇다. 나는 그 불길함을 안은 채, 내가 근무하게 될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일하게 된 곳은 실내 놀이터였다.
아이들이 뛰고, 구르고, 소리를 높이는 공간. 아직 아이들이 오기 전의 놀이터는 조용했다. 일전에 방문했을 때 팀장님이 알려 준 대로 일을 시작했다. 정문을 열고 들어오니 밤새 갇혀 있던 공기가 텁텁했다. 가장 먼저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들어오자 공간도 깨어나고, 불길하다고 느꼈던 내 마음도 환기가 되는 것 같았다.
그물 놀이터의 그물을 한 번씩 흔들어 먼지를 떨어냈다. 바닥을 쓸고 닦고, 정리되어 있던 장난감 중 튀어나온 것들을 다시 제자리에 넣었다. 집에 누군가를 맞이하기 전 먼저 공간을 정돈하듯 깔끔하게 정리하고 청소했다.
1월 3일, 첫 출근.
새해라는 말이 아직 공기 중에 남아 있는 날, ‘처음’이라는 단어가 하루를 괜히 무겁게 만드는 날이었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기면, 그다음은 조금 덜 긴장해도 되지 않을까. 첫날만큼은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다. 개학날 공부하는 건 반칙이라며,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 해 주세요” 하고 버티는 아이들처럼(라떼는 그랬다), 첫 출근한 오늘만큼은 사람이 적기를 바랐다. 시작부터 힘을 너무 쓰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오전에는 남자아이 한 명과 어머님 한 분이 다녀갔다.
비교적 조용한 시작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도시락을 먹었다. 먹고 나서 다시 한번 환기를 하고, 바닥을 닦았다. 문 앞에서 네 명의 여자아이들이 얼쩡거리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아이들을 불러 몇 살인지 물었다. 첫째는 초등학교 2학년, 동생들은 세 쌍둥이라고 했다. 아이들만 먼저 들어오려고 했지만, 이곳은 부모 동반이 원칙이었다. 부모님에게 연락을 해 오시기를 부탁했다. 아이들은 기다리는 동안에도 이미 놀이터에 들어온 것처럼 들떠 있었다.
그 아이들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 번 들어온 아이들은 나갈 생각이 없는 얼굴이었다. 뛰고, 웃고, 소리를 지르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귀에서 피가 나는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시끌벅적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오후 4시 30분쯤, 인원을 세어 보았다. 아이들과 부모를 합쳐 27명이었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었기에 27명은 혼자 감당하기엔 벅찬 숫자였다. 함께 있는 부모님들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마칠 시간이 가까워지자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하나둘 정리를 시작했다. 그 모습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바닥에 널부러진 장난감들을 보며 나 혼자 정리해야할까봐 조마조마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정리란 대체로 ‘제자리’보다는 ‘일단 밀어 넣기’에 가깝다. 결국 다시 한 번 내가 정리를 했다. 장난감을 제자리에 넣고, 바닥을 닦으며 나는 몇 번이나 숨을 골랐다. 오늘 하루가 이제야 끝이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를 하며 마지막까지 남아 계셨던 한 아버님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이 첫날이라서요.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어요.”
그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여기 자주 오는데, 토요일에 이렇게 많았던 적은 없었어요.”
아마도 1월 3일, 토요일의 위력이었을 것이다. 1월 1일부터 아이들과 지지고 볶았을 부모와 아이들. 토요일인 1월 3일은, 집에 있는 모두가 동시에 지치는 시점이기도 했다. 아이들도, 부모도 바깥공기가 필요한 날이었다.
환기를 마친 뒤 불을 끄고 정문을 닫았다. 퇴근 도장을 찍기 위해 3층으로 올라가며 잠깐 하루를 돌아보았다. 아침에 느꼈던 불길함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나쁜 예감이 아니라, 이 일이 어떤 방식으로 나를 맞이할지를 미리 알려주는 신호였던 것 같다. 아이들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고(위험하다고!! 거기는 올라가지말라고!!),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몰렸으며, 하루는 계획보다 길어졌다. 그 모든 어긋남 속에서 나는 계속 자리를 지켜야 했다.
첫 출근은 일을 배우는 날이 아니었다.
어떤 일이 나를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태도로 그 자리에 서야 하는지를 몸으로 익히는 날이었다. 동시에 나 혼자만 '첫 출근'이었고, 신나게 뛰어놀기 위해 놀이터를 찾은 아이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하루였다. 나의 바람과 달리 많은 아이들이 놀이터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아마도 늘 이런 식으로 하루가 흘러갈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