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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Feb 27. 2024

자장, 자장


어린 날. 우리의 귀에 달콤하게 내려앉은 노래가 있습니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그 노래는 어느 실력 좋은 가수의 가창력도 담겨 있지 않았고,

잊히지 않을 만큼 특별한 음색도 없었습니다. 담긴 것이라고는 그저 사랑.

넘치는 사랑을 감당하지 못해, 뚝뚝 흘리던 엄마. 당신의 마음 뿐이었죠.

그 마음은 제게 너무 달콤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노래를 들으면 스르륵 눈이 감겼고, 무릎을 파고들던 내 몸짓은 조금 더 게을러졌습니다.


그렇게 흰 눈 녹듯 달콤해진 마음이 오늘은 몹시도 그립습니다.

더는 파고들 무릎도, 더는 달콤한 자장가도 들을 수 없는 오늘.

나는 그 노래를 그리워합니다.


몇 번이나 스트리밍 사이트를 뒤적여 봅니다. 혹시나 싶어 창고에 치워놓은 CD 상자도 열어 봅니다. 어느 날의 내 눈꺼풀처럼 쌓인 먼지가 껌뻑껌뻑. 다시금 피어오르지만, 그 안에서 내겐 너무 완벽했던, 그 달콤한 노래를 찾는 것은 불가했습니다.


이제 어떡해야 할까요. 이 그리운 마음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요.

나는 한 번 불러봅니다. 이제는 흐릿해진 기억. 새겨진 것이라곤 달콤한 느낌뿐인 그 노래를 한 번 불러 봅니다. 그런데 어쩐지 부끄러워져 몇 소절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입을 닫아 버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허밍. 흥얼거리는 그 소리가 낮게 내 방을 채웁니다. 아무런 소리도 없는 그곳을 가사 없는 멜로디가 채워 나갑니다.


하지만 어쩐 일일까요. 가사 없는 그 노래에 당신과의 기억의, 추억의, 사랑의 겹이 쌓이면서 한 곡의 노래가 됩니다. 그 노래가 좋아, 그 노래가 사랑스러워, 그 노래가 달콤해 나는 얼른 그것을 꿀꺽 먹어 버립니다. 삼켜버립니다. 입 속에 짜디짠 한 방울이 함께 들어와 버렸지만, 어쩔 수는 없습니다. 막을 수도 없습니다. 달콤한 것의 뒷맛이 대개 그렇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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