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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Jun 19. 2024

휘발성 에세이 #85. 클레멘타인


클레멘타인. 

그녀와의 이별은 세상 그 어떤 고통을 빗대도 지지 않을 만큼 거대했습니다. 그래서 조엘은 생각했죠. 


“이 고통을 영원히 지울 수 있다면, 

그로인해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이 모두 사라진대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조엘은 기억을 지워주는 의사에게 찾아갑니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 다투던 기억부터 하나 둘 두 사람의 시간을 지우기 시작했죠. 다투고 아팠을 때의 기억을 지우는 것. 그것은 너무나 쉬웠습니다. 하지만 아픔의 기억을 지우자 이번에는 두 사람이 사랑했던 기억을 지울 차례가 되었죠. 그 순간, 조엘은 머뭇거립니다. 절대 잊고 싶지 않았던 그 행복의 기억 앞에 머뭇거립니다. 하지만 기억의 상실이란 취사선택이 불가해 조엘의 기억 속 클레멘타인은 하나 둘 사라져갔죠. 


그러자 조엘은 달려야 했습니다. 자신의 기억 속 클레멘타인을 잃지 않으려 이리저리 도망쳐야 했습니다. 그렇게 클레멘타인의 손을 잡고 기억 이곳저곳을 헤매던 조엘은 생각합니다. 무작정 아픔을 잊으려고만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그 아픔이 자신을, 또 서로를 얼마나 성장시켰는지를 말이죠. 


조엘과 클레멘타인. 

우린 가끔 두 사람처럼 우리를 아프게 했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아픔은 그저 감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에, 때로는 그것이 퇴비가 되어 삶을 단단히 성장시켜주곤 하죠. 그러니 어떤 아픔이 다가온다 하더라도 그것을 그저 외면하는 것보다는 품에 안고, 충분히 아파하고, 충분히 성장하는 기회로 삼는 것은 어떨까요. 상실보다 더한 아픔은 세상에 없으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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