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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Jul 10. 2024

휘발성 에세이 #92. 레트로, 레트로


지난주, 구하기도 어려운 최신의 콘솔 게임기를 샀습니다. 그리고 어제 발매된 가장 최신의 게임을 설치한 후, 설레는 마음으로 플레이! 예상대로 모니터에는 화려한 그래픽은 눈을, 사방에서 들려오는 사운드는 귀를, 자이로스코프 센서나 반응형 트리거와 같은 최신의 기술들이 내 손을 자극하며 게임이 주는 극한의 즐거움을 선물했죠.…. 그런데 이 느낌은 대체 뭘까요?

좋은데 좋지 않은. 재밌는데 재미없는, 하고 싶은데 끄고 싶은. 이 이율배반적인 감정은 대체 뭘까요?


그건 아마도 향수가 원인일 것입니다. 게임 시디 한 장을 사는데도 몇 달의 용돈을 모아야 했던 시절. 그렇게 모은 돈으로 며칠을 고민하며 한 장의 게임을 고르던 시절. 고르고 고른 게임 CD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설렜던 시절.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최신의 콘솔 게임기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입맛을 다시며 시디를 꺼냅니다. 그리고 십 년 혹은 이십 년쯤 지난 게임을 꺼내고 그 시절 콘솔 게임기를 연결합니다. 그러자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화면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빨간 모자를 쓴 아저씨가 모험 준비를 끝냈다며 힘껏 점프하고 있습니다.


그제야 웃습니다. 그제야 온몸에 기분 좋은 긴장이 감돕니다. 과거의 그때처럼. 한때 아이였던 내 몸을 흐르던 그 기분 좋은 느낌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즐겨야겠죠. 한때 내가 사랑했던, 지금은 레트로라 불리는 그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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