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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Jul 09. 2017

⎨ARTICLE⎬
"팟빵에서만 들으실 수 없습니다"1편

BOOKDIO MAGAZINE

가벼운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한다.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고 들어주는 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쁨은 배가 되니 바쁜 일이 있더라도 지금부터 전할 이야기를 잠시 즐겨보시길 바란다. 재미는 보장할 수 없지만,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라는 점은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다. 그럼 시작해보겠다.


태초에 팟캐스트라는 마을이 있었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 집을 짓고 살았다. 이야기를 즐겼던 그들은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모두와 대화를 하려 했다.

(BGM 딴딴따아-)
그러던 어느날, 자신을 이야기의 전도사라고 말하는 이가 마을을 찾아왔다. 그의 이름을 피비라고 하자. 왜냐하면, 그의 이름이 피비였으니까. 

피비는  보다 쉽게 이야기를 나누라며 집마다 특별한 안테나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집 앞에 피비의 안테나가 설치되는지도 몰랐지만 피비는 아주 부지런히 안테나를 설치했다. 집주인도 모르게 조용히, 그리고 순식간에.

피비의 안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쉽게 다른 이들에게 전달해주었다. 덕분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보다 쉬워졌고, 급기야 사람들은 피비의 안테나를 통해서만 이야기를 나누었다.

(BGM 슬픈 음악 나오며)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피비의 안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곳으로 끌어모았고 피비의 안테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갑자기 그런 일이 벌어지자 사람들은 피비에게 가서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그러자 피비가 답했다. 

“뭐 그렇게 됐습니다."

놀라울 것도, 화가 날 필요도 없었다. 그것이 피비의 말투였으니까. 

다만, 태초부터 세워둔 마을의 표지는 조금 더러워졌다.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여기서 등장하는 피비. 처음에는 과한 친절을 베풀다 자신의 영향권 안에 사람들이 모이자 안면을 바꾸어 마을의 모든 이야기를 집어삼키려는 인물. 이 인물의 주인공은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www.podbbang.com)’이다.


팟캐스트 플랫폼 서비스 '팟빵'


이야기에서 나왔듯이 피비. 아니, 팟빵은 <나는 꼼수다>로 팟캐스트의 붐이 일어난 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팟캐스트는 아이폰 사용자에게는 전용 앱이 있어서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사용자나 웹으로 방송을 듣는 이들은 다소 불편하게 방송을 들어야 했다. 팟빵은 이점을 파고들었다. 그들은 웹사이트와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하며 아이폰 사용자 외의 모든 이들에게 편한 팟캐스트 청취를 도와주었다. 덕분에 안드로이드 유저들은 앱의 완성도는 둘째치고 여러 팟캐스트 방송이 잘 모인 서비스를 통해 방송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 과정으로 팟빵의 사용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심지어 아이폰의 전용 앱을 사용하는 이들보다 세 배는 족히 넘는 숫자의 유저가 팟빵을 통해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 팟빵은 그 많은 팟캐스트 방송을 어떻게 모을 수 있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팟빵은 팟캐스트 제작자들이 제공하는 RSS 주소를 가져다(물론 제작자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은 생략되었다.) 자사의 웹사이트와 앱에 등록 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RSS 주소는 간략히 설명하면 일종의 팜플렛이라고 볼 수 있다. 팟캐스트 제작자들은 이 팜플렛에 자신이 등록할 방송의 정보를 남긴다. 그러면 이 팜플렛을 구독하는 이들에게 자동으로 방송이 전달되는 것이다. 팟빵은 이러한 팟캐스트 제작자의 RSS 주소를 모아 올린 것이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RSS는 기본적으로 공개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RSS 주소를 자유롭게 오픈하고 있는 '아이튠즈 팟캐스트' 플랫폼

애초에 팟캐스트 제작자들은 팟캐스트가 전달될 플랫폼을 가리지 않았다. 최초에 애플에서 제공하는 아이튠즈 라는 플랫폼을 이용했던 이유는 그 플랫폼이 가장 사람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그런 이유로 자신이 만든 방송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팟빵은 아이튠즈에 등록된 팟캐스트 방송의 RSS 주소를 수집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 그것을 자사의 웹사이트와 앱에서 서비스했다. 말하자면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탄생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팟캐스트 제작자들은 방송이 청취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플랫폼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기 때문에 그들의 임의로 방송을 등록했음에도 불만을 품지 않았다. (아이튠즈와 비교하자면 아이튠즈는 제작자가 직접 등록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아이튠즈 팟캐스트에는 제작자가 직접 채널 등록을 해야 한다

문제가 된 것은 오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팟빵은 자사의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위해 수익모델을 찾기 시작했고, 그것의 시작은 광고였다. 팟빵 역시 사업자였기에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은 따질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수익을 내는 광고가 제작자들이 만든 방송의 앞에 강제로 삽입된다거나, 방송을 듣는 페이지에 동영상 광고로 붙는다거나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분명 팟빵은 광고 수익을 혼자 갖지 않았다. 제작자들에게 발생한 것을 나누어 배분했다. 하지만 방송 제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방송의 가장 앞에 광고가 나올지 아닐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 팟빵은 그 점에서 제작자들에게 정확한 공지를 하는데 원활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이에 상황을 모르던 제작자들은 자신의 방송 앞에 어떤 광고가 붙는지도 알지 못한 채 서비스를 해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팟빵은 얼마 전, 이용 약관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약관의 내용은 팟빵서버(구 쎈호스팅)에 올라가는 방송은 팟빵 외 타 사이트에 등록할 수 없고, RSS 주소도 공개하지 않겠다. 라는 것이었다. 언뜻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팟캐스트 제작자들에게는 너무나 큰 문제였다. 앞에서 말했듯이 제작자들은 팟캐스트 플랫폼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쪽이다. 배포처가 많을수록 청취자와의 만남은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팟빵에서 이제 자사의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RSS 주소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니 문제가 된 것이다. 이 약관 그대로라면 앞으로 팟빵을 제외한 어떤 곳에서도 방송을 배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 자세히 하기 위해 문의를 남겼는데 그때 팟빵 측의 대답은 “불법 팟캐스트 플랫폼 사이트가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어 RSS 주소 공개를 막았다.”라는 것이었다. 그럴 수 있겠군! 하고 손뼉을 쳐주고 싶지만 곰곰이 잘 생각해보자. 



가만! 팟빵은 제작자들이 공개한 RSS 주소를 모은 것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업자가 아닌가? 

이 문제는 몇몇 제작자들의 이의 제기로 다시 약관이 변경되었다. 아니 삭제되었다. 이로써 팟캐스트 플랫폼은 다시 평화를 찾는듯했다. 하지만 최근, 팟빵은 대대적인 개편을 알려왔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자사의 서버인 쎈호스팅을 팟빵과 통합한다. 

 대신 서버 사용료(원래는 한 달의 10,000원 정도의 과금)를 무료로 제공한다.

 대신 팟빵 서버에 올린 방송은 타 사이트에 올릴 수 없으며, RSS 주소도 제공되지 않는다.

 대신 아이튠즈 팟캐스트에는 등록하게 해주겠다. (그들의 말로는 아이튠즈를 ’다소' 사용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란다.)

 외부 호스팅(립신, 사운드클라우드 등등)을 사용하는 방송은 팟빵에 등록할 수 없으며, 등록하고 싶다면 팟빵 서버에 따로 방송을 올려야 한다. (즉, 외부 서버를 이용하는 이가 팟빵에도 등록하고 싶다면 팟빵 서버에 동일한 방송을 재업로드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개편과 동시에 방송을 유료화하여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의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하며 팟빵은 제작자들의 지속가능한 제작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며 선전을 했다. 이 개편사항은 7월 말을 기점으로 시행될 예정이고 제작자들은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왔다. (단, 선택의 시간은 팟빵이 정해놓았다.)


지금까지 말한 문제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독점’이다. 팟빵은 팟캐스트가 움트던 시기, 아이튠즈 외 사용자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고, 호스팅 서비스를 시작해 제작자와 청취자를 모았다. 안드로이드 유저가 훨씬 많은 한국의 특성상 팟빵은 거의 독점에 가까운 사용자 비율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완전 독점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팟빵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앞서 말한 제작자들의 지속적인 제작 환경을 위해 유료화 도입이 불가피했고, 유료화를 한 방송을 다른 사이트에서 듣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자사 서비스에만 방송을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된 팟빵 약관에 따른 외부RSS 공지 사항


아~ 이제 이해가 갈… 뻔했으나 안타깝게도 고개는 아래위가 아닌 좌우로 흔들거렸다. 이런 질문이 있었다. 

“나는 외부 서버를 사용하며 방송을 유료로 제공할 의향이 없다. 그렇다면 팟빵에 방송 등록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한 팟빵의 답변은 ‘불가'였다. 그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방송조차 자사의 서버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 부분은 그들이 앞서 시행한 광고 정책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자사의 서버를 사용해 방송을 올려야 광고를 심을 수 있기 때문에 자사의 서버 사용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대답으로 인해 어떤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은 제작자들이 아닌, 자신들의 지속가능성을 앞에 두고 있구나.” 


이 확신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네이버에서 독점으로 제공하는 ‘오디오 클립'의 서비스를 보자. 네이버는 제작자에게 제작비를 지원해준다. 광고를 붙이거나 유료화를 하는 등 다운로드 수에 비례할 수밖에 없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제작자의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서라면 팟빵은 네이버와 같은 방법을 쓰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방송을 달라. 대신 제작비를 주겠다. 우리는 제작자 여러분께 구입한 방송에 광고나 유료화 모델을 통해 수익 모델을 창출해 내겠다. 여러분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만 해달라.” 이렇게 말이다. (지속가능한 팟캐스트 모델에 관한 이야기는 3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다시 도입부에 저한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이야기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다만, 태초부터 세워둔 마을의 표지는 조금 더러워졌다.”


이번 팟빵 사태를 접하며 한 사람의 팟캐스트 제작자로서 필자의 기분은 조금 더러워졌다. 팟캐스트는 원래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원래 그렇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팟빵이 제시한 방식이 제작자와 팟빵 그리고 청취자 모두에게 윈윈일수도 있다. 그 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이 공정치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팟빵은 공개를 목적으로 만든 제작자들의 RSS 주소를 가져가 몸집을 불렸고 불려진 몸집으로 이제 제작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그들이 제작자들을 유혹한 호스팅 서버 서비스도 유료와 무료를 오가며 제작자들을 헷갈리게 했고, 무료일 때 서버를 사용한 사람들은 방송을 다른 서버로 옮기는 것에 부담을 느껴 약관이 널을 뛰듯 변경되는데도 팟빵 서버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들을 돌아보면 한때 거대 신발 공장에서 제 3세계의 사람들에게 공짜로 신발을 주고는 그들이 신발에 익숙해지자 무료 제공을 멈추고 공짜로 판매한 사례가 떠오른다. 내가 접한 팟빵은 양질의 앱과 웹사이트, 청취자가 듣기 편한 서비스를 제공해 사람들을 잡아두기보다는 협소한 플랫폼의 약점을 이용해 사람들을 잡아두는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팟빵을 사용한 사용자의 관점에서 남기는 평이다.) 


이러한 과정의 끝에서 나온 유료화와 독점. 이것은 자칫 팟캐스트의 생태계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독점으로 인한 선택의 다양성이 무너진 플랫폼 환경, 유료화로 인한 시행착오, 제작자들과 청취자들의 거리감 증가 등… 이러한 문제를 접하게 될 팟캐스트 청취자들은 지금 나와 같은 기분을 느낄지 모른다. 


“팟캐스트, 그것참 더럽네.” 


이제 공은 팟캐스트 제작자들에게 넘어왔다. 팟빵은 깃발을 흔들었고, 거대한 깃발의 그늘에 속할지, 처음부터 그랬듯 광야를 뛰어다닐지는 온전히 제작자들의 선택이다. 개인적으로 정리한 몇 가지 선택지는 2부에서 이어가 보도록 하겠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Written by 최동민
1984romainga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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