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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Jul 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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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빵에서만 들으실 수 없습니다"3편

BOOKDIO MAGAZINE

팟빵 사태의 이야기로 시작한 글의 마지막 3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이번 시간에서는 팟빵이 그렇게나 외치고 있는 제작자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작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라는 팟캐스트가 한 사이트에 독점 계약된 적이 있다. 그래서 이 방송을 들으려면 해당 사이트에 가거나 추가로 앱을 다운 받아야 했다. 이때 방송을 듣던 청취자들은 예상대로 분노했다. 논리는 이렇다. 


자기들 방송이 인기 얻은 게 누구 때문인데
우리를 버리고 돈 벌려고 독점 계약을 해?


이 논리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팟캐스트 방송에 대한 권리는 어찌 됐든 제작자에게 있다. 제작자가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것은 제작자가 결정할 일이다. 물론 욕을 할 권리는 청취자에게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욕을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돈을 벌었다는 이유로 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당하게 값을 받고 독점으로 묶인 콘텐츠가 있고, 그것을 듣고 싶다면 사이트에 가입하든, 앱을 받든 노력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Pooq 정액제에 가입하고 tvN 콘텐츠를 볼 수 없다고 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의 경우처럼 콘텐츠를 값을 받고 독점 계약하는 방법은 제작자에게는 할 수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독점 계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팟캐스트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팟캐스트로 다른 수익을 내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방송 자체를 통한 수익창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방송 외적인 방법을 통한 수익창출. 먼저 방송 자체를 통한 수익창출의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방송 자체로 수익을 내는 방법 중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광고다. 일부 팟캐스트의 경우 직접 광고의뢰를 받아 방송에 삽입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그리고 팟빵에서 하는 광고 제휴 모델을 통해 수익을 내는 방법도 있다. 


팟빵에서 진행 중인 광고 서비스


광고를 제외하면 콘텐츠를 파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장 좋은 예는 네이버에서 시작한 ‘오디오 클립’ 서비스이다. ‘오디오 클립’은 네이버에서 심사를 통해 방송이 등록되고 있다. 이곳에 등록되는 방송들은 모두 일정한 금액의 제작비를 받는다. 말하자면 네이버에서 방송 콘텐츠를 구입하는 것이다. 광고 수익이 다운로드 수에 따라 불확실하게 결정된다면 이 방법은 확실하고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생각에 따라서는 금액이 많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실제 인기 팟캐스트의 광고 수익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방송을 팔기 위해서는 네이버의 자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네이버에서 런칭한 오디오 방송 플랫폼 '오디오 클립'




여기까지는 실제 진행되고 있는 수익 모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올 법한 수익모델에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팟빵이 시도하고 있는 유료화 정책이다. 팟빵은 방송 에피소드별로 가격을 책정하고 방송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웹툰을 회별로 구입해보는 방식이나 방송 VOD를 구입해 시청하는 방법과 흡사하다. 다만 인기 TV 프로그램의 VOD 시청 가격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아직 많기에 팟캐스트 방송을 유료로 구입해 들을까? 라는 수요의 예상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앞선 웹툰 시장에서도 유료화 초기에는 이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 웹툰 시장에서는 먼저 볼 수 있는 권한을 유료로 팔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전체 공개를 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는데 팟캐스트의 경우 정치를 제외하면 시의성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아 이것 역시 유용성이 의심되긴 한다. 


웹툰.웹소설 플랫폼 '저스툰'에서 연재 중인 <오리진>의 과금 서비스


 이 외에 방법으로는 넷플릭스 같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팟캐스트 제작자들은 자신의 방송을 정액제 스트리밍 사업자에게 판매한다. 사업자는 그렇게 구입한 팟캐스트 콘텐츠를 정액제로 무제한 스트리밍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런 식의 방법이 될 수 있을 텐데 이 방식이 팟빵의 유료화 서비스와 다른 점은 네이버 오디오 클립처럼 제작자들에게 미리 콘텐츠 가격을 지급한다는 점이다. 제작자들에게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넷플릭스조차 한국에서 발을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팟캐스트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가 나온다면 수요가 얼마나 될지 예측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Netflix의 스트리밍 서비스 결제 유형



자, 이제 방송 외적인 수익 모델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대넓얕>으로 대표되는 출판 시장 공략이다. <지대넓얕>은 팟캐스트로 방송한 콘텐츠를 동명의 책으로 출간해 소위 대박을 쳤다. <지대넓얕>의 사례 외에도 <나는 꼼수다>를 통해 나온 <닥치고 정치> 등 팟캐스트 콘텐츠를 책으로 출간하는 것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이다. 


팟캐스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얉은 지식'의 콘텐츠를 출간한 책


마지막으로 후원을 모으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팟캐스트 방송을 응원하는 이들의 자발적 후원을 통해 제작비를 창출해내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수익까지 창출해 내기는 쉽지 않지만, 어느 정도 제작비에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책 읽는 라디오>의 경우 이같은 방식으로 7년째 방송을 제작해 오고 있지만 <책 읽는 라디오>의 경우에도 제작비에 도움을 받는 수준이다. 


서포터즈 시스템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고 있는 팟캐스트 <책 읽는 라디오>의 사례



이렇게 팟캐스트 제작의 지속가능성을 열어주는 방법들을 살펴보았다. 분류를 나눠보자면 콘텐츠를 플랫폼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방법과 광고 등 비정기적인 수익을 얻는 방법, 그리고 출간 등 2차 콘텐츠를 판매하거나 후원금을 모으는 방법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제작비와 수익은 다른 활동으로 내고 팟캐스트는 생계가 아닌 취미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대부분 이 방법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앞에서 말한 수익모델의 경우 광고 유치를 제외하면 특정 사업자가 나서야 하는 문제가 있다. 과연 그런 사업자가 나설지는 알 수 없고, 나선다 해도 안착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모델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팟캐스트 시장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거대해져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지금은 아직 파이를 키워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이런 시기에 가장 위험한 것은 플랫폼의 폐쇄적 운영이다. 이미 파이가 충분히 익었다는 생각으로 그 파이만 뜯어 먹으려 나서면 파이는 줄어들기만 할 테고 제작자들이 원하는 팟캐스트 시장의 발전은 묘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팟캐스트는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대안 방송이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그런 서비스를 섣부른 욕심에 사그라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욕심을 내는 이가 누구인가?


이 질문의 답이 ‘몇몇 팟캐스트 제작자’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들은 방송을 직접 만든 이들이며 방송에 대한 모든 권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질문의 답이 ‘플랫폼'이라면 그것은 큰 문제다. 플랫폼은 팟캐스트 방송에 대한 어떤 권리도 없으며, 그들 때문에 팟캐스트 시장이 혼란스러워져 제작자와 청취자가 피해를 받는다면 그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일 테니까 말이다. 


지금까지 1~3부에 걸쳐서 현재 팟캐스트 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 그에 대한 대처법, 그리고 지속가능한 팟캐스트의 이야기를 나눠 전해보았다. 한 사람의 팟캐스트 제작자이자 청취자로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팟캐스트를 시작한 모든 제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함부로 이양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이유가 수익이든, 단순히 귀찮아서든 팟캐스트에서 지켜야 할 가장 우선의 가치는 제작자의 권리이며 제작자 각자의 메시지다. 그것을 손에 꽉 쥔 상태에서 그다음 것을 생각하고 행동하자. 


그것이 비록 수익과 지속가능성을 옅게 만든다 하더라도, 조금 멀리 돌아가는 길이라도 ‘권리'를 포기하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Written by 최동민
1984romainga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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