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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땡겨 박주명 Aug 28. 2018

골수 기증/공여. 어렵다는 편견을 깨 보자.

골수 이식 후기

매일 생선회 이야기만 하다가 이번엔 골수 기증에 관한 얘길 해보고자 한다.

난 자선 행사에 참여하거나 불우이웃을 돕는 고운 심성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서 골수 기증에 관한 고민을 한 적은 없었다.


2년 전쯤 아버지가 다세포계 형성 이상을 동반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흔히 말하는 백혈병에 걸리셨다. 당시만 해도 백혈병이라곤 휠체어에 앉아 머리카락이 없는 채로 죽을 날을 기다리는 그런 병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때부터 아버지의 긴 투병이 시작되었고, 나름 백혈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백혈병은 간단히 말해 몸에 백혈구가 없어서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거의 없는 상태로 사소한 감기만 걸려도 위험해지는 그런 병이었다. 치료 방법은 본인과 동일한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의 골수(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야 한다고 한다. 동일한 유전자형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확률 높은 사람은 형제 관계이며, 부모/자식 간에는 일치하지 않는다. 일반인 사이에 일치할 확률은 1/20,000이라고 하니 골수 기증자를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아버지 역시 골수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일치자를 결국 찾지 못했고, 몇 번의 위험 고비를 넘긴 후 병원에서 제시한 마지막 방법은 부모/자식 간에 이식하는 반일치 골수 이식이었다. 반일치 골수 이식은 유전자형이 절반만 일치하는 사람에게 이식받는 것인데, 국내에 도입된 지 몇 년 안된 모양이다. 성공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 눈엔 그냥 병원에서 더 이상 처방할 게 없는데 아버지는 자꾸 뭘 해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같았다.


보통 골수 기증이라고 하면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질문을 받았다.

위험할 수도 있고 몸에 안 좋을 수도 있는데 왜 하냐고..


글쎄.. 당신 같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부모가 이거 하나에 희망을 걸고 있는데 자식이 되어서 위험할 것 같으니 안 할래요. 하고 죽음을 지켜보았을까? 아버지가 이식 후 거부 반응으로 돌아가시든, 골수 이식을 받지 못해서 돌아가시든. 뭐가 되었든 마음이 편치 않겠지만,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드리는 게 내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았다.


다행히 요즘 골수 기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척추에 주사를 꼽아서 빼내는 방식이 아니었다. 백혈구 촉진제를 주사한 후 피를 뽑아 피에서 조혈모세포라 불리는 골수를 걸러낸 후 다시 피를 주입하는 간단한(?) 과정이었다.


누군가를 돕겠다는 선한 마음으로 골수 기증 등록을 하고 시행하는 아름다운 골수 기증은 아니지만, 골수 기증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골수 기증 과정을 남겨볼까 한다.






1. 사전 검사

골수 이식을 해도 괜찮은지 사전 검사를 했다.


이식 당일날 5~6시간 조혈모세포를 추출해야 하기 때문에 혈관이 괜찮은지도 검사하고, 소변 검사, 심전도 검사, 엑스레이를 찍었다.

검사를 마치고 백혈구 촉진제라는 주사제 6개를 수령하고 집에 돌아갔다.

기분이 묘하다.



2. 백혈구 촉진제

이식 4일 전부터 백혈구 촉진제라는 걸 매일 맞아야 한다. 혈액 속에 조혈모세포를 증가시키는 거라는 짤막한 설명만 들었다.


하루에 2개씩이다.

내과나 가정의학과에 가서 주사 좀 놔주세요 하면 된다.

냉장보관해야 해서 작은 아이스박스에 담아서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내과로 갔다.


병원에서 준 소견서를 제출하고, 제가 골수 기증을 하려고 하는데 주사 좀 놔주세요. 했다.

간호사와 의사는 골수기증자를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환갑 즈음되어 보이는 의사는 눈을 꿈뻑이며..


'이게 뭐지?'

'아. 백혈구 촉진제라는 거구나'

'두 개 다 쓰는 건가?'


왠지 불안 불안하다;

독수리 타법으로 컴퓨터에 뭔가를 잔뜩 입력한 후 간호사에게 양팔에 하나씩 주사하라고 건넨다. 피하주사라서 살집이 있는 곳 아무 데나 주사하면 되는 것 같았다.

이 주사.. 꽤 아프다. 아니 엄청 아프다. 태어나서 맞아 본 주사 중에 가장 아픈 것 같았다.


이 주사는 부작용이 꽤 있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게 두통, 발열, 어지러움, 구토, 허리 통증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다고 하는데 처음 주사 맞자마자 살짝 어지러움과 약간의 두통 외에 첫날은 별 증상이 없었다.


문제는 둘째 날부터였다. 아침부터 갑자기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점심부턴 두통이 시작되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고 허리는 망치로 계속 때리는 느낌이다. 결국 조금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누워있었다. 바른 자세로 누워있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10분 정도 일어나 있으면 30분은 누워 있어야 통증이 잦아들 정도였다. 셋째 날이 두려웠다.


셋째 날이 되었다. 의외로 훨씬 괜찮아졌다. 약간의 두통과 허리 통증이 있었지만 둘째 날처럼 괴로운 정도까진 아니었다. 다행히 주말이라 대부분을 누워서 지냈다.


그렇게 3일 내내 주사를 맞고, 4일째 되는 날 병원에 입원한다.



3. 입원

입원 이틀 전에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특실과 5인실에 각 1자리씩 있다고 한다. 어디로 갈 거냐고 묻는데 꽤 귀찮은 말투다. 원래 골수 기증자의 병원비는 기증받는 쪽에서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최대한 대우를 해주어 특실에 입원한다고 하는데, 난 그럴 수 없었다. 어차피 우리 가족의 돈이니까.

차마 하루에 70만 원이라는 특실에 갈 수 없어서 5인실로 하겠다고 했다.


5인실도 그냥 병동이 아니라 암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암병동의 무균실이어서, 면회도 안 되는 그런 곳이었다.


병실 분위기가 꽤 살벌하다.


환자인양 환자복으로 갈아 입고, 갖고 온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웠다.


같은 층에 계시는 아버지가 잠시 놀러 오셨다. 주렁주렁 장치들을 달고 계시지만, 이제 저런 것쯤은 하도 많이 봐서 아무렇지도 않다. 잠깐 앉아계시는 것도 버거운 상태라 고생하라는 말만 하시곤 자리로 돌아가셨다.


밤 9시쯤 마지막 백혈구 촉진제를 맞는다. 허리는 계속 아팠지만, 누워 있으니 그럭저럭 괜찮았다.

새벽 4시쯤 간호사가 손등에 주사기를 꼽고 피를 빼간다.


긴장해서일까. 아침 6시가 될 때까지 한 숨도 못 잤다. 다른 환자들 때문에 수시로 들락날락거리며 불을 켜는 간호사들 탓도 있다. 그렇게 거의 잠을 못 잔 채 아침이 되었고, 드디어 조혈모세포 채집을 한다.



4. 조혈모세포 채집

채집이란 표현이 재미있다.

한쪽 팔에서 피를 빼내서 원심분리기 같은 기계에서 조혈모세포를 추출한 후 남은 피를 다시 다른 쪽 팔로 주입하는데 무려 5시간 동안 한다.


아침 9시에 헌혈실로 이동한다.

특수한 장소에서 복잡한 기계장치로 추출할 줄 알았는데, 그냥 사람들 왔다 갔다 하는 여러 개의 침실이 있는 곳이라서 좀 의외였다.


그냥 저렇게 생긴 기계 장치가 덩그러니 있다.


양팔에 꼽는 주사기이다.

이건 뭐랄까. 주사기라기보다.. 좀 가는 송곳 느낌?

혈관에 꼽을 땐 정말이지 송곳이 살을 파고드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프다..


송곳 주사기를 꼽고 30분쯤 지났을까? 주기적으로 기계가 삐삐 소리를 낸다. 딱 봐도 뭔가 잘못된 느낌이다. 의사와 간호사가 와서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아무래도 바늘을 다시 잡아야겠는데요?'

'뭐? 뭐라고요? 이제 와서 다시 한다고? 저 송곳을?;;;'


그렇게 30분이 날아가고, 다른 혈관에 송곳을 다시 꼽았다. ㅠ.ㅠ

다시 리셋하고 5시간 시작.


2시간이 좀 넘었을 때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간호사에게 말하니 커튼을 대충 쳐주고 끝나면 말하라고 한다. 민망하게 침대에서 소변통에 일을 치렀다.


팔이 꽤 저리다. 큰 바위를 팔 위에 올려놓은 느낌이랄까?

저린 느낌은 점점 심해져서 나중엔 통증이 찾아온다. 4시간쯤 지났을 땐 제발 그만 했으면 싶었다. 당장 이 주사기를 팔에서 빼고 싶었다.


그만해. 그만. 이제 그만해. 아프다고. 바늘 좀 빼 달라고.

마음속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의사와 간호사는 보이지도 않는 곳에 앉아서 드라마나 보고 있다 -_-;  

무심한 사람들..


그렇게 5시간이 무사히(?) 지나갔다.



5. 공여 끝

공여를 마치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바로 내 조혈모세포를 수혈받는다고 했다. 3시간 정도 후면 양이 적당한지 한번 더 채집을 해야 하는지 결정된다고 해서 기다렸다.


정말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제발 양이 충분하기를. 이대로 퇴원하길..


다행히 저녁 5시쯤 추가 채집은 필요 없다고 했고, 난 바로 퇴원했다. 어찌나 기쁘던지..


채집할 때 피 속의 다른 성분도 같이 빠져나가고 특히 칼슘이 부족해져서 빈혈이 올 수 있다고 했지만, 무척 피곤할 뿐 별다른 건 없었다. 오랜만에 10시간 넘게 잤고, 다음날 바로 출근했다.


골수 이식은 이식 자체보다 이식 후 병원에서 얼마나 관리를 잘하냐에 따라서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다행히 이식은 잘 끝났고, 아버지는 아직 병원에서 관리 중이시다.



6. 소감

그렇게 백혈구 촉진제 주사부터 퇴원까지 5일간의 일정이 끝나고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했다.

사람들에게 골수 이식한다고 하면 큰일이 난 것처럼 걱정하는데, 사실해보니 별 건 없었다.

계속 아프다고 해놓고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하니 조금 찔리지만..


골수기증을 신청해 놓고, 막상 기증 요청이 오면 거절하는 사람이 절반은 넘는다고 한다. 간혹 기증하기로 해놓고 기증 직전에 안 하겠다고 해서 이미 골수를 제거한 상태로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그대로 죽음을 맞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골수 이식을 거절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가족의 반대라고 하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살리겠다고 내 자식 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본인이 골수 기증자로 등록했다면, 혹은 등록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위 후기에서 보듯이 조금 아픈 순간들이 있는 것 빼곤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란걸 말해주고 싶다.


심지어 난 퇴원 당일날 맥주도 마셨다..





[참고]

골수 이식을 위해서 입원을 2~3일 정도 해야 하는데, 직장인에게는 개인 휴가 쓰기가 아까울 수 있다.

다행히 관련 법령에 따라 회사에 증빙서류(ex. 입원사실증명서)를 제출하면, 유급 휴가 처리를 받을 수 있다.


관련 법령 :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3. 장기등기증자인 근로자(「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사용자

② 근로자인 장기등기증자가 장기등을 기증하기 위한 신체검사 또는 적출 등에 필요한 입원기간에 대하여는 공무원인 근로자의 소속 기관의 장은 그 기간을 병가로 처리하고, 공무원 외의 근로자의 사용자는 그 기간을 유급휴가로 처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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