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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땡겨 박주명 Oct 16. 2017

가을엔 인천 쭈꾸미 배낚시를 가자

올해 인천에 쭈꾸미가 대박이라는 소문을 듣고, 덜컥 쭈꾸미 배낚시를 예약해버렸다.

우럭 배낚시와 달리 쭈꾸미는 아무리 못해도 몇 마리는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낚알못이라도 재밌게 낚시를 할 수 있다. 또, 채비가 루어(가짜 미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깔끔하고, 채비 엉킴도 별로 없는 편이다.


수도권에서 그나마 가까운 거리로 갈 수 있는 거리는 인천항인데, 아침 6시에 출항해서 오후 3시 30분에 귀항한다. 가격은 5만 5천 원으로 대부분의 배들이 동일한 편이다. 대략 9월 경에 시작해서 11월까지 이어지는데, 10월 즈음이 가장 호황으로 보인다.


예약을 하면 4시 30분까지 항구로 오라고 하지만, 역시 시간 맞춰가면 인천 부두 주차장의 헬을 맛보기 때문에 더 일찍 가야 한다. 3시쯤 도착하는 걸 추천한다. 복잡한 걸 유난히 싫어하는 나는 새벽 1시에 이미 도착해 버렸다 -_-;;


주차장이 휑하다. 도착하자마자 부산 떨며 낚시 준비를 하는 것보다 이렇게 일찍 도착해서 소주 한잔 하면서 생각도 하고 배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줄을 감아올리는 데 사용되는 릴은 그 종류가 참 많다. 쭈꾸미 낚시에 사용되는 릴은 위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베이트릴이다. 대상어에 맞는 채비를 다 갖추면 좋겠지만, 가난한 월급쟁이가 장비빨을 세우긴 어려우니 가장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스피닝 릴을 사용했다.(오른쪽 사진)


낚시를 하다 보면 유난히 장비빨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이거 잡을 땐 이 장비, 저거 잡을 땐 저 장비. 수십만 원을 넘는 고가의 장비를 사용한다. 근데 생각해보면 물고기가 낚싯대 보고 잡히나? ㅋㅋ 

뭐든 적당히 하는 게 좋겠다.


다른 배낚시와 달리 쭈꾸미 낚시는 아침을 주지 않는다. 대신 점심에 라면을 하나 끓여준다. 때문에 아침을 챙겨 먹어두는 게 좋다. 주차장에 보면 작은 포장마차가 하나 있는데 오뎅이나 국수, 김밥 따위를 판다.


배낚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옆사람과 채비가 엉키거나 바닥에 걸려서 줄이 끊어지는 경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속도가 생명인 낚시에서 남의 줄 엉킨 거 풀어주다가 하루를 다 보내지 않으려면 준비를 미리 해두어야 한다. 새로 채비를 만들 시간을 벌기 위해 미리 몇 개씩 만들어 두는 게 좋다.


두 시간씩 멀리까지 가는 우럭 배낚시와 달리  쭈꾸미는 수심이 낮은 곳에서 하기 때문에 멀리 나가지는 않는다. 30분~1시간 정도 이동하면 바로 낚시를 시작한다.


낚시 시작!


배낚시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누가 처음으로 잡느냐다. 누군가 한 마리 잡으면 모든 시선이 그쪽으로 쏠린다.ㅎㅎ


비록 처음은 아니지만, 비교적 남들보다 빨리 한 마리를 시작했다. 

산소가 없어서 쭈꾸미를 질식사시키고 싶지 않으면 물을 항상 틀어놓아야 한다.


이후로 쭉쭉 잡아 올린다. 5분에 한두 마리씩 낚아 올린다.


오!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스무 마리가 넘었다. 오늘 왠지 대박 조짐이 보인다.


한 번에 두 마리가 달려드는 쌍걸이까지. 


주변에 다른 배들도 열심히 낚아 올린다.


쭈꾸미 낚시에서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채비나 미끼 종류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미끼를 쓰는지 얼마나 비싼 미끼를 쓰는지보다 더 중요한 건 쭈꾸미가 미끼에 올라탔는지를 감각적으로 느껴야 한다. 고패질(낚싯대를 위아래로 올렸다 내리는 것)을 하다 보면, 미세하게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쭉 감아올리면 무게감이 확 달라진다. 이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감아올리면 된다. 


가장 바보 같은 게 챔질을 하는 것이다. 쭈꾸미는 바늘에 걸려도 잘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일반 물고기 잡을 때처럼 휙! 하고 챔질을 하면 바로 떨어져 나간다. 주변에 보면 이런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잡혔다! 하고 낚싯대를 휙~ 들어 올리고는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막 감아올리다가 '에이.. 떨어졌네..'

그러고는 챔질 타이밍을 놓쳤다며 자책하고 다음 번엔 더 세게 챔질을 한다.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다.


11시쯤 되면 사람들에게 쭈꾸미 한 마리씩을 걷어서 쭈꾸미 라면을 끓여준다. 배에서 먹는 게 뭔들 맛없겠냐마는 이 라면은 정말 맛있다.


오후 2시 반쯤 되었다. 철수 시간이 다가온다. 쭈꾸미를 잡을 때마다 카운트 앱으로 숫자를 세었는데 딱 49마리였다. 선장님이 10분 후에 철수한다고 방송한다.


50마리만 채우고 싶었다. 49마리는 왠지 아쉽지 않은가..

한 마리만.. 한 마리만.. 

속으로 주문을 외우고 있는데 이때 묵직함이 느껴졌고 천천히 감아올리는데..


뭔가 이상하다. 너무 무겁다.

쌍걸이인가? 

옆 사람하고 줄이 엉켰나?

1분 1초가 급한 이 시점에 채비 엉키면 망삘인데 ㅠ.ㅠ..


대박!

갑오징어다!

거짓말하는 것처럼 철수 시간 되어서 갑오징어라니! 이런 행운이 있나.


갑오징어는 먹물을 엄청 쏘기 때문에 잡자마자 물칸에 넣어야 한다. 그래야 물속에서 먹물을 실컷 쏠 수 있으니.. 하지만 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물칸에 미쳐 넣지 못하고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순간 먹물을 뿜뿜뿜.. 사방에 먹물이 난리도 아니다.


옆사람한테까지 다 튀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내 바지는 이 꼴이 되었다.

뭐 어떠랴. 옷이야 세탁하면 되지.


이렇게 드라마틱한 마지막 갑오징어를 끝으로 총 50마리를 잡은 낚시는 끝났다.


한 시간 걸려서 집으로 왔다. 대부분의 쭈꾸미들이 살아서 꿈틀거린다.

싱크대 청소는 또 언제 하나.


나중에 먹을 수 있도록 머리 손질을 하고, 지퍼백에 담에 냉동실에 보관한다.


그리고 바로 쭈꾸미 볶음.




올해 유난히 인천에 쭈꾸미가 많이 낚인다고 한다.

혼자 200마리를 잡았느니 300마리를 잡았느니 하는 소문이 무성하다.(물론 난 낚시꾼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ㅋㅋ)

초보자라도 최소 10~20마리 정도는 쉽게 잡을 수 있으니 시간 내어 가족끼리 다녀와보자. 배낚시 중에 이렇게 깔끔하고 쉬운 낚시도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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