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힌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언젠가부턴 익힌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할 것 같고, 배가 너무 부를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날 것을 찾았는지 모르겠다.
날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했다. 간, 천엽부터 소든 닭이든 말이든 육회는 다 좋았다. 생선은 말할 것도 없다. 건강에 안 좋다는 빙어회부터 계곡에서 잡은 꺽지도 회로 떠 먹어봤다. 손질할 줄 몰라서 그렇지 할 수만 있다면 생선 간이나 쓸개도 먹어보고 싶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날 것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해지는 게 아닌가. 사람들과 약속 장소를 잡을 때, 회식 장소를 잡을 때 내심 횟집을 가면 좋겠다란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난 분명 어제도 회를 먹었고, 엊그제도 회를 먹었는데 말이다.
입에서 생선이 나올 것 같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 정도면 병이 아닐까. 오늘 저녁에 먹을 참치회를 해동시키고 숙성을 위해 냉장고에 넣으면서 생각했다. 참치 말고 다른 날 것이 먹고 싶다..
예를 들면 볼락이라던지..
바닷가에 살아야 할 팔자인가 보다. 아니면 횟집을 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