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과일이나 채소들을 대폭 할인가로 판매하는 것을 많이 본다. 참치도 예외가 아닌데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가치가 약간 떨어지는 것들을 차품이라고 해서 따로 판매하곤 한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까지도 할인하기 때문에 차품 행사를 하면 몇 시간만에 바로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근데 정말 차품을 사는 게 이득일지에 대해 써볼까 한다. 그동안 차품을 종종 구입해 보았지만, 이제 더 이상 차품은 구입하지 않는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차품 하나를 구입해 보았다.
* 이 글의 사진은 다소 혐오스러울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참치회의 차품은 대부분 크랙 아니면 혈이다.
크랙 : 참치 절단 과정에서 살이 쪼개지거나 갈라져 회로 썰 때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 것
혈 : 포획이나 냉동 과정에서 어떤 이유로 살에 피가 스며든 것
크랙은 제품 자체에 이상이 있다기보다 주로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오늘 볼 차품은 혈이다. 말 그대로 혈(血)은 피가 섞여 있는 제품을 말한다. 혹시 횟집에서 광어 같은 회를 먹을 때 피멍 든 것처럼 생선 살이 유난히 붉은걸 본 적이 있나? 광어를 잡을 때 너무 심하게 바닥에 내동댕이치거나 죽기 전에 격렬한 반항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안고 죽으면 살에 피가 스며들어 피멍이 든다.
참치도 마찬가지인데, 포획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잘못 다루면 살 속에 피가 맺히는 상태가 된다. 이런 제품을 혈이라고 하며, 심한 경우 회보단 구이나 조림으로 먹어야 한다.
이 제품은 세도로라고 불리우는 축양 참다랑어 등지살이고, 혈로 인한 차품으로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였다. 과연 10% 할인받는 게 이득인지 따져보자.
사진을 보면 중간에 실핏줄 같은 게 보이는가? 그게 혈이다.
더 자세히 보면 이렇다.
좀 징그럽다..
단면을 잘라내면 속은 저렇게 생겼다. 살 속에 혈이 파고 들어서 보기에도 좋지 않고 비린내가 물씬 날 것만 같은 모습이다.
피 맛을 조금이라도 감추기 위해서 손질할 때 좀 더 많이 잘라내야 했다. 여기서 버려진 양만 해도 이미 10% 할인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 귀하다는 참다랑어 등지살인데 영 보기가 안 좋다.
최대한 피를 제거하고 예쁘게 썰어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
어디 가서 한대 얻어맞은 것 마냥 군데군데 핏자국이 보인다.
늘 먹던 대로 와사비를 살짝 올리고 무순 두어 개와 함께 간장을 살짝 찍어 먹어본다. 이후로 난 그렇게 먹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피에서 풍겨오는 피비린내가 와사비와 무순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비린 맛을 잘 견디는 나도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 우리 한국인에겐 쌈 문화가 있지.
김에 초생강을 싸고, 소금 기름으로 최대한 맛을 가려본다.
그런데 이것도 실패다. 저 조합으로도 피맛은 가려지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 묵은지.
모든 맛을 가릴 수 있는 최고의 재료이다.
결국 묵은지의 도움을 받아 회를 다 먹을 수 있었다.
차품이 모두 안 좋은 것은 아니다. 비싼 부위를 할인된 가격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20% 할인으로 차품을 구입할 거면 그냥 정상 제품을 구입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대부분의 차품들은 상태가 좋지 않고, 손질할 때 제거해야 하는 부분도 정상 제품보다 많기 때문에 결국 그게 그거다.
어차피 그냥 먹어도 비싼 참치. 돈 아끼지 말고, 그냥 정상 제품을 사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