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참치회를 차려 먹을 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 해동&숙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틀 지난 참치회, 먹어도 되나요? 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숙성 시간을 길게 가질수록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조급증이 문제다. 빨리 썰어서 먹고 싶은데, 냉장고에 두세 시간을 보관하라고 하니 얼마나 애가 탈까..
나 역시 이 조급증은 마찬가지이다.
일부 택배회사의 경우 밤 10시(심지어 밤 12시에도)쯤 배달해 주는 경우가 있다. 오랜만에 참치를 시켜서 빨리 먹고 싶은데, 밤 10시에 배송이 되니 숙성시키고 제대로 먹으려면 새벽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숙성 없이 먹기도 한다.
숙성 없이 먹을 때의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자.
1. 녹지 않은 아이스크림 같은 참치를 먹어야 한다. 이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 차가운 맛은 참치의 맛을 가리기 때문에 일단 맛을 느낄 수가 없다.
2. 생선이 죽은 후 그냥 놓아두면 사후 경직이 일어나 생선이 뒤틀린다. 근육이 딱딱해지는 현상인데 이 때는 살이 질기다.(소고기를 숙성시켜서 먹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부드럽게 하기 위함)
3. 냉동되면서 흡수된 수분이 녹으면서 새어나온다. 피와 함께 새어 나오기 때문에 비린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일단 1번 문제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2번 3번은 해결할 수 있다.
저 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먹으면 된다 ㅎㅎ
자, 그럼 세 가지 문제점을 최소화하면서 숙성 없이 참치회를 먹어보자.
해동을 평소보다 길게 잡아서(10분 이상) 겉 부분이라도 충분히 녹여준다.(단, 미지근한 물에 녹이지 않는게 좋다. 영하 50도 이하의 냉동상태기 때문에 급격한 온도차로 화상에 가깝게 된다. 찬 물로 천천히 녹여주자)
참치를 먹을 장소로 이동한다. 오늘의 장소는 내 방 컴퓨터 앞이다.
10분 안에 먹을 만큼만 썰어낸다. 10분이 지나면 숙성하지 않은 대가를 치를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 먹어야 한다.
나머지는 썰지 말고 덩어리채로 해동지로 감싼 후 한쪽에 놓아둔다. 해동지가 수분을 흡수해 준다. 미리 썰어두면 문제가 더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반드시 덩어리채로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에 두면 더 좋지만 너무 번거롭다.
10분 정도 지나면 이렇게 약간씩 뒤틀어지면서 사후 경직이 나타나고 수분이 새어나온다.
다 먹고 나면, 다시 또 10분 안에 먹을 수 있는 만큼 썰어낸다.
재빨리 먹어치워야 한다.
빨리 참치를 먹고 싶은데, 시간이 없을 때 이 방법을 써보도록 하자. 한꺼번에 다 썰어내서 몇십 분 후에 물이 줄줄 새어나오는 뒤틀어진 참치를 먹고 싶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