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50도 이하의 냉동으로 유통되는 참치회는 냉동 상태를 녹이는 해동과 수분제거를 위해 숙성과정을 거친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온라인 참치회 쇼핑몰로 가정에서 쉽게 참치회를 차려 먹을 수 있는데, 처음 먹을 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게 해동과 숙성이다.
해동과 숙성을 몇시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각 쇼핑몰마다 모두 말이 다르다. 일반적인 설명서에는 해동은 소금물에 5~15분 가량 참치회를 담근 후 꺼내어 해동지로 감싸서 냉장고에 1~2시간 숙성 후 먹으라고 되어 있다. 어떤 쇼핑몰에서는 참치회의 깊은 맛을 충분히 내기 위해서는 5시간 정도의 숙성을 시키라고 하고, 12시간 이상은 절대 숙성 시키면 안된다고 나와있기도 하다.
냉동 상태를 녹이는 해동이야 다 비슷한 방법을 쓰지만, 과연 숙성을 몇시간 해야 가장 좋을까?
참치 유통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어떤 블로거의 말에 따르면 이틀 정도 숙성 시킨 참치가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예전에 본 어떤 일본 초밥 장인은 2주동안 뱃살을 숙성 시켜서 최고의 맛을 낸다고도 했다. 그럼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1~2시간의 숙성은 뭘까? 정말 하루 이상 숙성시킨 회를 먹어도 괜찮은걸까?
그래서 실험해 보았다. 마음 같아선 2주동안 숙성시키면서 하루하루 변화를 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난 참치를 너무 좋아한다.. 딱 이틀만 숙성시켜 보자.
어차피 이틀동안 냉장실에서 천천히 녹을 것이므로, 해동은 3~4분 정도로 아주 짧게 했다. 거의 녹지 않은채로 숙성을 시작한다.(사실 다 녹여서 숙성해도 큰 차이는 없다)
내가 아는 가장 좋은 숙성 방법은 해동지를 감싸고 랩을 이용해 공기를 완전히 차단 후 김치냉장고에서 가장 온도 변화가 적은 곳에 두는 것이다. 랩으로 감싸면 중간중간 상태를 확인할 때마다 랩을 풀어야 해서 좀 불편하다. 그래서 난 지퍼백을 이용한다. 김치냉장고도 없으므로, 냉장고의 싱싱칸을 이용했다.
하루가 지난 눈다랑어 뱃살이다. 무려 24시간이나 지났지만, 아직 얼음기가 남아있다.
30시간 정도가 지난 참치이다. 살 속에 있던 수분이 종이로 흡수되고 있는 중이다.
해동지가 축축해질만큼 수분이 빠져나오고 있다.
계속해서 새 해동지로 갈아주어야 한다. 이틀 동안 총 5차례 해동지를 교체해 주었다.
드디어 이틀이 지났다.
이틀 지난 참치의 모습은 마치 생참치를 보는 듯 했다. 손으로 살짝만 눌러도 자국이 그대로 남을만큼 부드러워졌다.
살의 탄력을 많이 잃지는 않았다. 부드럽게 썰리고 색감은 처음보다 더 살아났다.
맛은 어떨까? 덜 녹은 참치회를 이것저것 넣어서 쌈 싸먹는 일반 사람에게는 맛있진 않을게다. 하지만 정말 참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이 맛을 보면 잊지 못할 그런 맛이었다. 비록 눈다랑어 뱃살이지만 부드러움과 눅진한 맛은 참다랑어 뱃살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숙성이 덜 된 참치회는 썰어서 실온에 둔 후 일정 시간(10~20분) 후에 수분이 빠져나와 살이 쪼그라드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틀 숙성된 참치는 이미 충분히 수분을 흡수해 냈기 때문에 실온에 그냥 두어도 상태 변화가 없다.
생참치는 아니지만 거의 생참치에 흡사한 맛을 낼 수 있었다.
다음엔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일주일 정도 숙성시키면서 상태 변화를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