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려보면 순례길에서 참치 파스타를 먹은 그 순간은 다른 때보다 더욱 특별했습니다. 걷는 내내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냈던 저였음에도 이 음식점에서 마주친 모든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저와 한 순간이라도 연이 닿아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참 신기했습니다. 남편분이 오라클 엔지니어 셔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남아공에서 오신 부부와 젊은 시절 미국에 건너가 평생 일해오다 은퇴하고 길을 걷는 선생님, 그리고 두 아이의 아버지인 형님까지. 평소 어제 먹은 것도 금세 까먹는 사람이 바로 저인데 참치 파스타를 떠올리며 함께 했던 사람들과 그 장소 그 순간의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있다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별것 아닌 음식이지만 이렇게 요리하고 먹으면서 그 순간이 떠올라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