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혼자를 살아내는 법

나랑 같이, 혼자 사는 이야기 해볼래요?

by 온도
요즘 혼자 사는 이야기가 식상할 정도로 많다. 잘 알려진 <나 혼자 산다>, <미운우리새끼> 같은 TV 프로그램, 1인 가구의 제테크, 살림, 결혼 문제에 관한 도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1인 가구의 혼자 사는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무수한 이야기가 손 닿는 곳곳마다 있다.


브런치를 시작하며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혼자 사람의 혼자 사는 이야기 써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곧 너무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많은 작가들이 혼자인 삶에 대해 이야기 했고, 내가 그들보다 특별한 지식이나 삶의 노하우가 있지 않은데 누가 그걸 읽어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런 식상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하고 싶고
할말 많은 이야기라서.

출처: Olive <밥블레스유> 공식 인스타그램


나는 <나 혼자 산다>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사는 여성들이 나오는 <밥블레스유>에서 나오는 언니들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책을 살 때, 혼자 사는 이야기라면 가리지 않고 일단 읽고 본다.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만 갈증은 계속 된다. 오히려 새로운 고민들, 어디에 물어봐도 풀리지 않는 고민들은 계속 된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


“나 다시 부모님이랑 같이 살까?”
“돈 얼마 못 모은거 같은데 이대로 괜찮을까?”
“어떻게 하면 덜 외로울까?”


일상에 닥치는 문제, 과거의 실패, 내가 한 선택이 맞는 건지, 나 이대로 계속 혼자 살건지 등등 모두 산더미다. 이거 나 혼자만 그런 거 아닌 거 같지만 모두 그냥 저냥 잘 사는 것 같다. 삶을 같이 이끌어 가는 사람이 없으니 고민과 협상과 선택과 책임은 모두 나의 몫이다. 부담스럽다. 그래서 어딘가에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싶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어떤 이야기라도 모두에게 공감 가긴 어렵고, 내 이야기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다른 이야기들을 보면서 그랬다. 그중 문득문득 공감가기 어려웠던 부분이 지방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찾기 어렵다는 거였다. 혹시 혼자 사람 중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의 삶을 다룬 컨텐츠는 뭐가 있을까? 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나는 자연인이다> 정도?


2018 LH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 계획. 출처: 행복주택 공식블로그

지방에 사는 사람은 교통, 의료, 문화를 포함해서 삶의 여러 가지 이야기에도 소외되어 있는 기분이다. 행복주택 이야기라던지, 지하철 정기권 같은 이야기 읽으면 나는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서울이나 수도권 또는 대도시에 살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는 면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같이 청년 주택도 없고 버스 배차 간격도 기본 1시간인 곳에서 사는 사람의 이야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삶은 다양하니까.


나는 가족과 따로 산지 8년이 되어 간다.

나는 지방의 소도시에서 살고 있다.

나는 여성이다.

나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나는 걸어서 출퇴근을 한다.

나는 반려식물/동물과의 삶을 고민 중이다.

나는 아침식사가 빅 미션이다.

나는 점심은 직장 식당, 저녁은 거의 외식이다.

나는 정기적으로 나가는 모임이 있다.

나는 전세자금대출을 갚고 있다.






나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사람들이 내 글을 보면서 나와 다른 점이 있구나,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세상에는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도 있구나, 그냥 하루하루 이런 고민이 있구나 할수 있는 주제를 쓰고 싶다 .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공감하며 천천히 함께 가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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