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아 Apr 12. 2021

#8. 꽃길도 즐거워야 갈 수 있다

< 보통유튜버 이야기 > Chapter 2. 유튜버 이야기

내가 여행유튜브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




꾸준히 영상을 올리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이 정말 많이들 물어봤었다. 왜 메이크업 영상을 올리지 않느냐고. 키즈용 콘텐츠를 한번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우리나라의 1세대 유튜버들은 1인 방송과 유튜브를 병행하는 BJ 유튜버, 메이크업을 하는 뷰티 유튜버가 강세였다. 아이들의 장난감을 소개하는 키즈 채널 역시 메인 카테고리 중 하나였다. 친구 중에 1세대 뷰티 유튜버가 한 명 있다. 그 친구는 무려 2012년부터 장래희망을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하던 친구였다. 참 특이하구나 했었는데 어느날 패션잡지의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걸 보고 아! 얘가 그랬었지! 싶었다. 유튜브를 통해 어느날 갑자기 유명한 셀럽이 된 사람이 여럿 있던 때였다. 그 와중에 뜬금없이 여행을 주제로 하는 채널이라니. 게다가 누구는 유튜브로 억대 연봉을 벌어들이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한 달에 1000원 벌었다고 좋아하고 있으니, 당연히 걱정스러울 수밖에.


뷰티 분야는 유튜브에서 특히 빠르게 성장한 분야다. 나름 이유를 조금 분석해보았는데 우선,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메이크업 과정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도 영상을 볼 수 있다. 특히 케이뷰티가 흥하게 된 요 몇 년간은,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권에서도 K-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기 때문에 글로벌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한국 뷰티 영상은 인기를 끌기 좋았다. 또 메이크업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폭넓게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며, 비포앤애프터가 명확히 드러나는 특성상 메이크업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한번쯤 흥미를 가져볼 수 있다. 국가, 연령, 성별에 크게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다는 게 뷰티 콘텐츠의 장점이었다. (지금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치열한 레드오션이 되어버렸지만.)


그러나 여행은 국가, 연령, 성별, 모든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여행에 관심을 가지려면 최소한 혼자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나이는 되어야 한다. 잠정적 타깃에서 왕성한 유튜브 유저인 10대 학생들의 대다수를 잃게 된다. 그렇다고 어른이 된다고 다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다. 거의 매일 하는 메이크업과 달리 여행은 1년에 한두번 갈까말까하는 일이다. 유튜브에서 찾아볼만한 주요 관심사가 되기 어렵다. 게다가 여행은 취향을 타는 분야다. 여행지를 고르는 순간부터, 숙소, 먹는 것, 하는 일들이 성별이나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한정적인 타깃층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행을 하며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선택되기 위해서만 애를 썼던 시간들이 너무 힘들었다. ( #4. 프리랜서도 퇴사를 꿈꾼다 를 함께 보아주세요. ) 이제는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보고 싶었다.


게다가 평소 남이 해주는 메이크업을 받기만 했던 터라, 갑자기 뷰티 채널을 만든다고 해서 잘 할 것 같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이 성공한 분야라고 해서 쉬운 길인 건 아니니까.



유튜브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나 영상 50개 정도를 만들었을 때쯤, 여행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마 다른 분야로 유튜브를 해왔다면 진작에 그만 뒀을지도 모른다. 혹여나, 만에 하나, 성공해서 억대 연봉을 벌었다면 1년 정도는 더 꾹 참아봤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2억을 모아 그만뒀을 것이다. (ㅋㅋ)


유튜버는 언제나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 카메라 앞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며, 이후엔 편집을 위해 밤을 지새워야 한다. 보통은 혼자. 규모가 큰 채널의 경우에는 그나마 소규모의 팀원과 함께. 댓글과 조회 수로 드러나는 피드백은 매우 즉각적이다. 기가 막히게 멋진 영상이 나온 것 같지만 그 효과가 미미할 때도 있고, 자칫 한 번의 실수로 그간 쌓아온 성과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꾸준히 같은 모습을, 그러면서도 성장하며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다음 여행을 위해 비행기에 오를 때면 '아- 그랬었지, 이것 때문에 유튜브를 시작했었지.' 하고 행복해지곤 했었다. 그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행'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올 수 있었을까.


꽃길도 즐겁지 않으면 갈 수 없고, 가시밭길도 즐거우면 신나게 걸을 수 있다.


이전 09화 #7. 세상에서 가장 큰 500원 _엄마 나 돈벌었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