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유튜버 이야기 > Chapter 2. 유튜버 이야기
전 국민의 한 해 목표가 유튜브였던 해.
여행하며 먹고 살 수 있을까? 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지속 가능한 여행, 우리나라의 1세대 여행 유튜버 //
젊을 때에야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여행을 갈 수 있지만, 불규칙한 프리랜서로 살아왔던 나에겐 일을 더 못하게 됐을 땐 여행을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항상 함께였다. 이미 여행의 재미를 한껏 알게 된 이상, 어떻게 하면 계속 여행을 갈 수 있을지를 골똘히 고민해야 했다.
지속 가능한 여행.
꿈만 같은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유튜브를 하면 협찬을 받을 기회가 종종 생긴다. 뷰티 크리에이터는 화장품을, IT 크리에이터는 새로운 장비를, 여행 크리에이터는 여행을 선물받을 수 있다. 어느 날, 일본의 한 클라이언트에게서 연락이 왔다. 쇼핑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서비스하는 회사였다. 자유롭게 일본의 후쿠오카를 여행하면서, 여행 중간에 쇼핑을 할 때 당사의 서비스를 언급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미리 일정을 짜고, 영상의 어느 구간에 쇼핑을 할 지, 쇼핑은 어느 쇼핑센터에서 할 지를 확인받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처음으로 항공편과 숙박, 소정의 영상제작비까지 지원받은 여행이었다.
2박3일 동안 후쿠오카를 여행하며 여행 브이로그를 촬영했다. 평소에도 여행 계획을 세세하게 짜는 편이긴 하지만, 이때는 더욱 철저히 준비했었다. 꼭 보아야 할 것, 꼭 사야 할 것, 꼭 먹어야 할 것들에 대해 책, 블로그, 기사, 유튜브 영상 등 거의 모든 자료를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심히 조사했다. 분 단위로 하루를 쪼개 일정을 정리하고, 사전에 간략한 스크립트도 작성해갔다. 평소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하고 갔었기 때문일까. 영상도 탄탄하게 만들어졌다. 시청자분들도 후쿠오카 여행 준비에 도움이 된다는 댓글을 많이 남겨주었고, 덕분에 '후쿠오카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상단에 뜨는 영상 중 하나가 되었다.
이후로 이런 일이 점점 많아졌다. 런던, 라스베이거스, 도쿄, 오사카, 마카오, 울릉도, 춘천, 제주... 영상의 영 자도 모르던 내가, 사전기획안과 촬영구성안을 만들고, 콘티를 그리며 제법 프로페셔널한 제작자가 된 기분이었다. 해피새아스러운 여행을 기획하고, 더 보기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면서, 나는 여행을 지속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구독자 분들은 계속해서 다음에 갈 새로운 여행지를 기대해주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일하고 난 뒤에는, 내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대부분 아직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여행지들이었다. 인도네시아의 라부안바조, 중국 운남성의 리장, 모로코의 쉐프샤우엔 같은 곳이었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래도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수 있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생소한 곳. 그곳에서도 더욱 열심히 영상을 찍었다.
여행 크리에이터라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해야하지만, 응당 신선하고 아름다운 여행지를 계속해서 소개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게 한국의 1세대 여행 유튜버로서 내가 나에게 스스로 짊어지게 했던 짐이기도 했다. 새롭게 시작된 만큼 딱히 롤모델이 없는 여행 유튜브라는 분야에서, 나는 외국의 여행 유튜버들에게서 많은 걸 배웠었다. 전 세계를 누비며 정말 여행다운 여행을 하는 그들은 영상도 얼마나 멋있게 만들어내는지. 적재적소에서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여행지를 멋있게 보여주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까지 보여주는 진짜배기 크리에이터들이었다. 기왕 여행 유튜버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좀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았다.
열정 넘쳤던 2018년을 함께했던 멋진 친구들 중에 여미(여행에미치다)가 있었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그리고 그 넓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던 곳. 여행자든, 여행자가 아니든, 세상을 향한 호기심으로 함께 이야기하고, 꿈을 나눌 수 있었던 곳. 한 명 한 명의 여행 크리에이터들에게 '계속 여행해도 좋아.' 라고 힘을 실어주던 곳. 널리 알려진 여행지도, 조금 낯선 여행지도 똑같이 마음에 품을 수 있도록 계속 소개했던 그 친구들과 함께, 해피새아 채널도 소심하게 숟가락 하나를 얹어보며 열심히 성장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