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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아 Mar 01. 2021

#6. 유튜브 구독자 한 명 늘어날 때마다 박수 한 번

< 보통유튜버 이야기 > Chapter 2. 유튜버 이야기

구독자 한 명 늘어날 때마다 박수 한 번 //




영상 하나로 조회 수 수십만을 기록하고 구독자가 급상승하는 채널도 있지만, 대부분의 채널은 그렇지 않다. 첫 시작은 누구나 0부터다. 


특히 아직 유튜브가 한국에 덜 알려졌던 2017년에 채널을 만든 내 경우에는 초반 상승세가 참으로 더뎠다. 그때만 해도 '구독 버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 발빠른 누군가가 '유튜브 채널 구독하는 법'이라는 영상도 만들어 올릴 정도였다. 사실 구독자의 규모가 중요한 줄도 몰랐다. 구독자 수가 많으면  그냥 기분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당시 하루 일과 중 하나로 그날의 구독자 수를 꼭꼭 확인하곤 했다. 전날에 비해 얼마나 늘어났는지 체크해 늘어난 수만큼 박수를 치며 자축했다. 하루에 한 명도 늘어나지 않아 박수를 치지 못하는 날도 있었고, 열 명이 넘어 신나게 웃으며 물개박수를 쳤던 날도 있다.


유튜브 구독자 수가 많은 건 정말 중요한 걸까? 8만명 정도의 구독자를 가진 지금도 여전히, 구독자가 늘어나면 기분이 좋은 건 맞지만, 숫자 자체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구독자 수와 채널의 인지도, 또는 영상의 조회수에 비례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구독자 수는 적지만 올리는 영상마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채널도 있고, 영상의 조회수는 구독자 수의 절반을 넘기지 못하는 채널도 있다. 


시청자들은 유튜브 앱의 '구독' 탭보다 '홈' 화면에서 영상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홈 화면에는 최근 시청기록과 같은 지역, 비슷한 시청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이 선택한 영상이 표시된다. 이 때는 구독하고 있는 채널의 영상만 포함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표시되는 영상의 절반 이상이 구독하고 있지 않은 채널의 영상인 경우가 많다. 화면 하단의 '구독' 탭을 따로 한번 선택하면, 구독하고 있는 채널의 최신 영상들이 리스트업된다. 꼭 구독하고 있는 채널의 영상만 노출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구독 여부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 * 여행을 주요 주제로 다루는 해피새아 채널은 한창 여행이 붐이었던 2018, 2019년에는 구독자 수보다 조회수가 월등히 많았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만큼 어느정도 비례해서 구독자 수도 늘어나긴 하지만, 영상을 본 모두가 구독 버튼을 누르는 건 아니니까 구독자 수는 서서히 늘어났었다. 하지만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집앞 카페에 가는 것도 어려워진 작년을 거치면서는 구독자 수도, 조회수도 예년의 한참 아래로 낮아졌다. 구독은 유지하고 있지만 영상을 챙겨보지 않는 구독자가 수만명이다. 이 경우, 정말 애석하게도 채널의 품질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이 생겼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람이 아니라 ai에 의해 작동되기 때문에 모든 게 수치화된다. 영상이 '좋은지, 좋지 않은지'는 더 많은 시청자가 영상을 보았는지, 기존 구독자들이 영상을 클릭했는지 같은 것들에 의해 결정되고, '좋지 않은' 영상으로 분류되면 영상의 노출률이 줄어든다. 조회수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구독자 수는 오히려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가 된다. )


하지만! 유의미한 수치는 있다.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는 시점인 1천 명, 실버버튼을 선물받을 수 있는 10만명, 골드버튼을 받는 100만 명 같은 숫자들. (역시 특별할 건 없지만, 뭐랄까, 상징 같은 거니까.)


그리고, 괜스레 집착하게 되는 1만이라는 숫자. 그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게 얼마만에 1만을 넘었는지 질문했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들은 몇주만에도 금세 몇십 만 명의 구독자를 모으기도 하지만, 해피새아 채널은 한 해가 넘도록 5천여 명 정도의 규모였다. 20여 개의 영상을 올리는 동안 2천 명 정도 늘어났다. 그러다가 뉴욕에서 촬영했던 한복 영상 덕분에 한 달여 만에 1만을 훌쩍 넘겼다. 0에서 1만이 되는 데에 1년이 넘게 걸렸고, 1만에서 2만이 되는 데에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늘어났던 나의 구독자분들. 


요즘은 잊고 있었던 구독자 한 명 늘어날 때마다 박수 한 번 치는 일을, 코로나를 맞아 좋아하는 일을 몽땅 빼앗겨 빈털털이가 된 여행유튜버로서, 다시 시작해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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