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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별 Jan 08. 2022

2022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패러다임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나는 올해로 33살이다. 나이를 먹는 일은 이제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그게 30대인 듯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고등학교 때,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처음 배운 듯하다. 패러다임은 '한 시대의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인식의 체계'라는 뜻이다. 이 말을 기억하는 이유는 '굳이 이런 용어가 필요한가?'라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이 표현을 쓸 일이 있을까? 라면서.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역병을 경험하며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대' 외에 대체할 말을 찾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역병이라는 말은 어렸을 적 매우 인기 있었던 드라마 '허준'에서 나온 대사 정도의 용어였는데. "전하! 도성에 역병이..." 


 나의 학창 시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선진국이었다. 그래서 일본어를 잘하는 것은 굉장히 경쟁력 있는 일이었고 일본 문화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식의 기사가 굉장히 많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1인당 평균 GDP는 2019년을 기점으로 일본을 추월했다는 점.

 2021년 7월 유엔 무역개발회의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유엔 무역개발회의가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BTS가 세계를 휩쓸고, 한국 화장품이 일본 화장품보다 훨씬 좋은 것으로 여겨지며, 10대 일본인들이 한국문화가 일본보다 발달된 문화라고 생각하고, 아시아 곳곳에서 한국의 문화가 마치 선진문화처럼 받아들여지는 재미있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막상 한국 젊은이들은 이런 현상을 약간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무엇이든 'K-○○'라고 마케팅한다면서. 지금 한국 문화의 세계적 위상은 예전, 90년대의 일본 문화가 점유하고 있던 위상과 유사한 분위기다. 내가 어렸을 땐 일본 문화가 지금의 한국 문화처럼 인기가 많았다.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이러한 현상이 신기하다. 우리나라가 문화적 유행을 주도한다고? 취준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인 '네카라쿠배'에 다니는 친구들이 한국에서 만든 서비스를 외국에 수출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감회가 새롭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만든 서비스를 일본인들이 일본에서 개발한 서비스인 줄 알고 쓰는 경우가 꽤 많아서 흥미로웠다. 


 사실 나는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문화적으로 세계를 평정하리라 생각했는데, 코로나19라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우리나라 쪽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왔다. 물론 zoom이나 tik tok 같은 서비스는 중국의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든 IT 서비스와 문화들이 세계 여기저기 침투하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이 신기한 건 신기한 것이고 얼마나 이 상태가 지속될까? 향후 5년 정도는 지속될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 콘텐츠가 유리한 입지에 있을 때 이를 이용해서 사업을 하거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쟁 대상은 일본이나 미국이 아니라 아세안 국가와 같은 다른 국가들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자아도취된 상태에서는 좋은 콘텐츠가 나오기 어려우니, 콘텐츠 강국으로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서 좋은 문화 콘텐츠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자체는 선진국의 위상으로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집값 폭등, 청년 실업, 고령화 사회, 저출생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또래 청년들은 우리나라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일이 기분이 좋으면서도 나의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므로. 우리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전제로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약간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확행', '복세편살'과 같은 개념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한국 문화의 인기와 위상에 젊은 세대보다는 어른들이 더 신이 난 듯하다. 일명 '애국심'이나 '나라에 대한 자부심'은 어른들이 훨씬 더 많이 갖고 있을 테니까. 그도 그럴 것이 아무것도 없던 나라가 선진국이 되지 않았는가. 


 아마 내 또래들은 한국이 좋으면서도 싫은 그런 양가감정이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만 살아 본 사람이라면 불만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는 나름 괜찮은 나라다. 문제가 많지만 다른 나라에는 문제가 더 많은 경우가 많으며, 우리나라엔 없는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그나마 나은 게 이 나라임 (웃음)


 정치인들의 말도 안 되는 발언에 심한 감정 소비를 할 필요도 없으며 (그렇다고 정치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속사정을 잘 모르는 어른들의 헛소리에 상처 입을 필요도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아는 대로 말하고 있는 것뿐이다.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배운 것을 2022년이라는 시점에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시대가 변화해도 한 번 배우게 된 개념이나 생각은 오래 살아남아 현재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서울 안에서 다양한 모습들이 공존하는 것처럼. 압구정이나 청담동 분위기와 영등포의 분위기와 풍경이 다르듯. 그런데 우리는 모두 서울이라 부른다. 시대도 마찬가지여서, 같은 2021년이라고 해도 지금이 1980년인지, 2000년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섞여 2021년을 만들어 낸다. 


 세계적 패러다임의 변화에도 대한민국에 변하지 않는 패러다임이 하나 있다. 바로 '남들이 하면 나도 해봐야 한다'는 심리. 대한민국의 온라인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기록', '꾸준함', '나다움 찾기', '나를 표현하는 일'이 유행이다. 일명 '꾸준함 챌린지'가 유행이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포도알 스티커 모으면 문구를 상품으로 받을 수 있었던 것과 유사하다. '메타버스', 'NFT'는 미디어에서 하도 이야기를 해서 귀가 닳도록 들었을 테니 굳이 말하지 않겠다. 앞으로도 들을 것이니 조만간 그에 관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상황은 향후 3년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이 말은 즉, 무엇을 하든 '온라인'의 형태로 연결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여태까지 귀찮아서 혹은 사생활 침해의 이유로 온라인 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사람들은 꾸준히 한 분야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나중에 유리할 수도 있다. 


 정리를 하자면 2022년에 해두면 좋은 일은 다음과 같다. 


1. 꾸준히 온라인에 뭔가의 흔적을 남길 것: 단 일관성이 있는 주제여야 함

2. 내가 하는 일을 온라인과 엮으면 무엇이 될까를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당장 실행

3. '남들이 하면 나도 해봐야 한다'라는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보기

4.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괜찮은 콘텐츠 제작자를 찾으려고 애쓸 것


 이 생각들은 그저 나의 생각임을 밝힌다. 내 직업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라 해야 할 일을 이렇게 정리해둔 것뿐이다. 각자 올해 해야 할 일은 다를 것이다. 다만 코로나 19와 맞물린 패러다임의 변화로, 영원할 줄 알았던 직업은 영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확실하다. 사실 어느 시대도 영원한 것은 없지만, 변화가 시작되는 주기가 더 짧아졌다는 뜻. 어떠한 변화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 꾸준히 뭔가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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