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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별 Jan 20. 2023

은둔형 외톨이 청년, 서울에만 13만 명

무어라 말을 해야 좋을지

 며칠 전에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서울에만 13만 명이라는 뉴스를 봤다. 심각한 사회 문제인데 정부에서는 왜 아무도 이 문제를 말하지 않는 것일까? 유튜브 동영상에 달린 댓글 중 배려심이라고는 1도 없는 댓글이 참 많았다. MZ세대는 배가 불렀다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무기력해진 사람에게 할 말인가 싶더라. '타인의 어려움을 그렇게 가볍게 말하니까, 상처받은 사람들이 집에만 있고 싶은 거야'라고 댓글을 쓰려다 말았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다는 사람의 댓글을 읽다 보니 자신을 폄하하는 자기혐오 발언이 많아서 안타까웠다. 여린 마음을 어떻게 치유하면 좋을까.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될 텐데, 그것 또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나도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상담을 받기까지 용기 내는 것이 무진장 어려운데 상담을 받고 나면 정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동안 나에게 쌓였던 독소가 빠지는 느낌.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지만, 무슨 말을 해주면 좋을지 도통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설프게 뭐라고 말을 하자니 상처가 될 것 같고 아무 말도 안 하자니 방임하는 것 같고 찜찜한 마음에 결국 댓글을 쓰려다 모조리 지우게 되었다. 


 취업 준비생로 살던 시절에 어땠더라?  처음엔 끊임없는 탈락 소식에 무척 화가 났다. 자존심도 상했다. 주변 친구들은 다 자리를 잡아가는데, 나는 아니었다. 내가 저 친구보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훨씬 더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나는 사회에서 그렇게 쓸모가 없는 존재인가?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목표 의식을 갖고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할 걸 그랬나? 등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가장 속상했던 것은 그동안 나를 도와준 사람이 꽤나 많았는데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를 못하니 그들을 볼 면목이 없다는 점이었다. 영상에 달린 댓글에서도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람 마음은 비슷한 걸지도 모른다. 사람은 받을 때보다 내가 뭔가를 줄 수 있을 때 나의 존재 가치를 더 크게 느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일단은 작은 성공을 통한 자신감 회복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사회에서 만든 '성공한 인재상'은 꽤 정해져 있는데 실제로 그 모델에 가까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공한 인재상이 되면 과연 행복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미디어에서 편집된 모습만 보고 사람들을 오해하지 않기를. 


 사회에서는 이런 인재를 요구하는데 나는 아닌 것 같다는 말도 있었다. 그럼 과연 그런 완벽한 인재를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 처사일까? 무리한 요구는 아닐까? 사회에서 말하는 인재상은 '이상향' 일 뿐이다. 일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만나게 된다. '저런 사람도 돈을 벌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드물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 다 1인 기업으로 일하지, 왜 회사라는 걸 만들어서 일을 할까? 하물며 1인 기업도 수많은 협업을 한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대부분은 팀의 형태로 일하는 데, 어쩌다가 이렇게 '사회는 완벽한 인재를 요구한다'는 이미지가 청년들에게 박혀버린 것인지.   


 나는 연이은 취업 실패에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세상에 궤적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인 고민에만 집중했고 그 외에 떠올랐던 수많은 생각 스위치를 끄려고 노력했다.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고 업로드하는 과정에서 나에 대한 신뢰도 회복하고, 사람들의 따뜻한 말에 '내가 사회에서 쓸모가 없는 존재는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취업 준비생으로서 내게 필요했던 자질은 실력 향상이 아닌, 자존감 회복이었다. 


 부정적인 생각의 스위치를 끄려고 노력할 수 있었던 건 매일 아침에 TED 강연을 보는 습관을 들인 덕분이었다. 영어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TED 강연을 틀어놓고 보고 있었는데, 강연하는 사람이 그러는 거다. 자기 비난의 말, 과거에 누군가에게 들은 말일 수 있는데 이미 그 시간이 지나갔는데도 나 자신이 그 말을 계속해서 반복 재생하는 거라고. 그걸 멈추기만 해도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한참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유튜브로 박상미 선생님의 강연을 보고 마음이 꽤 많이 치유됐다. 지금은 선생님의 영상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신감이 회복되었다. '나는 나를 믿는다'는 말을 소리 내어서 내 자신에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효과가 있는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용기를 내어 내 자신에게 좋은 말을 계속 해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MZ세대는 배가 부른 것이 아니라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내가 어떻게 살면 좋을지를 잘 모르겠는 건데 같이 고민해 줄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지. 그렇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은 남의 사정을 잘 모르면 입이라도 다물면 좋겠다. 나도 심리 상담 전문가가 아니라 이런 글을 쓰는 건 솔직히 자기 만족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날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님을, 그건 내 왜곡된 생각에서 비롯된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나의 잠재 가능성을 내가 믿어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스스로를 믿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사회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서울특별시에는 청년오랑이라는 시설도 있고 각 지자체 별로 분명 청년들을 위한 기관이 존재할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오래 하다가 독립 출판물을 내신 분도 계시고,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오래 하다가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서 은둔형 외톨이들을 돕는 일을 하는 분들도 계시다. 


 할 줄 아는 게 없다면(사실 그건 본인에 대한 오해일 수도 있지만) 지금부터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120살까지 살 거라고 하는데,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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