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나에게 있어서
나와 결이 굉장히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
그의 친구가 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또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내 기준에서
결이 다르다고 인식이 되는 사람을 마주하게 될 때면
조용히 그 사람을 배제하거나
가까이 지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과의 관계는 소모적일 뿐이라 치부했다.
그 사람을 이해해보려 한다거나
어떤 다른 매력적인 이면이 있는지 들여다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친구를 만드는 일에 있어서는 칼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결을 가진 , 그저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
수집해서 나의 인생을 채워가려고 했다.
조금이라도 날 불편하게 하는 점이 보이면 선을 그었다.
두 줄로 찍찍.
그리고 사인까지 하면... 완전히 아웃.
그게 편안하니까. 삶이 단순해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부터
절친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스펙트럼이 정말 다양하다.
그때는 나와 다른 매력에 더 끌렸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잘하는 친구들이나
내가 다른 성향을 가진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것 같다.
다른 이의 매력을 많이 들여다보았던 것 같다.
그에 반해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진 내가
비참하게 느껴졌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런 내 곁에 좋은, 다양한 매력의 친구들이
오히려 나를 채워주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성인이 되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는
나와 다른 이들이 너무나도 불편했다.
타인의 매력을 탐하기보다는
나와 달라서 힘들었던 사람들의 단점만 들여다보았고
혼자서 그걸 후벼파고나면
분노의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던 것 같다.
그 시간들 속에 지친 나는 어느새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그의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기보다
그냥 대하기 편한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 새로 사귀거나
이미 적응된 오랜 친구들하고만 관계를 이어나갔다.
어른이 되면 될수록 타인에 대한 잣대는 더 많아지고
친구의 폭은 좁아졌다.
모든 사람을 품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좀처럼 어른이 될 생각은 없었다.
그런 내가 다시 사람들에 대한 잣대를 하나씩 허물고
아량을 배우게 된 계기가 ‘엄마’가 되고 난 다음이다.
‘아이'의 등장으로 나의 삶의 반경이 달라지고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다.
육아의 세계에는 변수도 너무나 많고
내 뜻대로 흘러가는 일이 많지 않았다.
나의 본성대로 살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하나둘씩 나의 아집들을 내려놓다 보니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이해하기 싫었던 타인의 모습들을
조금은 ‘그럴 수 있지’ 하며 넘어가게 되었다.
또 ‘아이 엄마’가 되는 것은
이제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행동이 아이의 삶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뜻이기에 때로는 인내하고 싶지 않아도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이전과 같았다면 올라오는 감정 그대로
뱉어내기 바빴겠지만
이제는 한숨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생각해 보는
마음의 여유를 배워가고 있다.
아이를 통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에는 나와 성향이 매우 다른 사람들도 있고
전혀 다른 직업군이라
평생 만나보지 못했을 사람들도 있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그저 스쳐 지나갔을 사람들.
그런데,
그렇게 여러 군상의 사람들과
만남을 지속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처음에는 결코 알지 못한
장점들이 있다는 것.
배울 점이 많다는 것.
각자의 삶마다 고유한 통찰이 있다는 것이다.
타인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재단했던 나를,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내가 편한 곳,
내 생각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고여있었던 나를 반성했다.
그러면서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매력을 귀하게
여기고 탐했던 시절로 회귀하고 있는 듯한 요즘이다.
물론 여전히 관성처럼
나와 다른 이들의 등장에 처음에는
조금 주춤하기도 하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느새 그들의 삶을 궁금해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나와 다른 매력을 탐색해 보는,
그 사람의 시선을 이해해보려 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서 나의 삶에서는 얻지 못한
새로운 통찰을 얻기도 한다.
내가 엄마가 되어야 했던 여러 이유 중 하나인걸까?
덕분에 우물에서 나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딸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