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질풍노도의 아줌마

by 새하루

나는 학창 시절 사춘기를 크게 겪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그때는 엄마한테 대든다거나

유난스럽게 예민하게 굴었던 기억이 없다.


나는 착한 딸이었으니까.

생각보다 쉽게 현실과 타협했고 안주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철이 일찍 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됐는데.


그런 내가 아기를 낳고 제대로 사춘기가 왔다.

내 현실이 싫었고 바꾸고 싶었다.

나도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이제는 더 이상 내 삶을 현실에만 무게를 두고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꿈 쪽으로 조금 기울여 봐도 되지 않을까?


엄마가 되고 나니 그 이전 시간들을

너무 소홀하게 흘려보내기만 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컸다.

왜 그때 더 열심히 꿈을 좇지 않았을까.

지금보다 시간도 많았고

싱글일 때는 위험부담도 적었는데

왜 도전하지 않았을까.


엄마가 되어서 다시 들여다보게 된 꿈.

지금이 아니면 더 지체하면

이제는 영영 하기 어렵겠다는 조급함에

나를 부지런히 내던져보고 있다.



내가 진짜 원했던 삶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었을까.

나는 무엇을 좋아했나.



나는 누구인가.



원초적인 질문과 씨름 중인 나다.

일찍이 했어야 할 고민을 이제야

끙끙대고 있다.


아직 정확한 답은 알 수 없지만

한 6개월 정도 머리를 싸매고 이것저것

시도해 본 바로는,


나는 낯선 곳을 즐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것을 접하며 살아보고 싶다.


나는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직접 한 요리를 대접하거나

내가 무언가 만들어서 선물하는 거나

내가 아는 작은 지식도 나눌 때 행복하다.


나는 모두를 잘 품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누구라도 잘 품고

이끌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을 노력하고 싶다.


나는 모방을 잘하지만

똑같이 사는 건 또 싫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닮고 싶은 사람들을 보며

내가 갖고 싶은 '나'를 재창조해내고 싶다.


나는 남의 글을 읽으면서

그의 생각을 염탐하고

또 내 생각을 적어 내려 가는

과정을 좋아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고의 조각들을

글을 쓰기 전에는 훨훨 날아가버렸던

생각들을 하나 둘 주워서 모으는 것이

마음이 복잡하고 머리가 터질 것 같던

나에게 필요한 일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변덕스러운 나의 글을 읽어준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과하게 솔직하고 거침이 없던 시절

나를 불편해했던 이가 있었듯

내 글도 아직 철이 든 글이 아니라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써본다.

나를 위해서.

내가 누구인지 찾기 위해서.


이 사춘기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에는

적잖이 당황스럽고 혼란했지만

지금은 즐겁다.

다시 꿈을 생각하는 내가

스무 살 아니,

나는 어떤 어른이 될까 궁금해하던

어린 청소년기로 돌아간 것 같아 설렌다.


현실에 묻혀 미래를 꿈꾸기보다

그저 하루살이처럼

근근이 버티며 살았던 나에게

활력을 준 사춘기.


그 사춘기를 열어준 내 딸아 고마워.

네 덕분에 엄마가 앞으로

다른 삶을 살아볼 용기가 생겼어.



딸아 너의 사춘기는

일찍이 마음껏 부딪히고 혼란해하며

네가 누구인지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엄마가 기다려줄게.

현실은 조금은 외면해도 될 만큼

너의 울타리가 되어줄게.

엄마만 믿어.

믿고 얼마든지 무엇이든지 도전해 보길 바라.

금요일 연재